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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곽기용
2025년 10월 10일 우리나라 주요 뉴스 기사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 1단계에 합의하면서 인질 석방과 시신 인도, 수감자 석방 등이 이루어졌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첫 감상은, 이제 조금 그 지역(가자지구)도 살 만해지려나 하는 생각. 둘째로는 그래서 하마스가 뭔데? 였다. 뉴스에서 말하는 것만 듣자면 무자비한 ‘무장집단’, ‘테러단체’ 인데 이토록 극악한 단체라면 협상이나 인질 교환 같은 것도 없이 알라의 이름으로!를 외치며 자신들의 뜻을 관철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자의든 타의든 극단이 아닌 행동이라니. '하마스'는 과연 어떤 집단인지 궁금해진 차 여러 시각으로 하마스를 다룬 책이 있어 살펴보게 되었다. 바로 「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 다.
책은 미국의 JWE라는 단체에서 하마스에 대해 이해하고자 5명의 전문가가 서로 토론하는 대담집이다. 전문가들은 하마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고, 하마스에 대해 논해야 한다고 본다. 그 이유인즉슨 필자처럼 대다수 사람이 하마스 하면 알 수 있는 것은 뉴스에 나오는 테러 활동뿐이고 ‘이들이 왜 이러는지’ 알 기회가 없어서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기자가 하마스의 본거지로 가서 인터뷰를 할까? 목숨이 위험한 건 둘째요, 자기 나라에서도 온갖 비난의 대상이 될 텐데! 그렇기에 한 단체로써의 하마스는 어떤 성격을 가지고, 어떤 활동을 하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이들이 과격 테러단체일지 다른 무엇일지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용이 많이 복잡하지만, 핵심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하마스라는 단체는 굉장히 다양한 측면이 있는 저항운동이라고 한다. 장마다 핵심 논점이 조금 다르지만, 특히 2장의 내용은 차이점이라는 측면에서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2장에서는 소위 가장 극단적인 단체 IS와의 차이점을 조목조목 짚어 주는데 일단 활동 반경이 팔레스타인 영토 안으로 한정되어 있고 수니파가 우세하지만, 다른 종교와도 연합하는 등 종교적으로 어느 정도 포용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뿐인가? 상술한 기사 내용처럼 국가 간의 휴전이나 인질 석방 등 정치적인 활동도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종교적 극단주의로 모든 협상을 거부하지는 않는 단체인 것이다.
그렇다면 의문점이 생긴다. 왜 이런 단체가 저항운동을 주도할까? 그 원인은 공식적인 단체가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이다. 최고의 대의기구인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는 점점 더 역할이 축소되었고,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물은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아무도 나서 주지 않는 것이다. 2장의 대담자인 칼레르 흐룹은 이런 현실을 소리 높여 비판한다.
“그러나 이제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부속품 정도로 주변화되고 축소됐죠. 팔레스타인 민족평의회는 팔레스타인 의회라고 할 수 있는 기관입니다. 그런데 이 팔레스타인 의회는 어디로 간 건가요? 누가 마흐무드 압바스와 이 권력에 책임을 묻고 있나요? 그래서 저는 안타깝게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아랍 세계 안팎에 존재하는 권위주의를 복사, 붙여넣기를 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것도 제대로 할 의지가 없죠.(p.92)
이런 방관 속에서 등장한 게 하마스기에 내부적으로도 하마스를 지지하는 이들이 생겼을 것이다. 아무도 신경 안 쓰는 문제를 위해 싸우니까! 그러나 문제는 이 단체가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단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대표기구로 인식되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에 참여하고자 하지만 다른 집단(파타흐)의 견제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고, 가자 지구에 자신들만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는 점을 계속해서 밝히고 있다지만 서구 열강 또한 고운 눈으로 보지 않고 있다.
