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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이혜림
“어쩌면 나 같은 거라서, 오히려 팬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팬클럽 흥망사’라니.
누군가를 열렬하게 좋아하며 소위 말하는 ‘팬질’을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멈칫하게 되는 제목이다. 사실 여기에 나오는 복미영은 그리 매력적인 주인공은 아니다. 50대 중반의 여성, 그리고 그녀가 하는 기이한 행동(기이한 행동을 여기서 얘기하면 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것 같아 자세히 설명은 하지 않겠다), 조카의 집에서 입주 ‘이모님’으로 월급 혹은 용돈을 받는 삶 등 우리가 생각하는 팬클럽이 존재할 만한 사람은 전혀 아니다.
이야기는 복미영이 덕질하던 배우 ‘W’에게 탈덕한 뒤, 자신의 팬클럽을 만들기로 결심하면서 시작된다. 그녀는 ‘동네북살롱’에서 만난 김지은을 자신의 1호 팬으로 지목하고, 안티팬을 위한 역조공 이벤트에 함께 나서자고 제안한다. 우스꽝스러운 설정 같지만, 그 안에는 돌봄과 관계의 복잡한 내용이 숨어 있다. 사실 김지은은 자신의 엄마를 오랫동안 돌봐온 은수 이모를 ‘버리기 위해’ 복미영을 이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처음엔 이 이야기가 어디로 가는지 혼란스럽다. 그러나 어느 순간,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말과 행동, 그리고 결국 마주하게 될 돌봄의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복미영이 만들어준 바지락술찜을 안주로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우리 이모님 수전 손택 책도 읽어”라고 말하는 조카사위, 식세기 ‘이모님’을 들였다고 해맑게 웃는 현실 속 신혼부부들. 그들의 일상 속엔 이름조차 불리지 못한 수많은 ‘이모님들’의 노동과 희생이 스며 있다.
팬이 된다는 것은 누군가를 돌보는 일과 닮아있다. 복미영은 이제 타인을 향하던 그 마음을 자기 자신에게 돌린다. 『복미영 팬클럽 흥망사』는 그렇게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는 이야기다. 조금은 이상한 복미영이지만,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을 읽는 사람들 중 단 한 명이라도 복미영의 팬이 되기를, 나 역시 바란다.
저자 소개 (저자: 박지영)
2010년 『조선일보』로 등단했다. 소설집 『이달의 이웃비』 『테레사의 오리무중』, 장편소설 『지나치게 사적인 그의 월요일』 『고독사 워크숍』 『컵케이크 무장 혁명사』가 있다.
목차
▶부곡하와이(폐장) 가는 길
IN 11
1 복미영 팬클럽의 탄생 15
2 그래도 되는 사람 41
3 버리기 아티스트 60
4 열린 엔딩 닫기 북클럽 91
5 이모의 호환성 연구 124
6 부곡하와이(폐장)에 가자 172
7 닫힌 엔딩 열기 북클럽 204
OUT 241
작품해설 248
작가의 말 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