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정다은
우리가 너무나도 익숙하게 소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 특히 밥 먹고 나서 가는 카페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 바로 설탕이다. 당분 섭취가 일상이 되어버린 현대인이 달콤한 식품을 즐겨 먹는 일은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었다. 디저트를 먹거나 카페라떼 한 잔을 마시면 눈이 번쩍 뜨이면서, 도파민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로 달콤한 식품을 접할 때마다 그 이면에 존재하는 서글픈 이야기가 떠올라 이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게 된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담긴 달콤한 음료를 아무 생각 없이 마시지만, 설탕이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주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식하기 어렵다.
설탕을 얻기 위해 인류는 전쟁과 약탈을 반복하며, 비극적인 사건을 남겼다. 당시 사탕수수를 재배하고, 가공하여 우리이게 오기까지는 막대한 노동력을 필요로 했다. 그 결과 사탕수수 생산지의 원주민들은 착취당했으며, 노예무역이 실시되었다. 아메리카 대륙의 노예무역과 설탕 플랜테이션이 생겨났고, 낯선 타국으로 이주하여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고된 삶을 이어가게 되었다.
숨 막히는 열대 기후 속에서 그 또한 고된 일이었을 것이다. 땅을 일구고, 수수를 심고, 김을 매고, 수확하고, 불을 지피고, 짜낸 즙을 끓여 설탕을 만들기까지, 끝도 없이 쳇바퀴 같은 노동이 반복되었다. 사탕수수밭 노예의 삶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p.10)
특히, 미국의 노예제가 폐지된 후에는 아프리카 노동자의 값을 지불하기 어려워졌고, 좀 더 값싼 노동력을 얻기 위해 아시아인들이 투입되었다. 설탕을 얻기 위해 조국을 뒤로한 채 하와이로 이주한 조선인들은 일을 하게 되었는데, 중간에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며 10시간 이상 노동에 시달리며, 고된 삶을 이어갔다. 이러한 현실은 그들에게 가해진 가혹한 처우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설탕의 잔혹한 역사만을 서술한 것이 아니다. 설탕이라는 기호품을 중심으로 세계사의 단면을 폭넓게 조망하고 있다. 설탕의 기원과 확산, 그 과정에서 나타난 숨겨진 아픔, 청년들의 고통 등을 서술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익숙하게 접하는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설탕이 인류 역사에게 깊이 관여하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최광용 )
향신료의 역사와 매력에 푹 빠진 독립 연구자. 30여 년 동안 전 세계 80여 개국을 돌아다니며 비즈니스와 여행을 병행했다. 특히 유럽,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에서 지낼 때에는 현지인들과 깊이 어울렸고 그러다 보니 그곳의 문화와 역사, 미식과 향신료에 대해 큰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목차
들어가는 말 : 세계사를 바꾼 설탕, 그 달콤쌉싸름한 이야기를 따라서
1장 차 한 잔, 설탕 한 스푼이 바꾼 세계
스리랑카 찻잔 속의 제국|포르투갈 공주로부터 시작된 영국의 티타임|사탕수수, 대서양을 건너다|콜럼버스와 사탕수수
2장 문명을 넘나든 달콤한 유혹
이슬람 문명사회와 암흑의 서구 사회|십자군, ‘단맛이 나는 갈대’를 만나다|태초에 설탕은 어디에서 왔는가
3장 플랜테이션과 흑인 노예의 눈물
식민 경제의 핵심, 플랜테이션|사탕수수밭으로 끌려간 아프리카 흑인|영국의 해적왕과 자메이카의 육상 영웅|비참했던 흑인 노예의 삶 |어느 노예 감독관이 남긴 끔찍한 기록
4장 채찍 아래에서 함께 이룬 흑인 노예 공동체
아프리카 흑인, 노예에서 전사로 거듭나다|제국에 맞서 싸운 검은 전사들|한 섬에 두 나라, 히스파니올라섬 이야기
5장 아메리카에 세워진 최초의 흑인 공화국
불사신이 된 외팔이 지도자|부두교 의식에서 시작된 아이티 혁명 |투생 루베르튀르와 아이티 공화국의 탄생|나폴레옹이 선택한 ‘달콤한 뿌리’
6장 설탕과 황금의 땅 브라질
포르투갈 식민 모델의 시작, 마데이라|페드루 알바레스 카브랄과 미지의 땅|설탕 왕국 브라질의 탄생|브라질 식민 경제의 확장과 야만적 노동 착취|노예 사냥꾼 반데이라|네덜란드는 어떻게 브라질을 빼앗았나|브라질리언이라 불린 네덜란드인 식민 총독|브라질을 뒤흔든 골드러시|황금의 땅 미나스제라이스
7장 사탕수수와 럼, 시가와 낭만의 섬 쿠바
‘슈거 볼’의 나라|콜럼버스를 사로잡은 ‘연기 나는 마른 풀’|시가 연기와 럼에 담긴 쿠바의 정취|세계인을 매료시킨 바카디 럼주의 향미|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며|쿠바 독립과 스페인의 몰락, 그리고 미국의 부상
8장 사탕수수밭이 키운 미국의 야망
성조기 이전에 설탕이 있었다|파리 조약과 미합중국의 탄생|신생 독립국의 젖줄이 된 미시시피강|루이지애나는 어떻게 미국 설탕 산업의 핵심이 되었나|나폴레옹의 루이지애나 매각과 ‘신이 주신 운명’의 시작|미국 목화밭의 비극이 만든 것들
9장 하와이, 설탕, 그리고 우리
설탕의 길, 태평양을 건너 하와이로 이어지다|설탕이 만든 미국의 새로운 땅|조선인이 하와이 사탕수수밭으로 오기까지|한인 이주 역사의 시작|조국을 위해 기꺼이 몸 바친 조선인 청년들|하와이로 온 ‘사진신부’|설탕 재벌의 섬에서 세계인이 사랑하는 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