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손지현
이 책은 지구가 갑작스레 얼어붙은 세계에서 단 두 자매만이 깨어 있는 상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매는 ‘해동기’라는 장치를 이용해 얼어붙은 사람들을 하나씩 깨우는 임무를 맡는다. 그러나 누구를 먼저 깨워야 하는지, 그리고 왜 깨워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자매는 오롯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 사람들을 깨워야만 한다.
하지만 깨어난 이들이 모두 자매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이는 깨어난 후 자매를 위협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차라리 얼어 있는 편이 더 나았다고 화를 내기도 한다. 자매는 때로 잘못된 선택을 하고 후회도 하지만, 사람들을 녹이는 것을 멈출 수는 없었다. 누군가는 계속 깨어나야 하며, 결국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자매의 선택을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얼어붙은 세상에서 누군가를 ‘녹인다’는 것은 단순히 생명을 구하는 행위만은 아니다. 그것은 그 사람과 다시 함께 살아가겠다는 의지이며, 책임을 동반하는 결단이기도 하다. 자매는 깨어난 사람들과 갈등하고 실망도 하지만 결국 그들과 어떻게든 함께 살아나갈 방법을 찾는다.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도, 녹은 이후 사회에서의 ‘공존’이 아닐까 싶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어떤 문제든 단 하나의 정답만을 요구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점점 짙어지는 것 같다. 다양한 관점이나 의견이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고, 모든 것을 옳고 그름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려는 경향도 종종 보인다. 하지만 과연 이 세상에 단 하나의 정답이 정말 존재할까?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가짐과 태도일지도 모른다.
저자 소개 (저자: 임고을)
눈 내리는 겨울에 태어났다. 『녹일 수 있다면』으로 제1회 현대문학*미래엔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쓴 책으로 동화 『닭인지 아닌지 생각하는 고기오』 등이 있다.
목차
1부 녹이기 전 · 7
2부 녹인 뒤 · 91
3부 녹은 뒤 · 151
에필로그 · 179
작가의 말 · 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