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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의 탄생
단위의 탄생
  • 저자 : 피에로 마틴 지음 ; 곽영직 옮김
  • 출판사 : 북스힐
  • 발행연도 : 2024년
  • 페이지수 : 272p
  • 청구기호 : 420.71-ㅁ344ㄷ
  • ISBN : 9791159716140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박한민

 

우리의 하루를 생각해 보자. 이른 아침 7시에 눈을 뜨고 전등을 켠다. 간단한 아침과 뜨거운 커피 한 잔. 외출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우리가 매일 무의식적으로 하는 모든 행동에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측정이다. 정확히 몇 시에 일어나야 할지, 커피를 마시기 위해 뜨거운 물을 얼마큼 뜨겁게,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 어느 정도의 전기를 써서 엘리베이터를 얼마나 움직여야 하는지. 이것들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면 우리가 아침에 집 밖에 나서는 것도 큰일이 될 것이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그 중요성을 알지 못했던 측정 그리고 단위의 이야기다.

 

인류는 본능적으로 비교하기를 좋아한다. 아기와 어른이 손을 맞대고, 아이들은 더 큰 사과나 더 무거운 돌을 찾는다. 이 비교를 통해 무엇이 더 큰지, 무엇이 더 무거운지 배운다. 이런 비교 본능은 자연스럽게 측정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측정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얻는다. 나의 100kg이 너의 100kg과 같을 것이라는 측정의 믿음 덕분에 인간은 어떤 동물보다도 큰 사회를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인류가 가장 처음 사용한 측정 도구는 가장 간단하게 쓸 수 있는 신체의 일부였다. 대략 5뼘은 1야드, 1미터였고, 팔꿈치에서 손가락 끝까지의 팔 길이는 1큐빗, 1,000걸음은 1마일을 나타냈다. 현대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조악해 보였던 이 기준으로 인류는 8,000km에 달하는 로마의 도로에 거리 표지판을 세우고 아주 조금의 오차를 가진 피라미드도 세울 수 있었다.

 

기자 지구에 있는 피라미드를 만든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그들이 만든 피라미드의 각 변의 길이는 거의 정확하게 일치한다.

한 변의 길이가 약 230미터인 네 변의 길이의 오차가 10센티미터에 불과하다. - 34p

 

하지만 신체를 사용한 측정 기준은 지역마다 통일이 되지 않았고, 같은 단위라도 저마다 다를 수 있다는 한계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많은 지도자들이 단위를 통일하려고 했지만, 그 통일은 보편성을 추구하는 18세기 프랑스 혁명 이후에나 가능해졌다. 그 뒤로 수 많은 노력 끝에 1875520일 파리에서 17개국 대표들이 미터 협약에 서명했다. 그리고 이때 1미터의 기준이 되는 백금과 이리듐 합금으로 만들어진 1미터 원기가 제작되어 전 세계의 모든 자의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전 세계 길이 측정에 기준이 된 원기조차 인류에게는 부족했다. 수량의 한계로 길이를 측정해야 하는 모든 곳에 원기가 있을 수 없었고 물질로 이루어진 원기가 시간에 따라 미세하게나마 마모가 되었으며 무엇보다 과학의 발전으로 더욱 작은 세계, 더욱 먼 우주를 측정하기에 이 금속 막대보다 더 정확한 무엇인가 필요했다. 결국 국제원기가 도입된 지 1세기도 지나지 않은 196010141미터는 크립톤의 원소 파장을 기준으로, 20여 년 뒤에는 빛의 속도로 그 기준이 바뀌었다.

