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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감각
잡화감각
  • 저자 : 미시나 데루오키 지음 ; 이건우 옮김
  • 출판사 : 푸른숲
  • 발행연도 : 2024년
  • 페이지수 : 215p
  • 청구기호 : 600.04-ㅁ844ㅈ=3
  • ISBN : 9791172540197
  • 조회수 : 94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유호준

 

서서히 도구를 멀리하는 대중에게 기업은 어떻게 물건을 팔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으로 사업가들은 물건에 이미지의 차이를 넣기 시작했다. 물건은 이제 성능뿐만 아니라 패션과 아름다움까지 갖춰지게 되며, 잡화가 넘쳐나는 세상이 됐다. 잡화라는 단어는 참으로 모호하다. 유용과 무용, 그 사이에서 우리에게 어떤 사물은 잡화이고 어떤 사물은 특별한 무언가가 된다. 잡화란 사전적 의미로 [일상생활에서 쓰는 잡다한 물품]을 의미하는데, 작가는 그러한 잡화를 구분 짓는 감각을 잡화감각이라고 설명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잡화의 기준은 끊임없이 넓어지고 있다. 정육점은 고기를 팔고, 문구점은 문구류를 파는 것처럼, 오프라인에는 분명한 구분이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이 경계가 무너지고 전문성이 희미해진다. 한 페이지 안에 모든 것이 뒤섞여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 다이소는 어떠한가? 본래 생활잡화점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그 안에서 거의 모든 것을 다룬다. 최근에는 비타민과 같은 의약품까지 판매하며, 유통 경계마저 흔들고 있다.

 

한편, 최근 유행하는 소품샵은 이 흐름의 또 다른 단면이다. 개인의 취향을 진열하는 소품샵은 무엇을 파느냐보다 어떤 감각을 제시하느냐를 중심에 둔다. 실용을 넘어 미적 경험이 소비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을 보면 물건이란 더 이상 용도나 형태로만 구분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상태를 가지고 분류하여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러한 소비행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물의 의미가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느낄 수 있다. 한때 명예로운 결투에 사용되었던 중세 기사의 칼이 오늘날에는 골동품 상점의 장식품으로 존재하듯, 물건은 언제든 다른 맥락 속에서 재정의 된다. 결국, 잡화란 특정한 종류가 아닌 의미가 변하는 상태 그 자체를 지칭하는 개념일지도 모른다. 다양한 예시를 들었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사물이 잠재적으로 잡화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책 잡화감각은 사물의 본질과 의미에 대해 다양한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다만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이 철학적으로 깊이 확장되기보다는, 잡화점을 운영하며 마주한 감각과 단상을 기록하는 에세이에 형식에 머문다는 점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잡화화 되어 가는 세계에 대한 평가나 방향성을 기대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

 

도서관 사서로서 이 책을 덮으며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 모든 것이 잡화가 되어가는 시대에, 책은 과연 무엇으로 남을 것인가. 지식의 저장소로서의 전문성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잡화로 남을 것인지. 우리는 우리가 애장하는 사물의 쓰임과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저자 소개 (저자: 미시나 데루오키)

 

1979년 교토 출생. 에히메에서 자랐다. 2005년 도쿄 니시오기쿠보에 잡화점 FALL을 개점,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첫 책 잡화감각외에 잡화의 끝(雑貨わり)(2020), 파도치는 곳의 물건을 찾으러(波打ちぎわのしに)(2024)를 썼다.

 

목차

 

1

밤과 가게 한구석에서

이라는 글자

반경 1미터

잡화의 은하계

 

조금만 달라도

영자 신문

이것은 책이 아니다

예고된 잡화의 기록

집으로 가는 길

잡화의 가을

아직 음악을 듣던 시절

오프 시즌

홋토포

 

2

도구고

길가의 신

천의 키치

천의 쿤데라

11월의 골짜기

속됨과 속됨이 만날 때

현악 4중주곡 제15

새어 나오는 멋

 

3

한계 취락

배 밑바닥의 구조 모형

파리아적, 브라카만적

슬픈 열대어

유령들

마지막 레고들의 나라에서

낙엽

 

해설조그맣고 느긋하고 허무한 도망

옮긴이의 말떠내려가고 있음을 감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