3장 또한 이런 ‘시선’의 차이라는 점에서 주의 깊게 볼 대목이 많은데 특히 중요한 것이 '비판적 테러리즘'이론일 것이다. 이 이론은 영국이 세계에 식민지가 가득했을 때 인도, 이집트 등의 독립운동 세력을 테러 단체로 억압했던 데서 시작했다고 한다. 만약 어떤 단체를 무조건 테러 단체로 규정하게 되면 철저히 나쁜 면만을 보게 되므로 장점을 돌이켜보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해도 온갖 눈총을 받게 된다. 때문에 쉽게 말하면 ‘편 가르지 말고 인정할 건 인정하자’라는 이론인 것이다. 온갖 비난을 받는 단체지만 적어도 하마스가 대표적인 저항 운동기구로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는 예룬 구닝 박사의 말은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한쪽만 옳다는 낙인을 찍어버리는 경우 저항조차 불가능하기에.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전쟁범죄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테러리즘이라는 낙인은 모든 폭력을 심지어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대항한 폭력까지도 정당성이 없고 야만적인 것으로 축소시켜 버립니다. 결국 이는 반대편을 비인간화하는 목적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대항하고 있는 이스라엘군 자체의 야만성도 가려버리는 효과를 낳습니다.“ (p.118)
인정할 부분도 있지만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다. 이 공격은 결국 쌍방 간의 전쟁으로 이어졌고, 민간인들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 책에서는 지속된 봉쇄를 풀기 위해 시도한 공격이 생각보다 큰 성공을 거두자 분위기에 휩쓸려 계속 공격을 감행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 결과 소위 성과를 내기 위한 무리한 공격은 하마스를 테러 집단으로 바라보는 외부 시선과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민간인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 부분은 분명한 하마스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정리해 보자면 하마스는 마냥 테러 단체는 아니고 저항 운동을 이끄는 운동 기구로써 극단으로는 가지 않으며 다른 단체와의 연합, 협상 등에 비교적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집단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비공식 단체이기에 끊임없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으려는 행동을 하고 여기에 종교, 군사적인 목적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누군가에겐 도와주는 집단, 누군가에겐 악마들로 낙인찍힐 터.. 비판적 테러리즘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매우 어려운 책이었지만 끝까지 읽는다면 나름의 객관적인 시선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중동의 정세와 역사를 살펴보며 하마스라는 집단을 알아보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대단히 상세한 정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단! 읽기 전에 선입견을 가지지 말자!
저자 소개 (저자: 헬레나 코번,라미 G. 쿠리)
헬레나 코번
국제 문제를 다루는 작가이자 연구자. 출판사 저스트월드북스Just World Books를 설립해 팔레스타인 작가들, 시온주의를 성찰하는 유대인 작가들의 책을 출간해왔다. 전쟁, 평화, 정의에 관한 미국의 역할을 고찰하는 저스트월드 교육위원회Just World Educational를 공동으로 창립했다.
라미 G. 쿠리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학자이자 언론인. 50년간 언론에 몸담으며 《요르단 타임스》와 《데일리 스타》의 편집장을 역임했고, 《파이낸셜 타임스》, NPR, BBC 라디오 등에 기사를 써왔다. 온라인 《알자지라》의 정기 필진이며, 저스트월드 교육위원회의 이사회 회원이다.
목차
이 책에 쏟아진 찬사
해제: 있는 그대로의 하마스를 욕하라_팔레스타인평화연대 뎡야핑
들어가는 글
하마스 역사의 주요 연표
1장 파올라 카리디 박사와의 대담
2장 칼레드 흐룹 박사와의 대담
3장 예룬 구닝 박사와의 대담
4장 무인 랍바니와의 대담
5장 아잠 타미미 박사와의 대담
부록 1 이슬람 저항 운동(하마스) 헌장
부록 2 미국 국제민주연구소의 팔레스타인자치의회 선거에 관한 최종 보고서
부록 3 2017년 하마스 일반 원칙 및 정책 문서
부록 4 하마스가 미국의 테러 단체 목록에 등재된 과정에 대한 설명
부록 5 우리의 서사…… 알아크사 홍수 작전
부록 6 팔레스타인정책조사연구소의 여론조사 92번
주요 인명
용어
참고 문헌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오늘날의 식민주의를 보는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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