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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 예찬
도피 예찬
  • 저자 : 앙리 라보리 지음 ; 서희정 옮김
  • 출판사 : 황소걸음
  • 발행연도 : 2024년
  • 페이지수 : 283p
  • 청구기호 : 511.18-ㄹ166ㄷ
  • ISBN : 9791186821961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유호준

 

시련을 맞닥뜨린 인간에게 주어진 선택은 투쟁, 억제, 도피 세 가지뿐이다. 그중 도피라는 선택지는 현대사회에 와서 포기 및 회피라는 반사회성의 증거로 여겨지고 경향이 있다. 작가는 그러한 사회 분위기에 대한 반대 견해를 서문에 내비친다. 시련을 맞닥뜨린 인간의 특성을 규명하고, 도피라는 등의 단어를 쓰는 것을 보면 철학 서적인가 싶지만, 작가는 의사이자 신경생물학자이자 철학자이다. 그는 신경생물학을 바탕으로 사회적 상황에 놓인 인간 행동에 관한 모든 분야를 해석하고자 책을 집필한 것이다.

 

투쟁은 두 존재가 파멸로 치닫는 일이고(어느 하나는 죽어야 하니까), 억제는 뇌하수체와 부신겉질을 활성화하여 실제로 우리 몸을 망가뜨려 위궤양이나 고혈압, 우울증 등의 일으킨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도피라는 선택지를 찬양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파멸하지 않고 아플 일도 없다. 듣고 보면 결과적으로만 봤을 땐 서로에게는 가장 좋은 방안으로 보인다. 물론 도피라는 것이 회사에 사표를 내거나 누구와 절연한다는 등의 물리적 형태로도 존재하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건 상상계로의 도피를말한다. 그리고 본인이 상상(연구)한 자유, 죽음, 사랑, 노동 등의 18개의 주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한다.

 

우리의 죽음이란 결국 타인들의 죽음이 아닐까? 우리는 수년에 걸쳐 이 소중한 존재를 신경계에 주입했고, 우리의 일부로 만들었다. 그와 우리 사이에 형성돼 내재화된 수많은 관계는 그를 우리 자신의 일부를 떼어내는 것처럼, 다시 말해 우리가 그에게 영향을 받은 신경 활동(생물학적 물질로 신경계의 활동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신경계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의 급작스럽고 최종적인 소멸로 느껴진다. 그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내면에 있었고 우리 신경계의 조화로운 작동에 필요 했던 그의 일부를 애도하는 것이다.’ p.116-117

 

이런 식의 신경학적 접근은 우리가 생각해 왔던 개념을 바꿔버린다. 그리고 그러한 접근이 과학적이기 때문일까, 본질처럼 느껴진다. 기술과학 서적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철학적 요소가 많아 보통의 다른 책보다는 이해를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책이다. 순차적으로 읽지 않더라도 18개의 주제 중 호기심이 가는 것을 골라 읽어도 괜찮다. 무엇보다, 베르베르가 오랫동안 머리맡에 두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읽었다는 책이다. 어쩌면 베르베르의 소설 속 주제가 정해지는데 크게 기여를 한 책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인간 세상의 통찰을 담은 책으로, 상상 속으로의 회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저자 소개 (저자: 앙리 라보리 )

 

프랑스의 외과 의사, 신경생물학자, 철학자.

외과 의사로 출발해 기초과학 연구로 방향을 전환했다. 외상 환자의 수술 쇼크를 막기 위한 인공 동면 요법을 고안했으며, 이를 위해 최초의 신경안정제 클로르프로마진을 개발했다. 1951년 클로르프로마진을 정신 질환 치료에 처음 도입했고, 그 밖에도 향정신성 작용을 하는 수많은 분자를 발견했다. 외부 공격에 대한 유기체의 반응을 연구해 주요 증후군의 병태생리학적 발병 기전을 밝혀냈고, 새로운 마취 소생법을 고안했다. 라보리가 1958년 부시코병원에 설립한 근긴장생리학연구소(CEPBEPE)는 외부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출원한 특허 수익만으로 운영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Biologie et structure(생물학과 구조)(1968), La Nouvelle grille(새로운 틀)(1974), La Colombe assassinee(살해된 비둘기)(1983) 등 과학과 철학,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 등 인간 행동에 관한 책 30여 종을 집필했다. 1960년 생리생물학과 약리학의 국제 학술지 아그레솔로지(Agressologie)를 창간해, 1983년까지 편집인을 역임했다.

누벨바그의 거장 알랭 레네 감독이 만든 영화 내 미국 삼촌(Mon oncle d’Amerique)(1980)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고 출연하기도 했다. 래스커상(1957), 레지옹도뇌르훈장(1967) 등을 받았다.

 

목차

 

서문

 

자화상

사랑

인간에 관한 생각

유년기

타인

자유

죽음

쾌락

행복

노동

일상

삶의 의미

정치

과거, 현재, 미래

다시 해야 한다면

이상적인 사회

신앙

그리고 또

 

미주

옮긴이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