 

19601014일에 국제도량형총회가 1미터를 새롭게 정의한 것은 길이의 단위가 금속 막대와 같은 인공적인 물체에서 원자가 내는 전자기파와 같은 자연 현상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1미터의 기준이 수명이 한정되어 있는 인공 물체에서 영원히 변하지 않는 자연 현상으로 대체된 것이다. - 49p

 

길이를 나타내는 미터 이외에도 책에 등장하는 시간-, 질량-킬로그램, 온도-켈빈, 전류-암페어, 물질량-, 밝기-칸델라 모두 미터와 같이 간단하게 만든 기준에서 통일된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을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약속하고 그 기준을 영원히 변하지 않는 자연 현상으로 바꾸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측정 기준으로 우리는 문명을 세우고 과학을 발전시켜 마침내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얻어냈다. 인간의 경험에서 변하지 않는 자연 현상으로 기준을 만들고 이 기준을 통해 다시 자연을 이해하는 숭고한 과정에 수많은 과학자의 무한한 노력이 숨겨져 있다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내가 아침 알람에 맞춰 늦지 않게 일어날 수 있는 것도 정확한 시간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신은 신발도, 입은 옷도 모두 정해진 길이에 맞게 만들어졌다. 내가 쓰는 스마트폰도 정교하게 측정되어 만들어진 반도체와 전기 배터리로 돌아간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 주위를 둘러보면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측정의 중요함과 이를 만들기 위한 수많은 과학자의 노고에 감사함이 샘솟는다. ‘모두가 믿고 쓸 수 있는 공통된 기준이라는 목표에 담긴 긴 역사와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 전부가 함께 약속한 측정 기준이 있기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고 늘 마주하던 일상을 새롭게 그리고 신비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사회, 과학, 그리고 기술은 측정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시간, 길이, 속력방향, 무게, 부피, 온도, 압력, , 에너지, 빛의 밝기, 일률과 같은 물리량은 일상적으로ㅡ정밀한 측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물리량이다.측정은 우리 생활의 모든 면과 연관되어 있다. 우리는 측정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지만, 측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가능하지 않게 되면 측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 - 19p

저자 소개 (저자: 피에로 마틴 )

 

이탈리아의 실험 물리학자이자 과학 작가이다. 통제된 열핵융합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는 파도바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목차

 

서문 7

 

1. 길이를 재는 미터

머서가 112번지 27 | 나일강에서 티베르까지 30

일어나라, 젊은이들이여!(프랑스 혁명) 36 | 끝을 향한 시작 43

새로운 상대성 이론 49 | 지구에서 달로 57 | 우주 상수로서의 c 60

 

2. 시간을 재는 초

광기의 순간 67 | 철학자의 동의를 얻는 것이 더 쉬울까? 70

시간이 진자처럼 흔들리다 75 | 음악과 원자 80

모든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모든 개인을 위해 85

녹아내린 시간 88 | 상대론적 현재 91 | 시공간의 그림자 95

일상생활 속의 상대성 이론 99

 

3. 질량을 재는 킬로그램

편지들 105 | 달란트와 카르보 씨앗 113 | 우리 신혼여행에 누가 올까? 118

, 열둘, 아무도 없다? 122 | 흑체가 내는 빛 125

노벨 수상자들도 실수한다 128 | 정체성의 위기 132

사과와 화성 134 | 수정구와 연기 신호 136 | 고양이뿐만이 아니었다 137

1021141 | 양자와 저울 143 | 작은 종이 쪼가리 145

 

4. 온도를 재는 켈빈

당신의 건강을 위하여! 151 | 감각에서 측정으로 154 | 평형의 문제 159

끓는 물과 녹는 얼음 161 | 얼음처럼 차가운 페로니 여섯 캔 164

맥주 분자 167 | 형제들 169 | 도달할 수 없는 목표 172

태양보다 더 뜨겁다 175

 

5. 전류를 재는 암페어

긁어내기, 그리고 ... 볼타 183 | 사라진 글자 184 | 에펠탑 187

과학적 방랑자 190 | 전선, 나침반, 그리고 전류 192

전기와 지속적인 발전 198 | 나머지 10퍼센트 204

 

6. 물질의 양을 재는 몰

오렌지 껍질 211 | 모플렌! 215 | 나쁜, 그리고 정당하지 않은 평가 218

사후의 명성 223 |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 226

다른 길을 보지 않는 사람들 230

 

7. 밝기를 재는 칸델라

아홉 번째 날의 초상화 239 | 설탕과 산소 241 | 푸른 물과 맑은 물 243

인간의 측정을 위해 248 | 최대의 만족 253

 

에필로그: 측정을 위한 측정 255

감사의 말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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