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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컬렉터가 사는 법 : 발견과 몰입의 순간
역사 컬렉터가 사는 법  : 발견과 몰입의 순간
  • 저자 : 박건호 지음
  • 출판사 : 빨간소금
  • 발행연도 : 2024년
  • 페이지수 : 267p
  • 청구기호 : 904-ㅂ168ㅇ
  • ISBN : 9791191383522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정찬종

 

우리 집 벽장 속 선반 한편에는 추억 상자라는 이름의 검은 상자가 있다. 그 안을 열어보면, 소중한 사람에게 받은 편지, 예전에 쓰던 시계, 휴대폰을 바꾸면서 이제 쓰지 않는 휴대폰 케이스, 일하며 누군가에게 받은 쪽지와 포스트잇, 어딘가 전시회에서 받았던 책자 등이 잠자고 있다. 이사를 하며 의미가 바랜 것들을 많이 버리고 나니 이제는 정말 버리기 아까운 것들만 모여 있는 그 추억 상자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 ‘너무 사소한 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역사 컬렉터로서 나는 옛 물건을 통해 그 시대를 만난다. 옛 자료는 몇백, 몇천 년 전 혹은 몇십 년 전에,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과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 살아갈 사람들을 연결한다. 옛 자료 자체가 역사다. 그러므로 내가 수집하는 자료는 <독립선언서><대한민국임시헌장>처럼 반드시 큰 문서일 필요는 없다. 평범한 시민의 메모 한 장, 월급 명세서, 한국 전쟁 때 쓴 군인의 일기장 등 작은 문서에도 역사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본문 21p).

 

직접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의문에 <역사 컬렉터가 사는 법>의 저자이자 역사 교사, 기록학과 객원교수, 방송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박건호 역사 컬렉터는 명료하게 답을 주었다. 물건을 본래의 용도로 쓰기 위해서 가지고 있기보다, 그 물건에 담긴 이야기를 간직하기에 무엇이든 역사이고, 무엇이든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책 <역사 컬렉터가 사는 법>에는 평범한 사람의 기록과 물건에서도 역사를 발견하는 작가의 역사 컬렉터로서의 삶과 수집품, 수집하며 실제로 따라오는 경제적 어려움과 그럼에도 수집하는 컬렉터의 마음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컬렉터들은, 아니 적어도 나는 자료가 가진 소중한 의미 때문에 수집한다. 그 소중한 의미를 찾고 부여하는 긴 여정이 바로 수집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수집하다 보면 수집품이 담고 있는 고유한 의미도 의미지만, 수집 과정에서 겪은 마음 졸임이나 슬픔, 기쁨의 감정까지 곁들여져 하나의 의미 체계를 형성한다. 그래서 컬렉터들의 컬렉션은 고유한 빛깔과 향기를 지닌다. 컬렉터의 수만큼 컬렉션이 존재하는 이유다(본문 13p).

 

어릴 때부터 역사를 좋아해 관련 학과에 진학한 후 양양에서 찾은 빗살무늬 토기를 시작으로 조선시대 기근 때 쓰인 한글 가사, 일제강점기 범죄인 명부(에서 찾아낸 독립 유공자), 일장기를 재활용한 태극기 등 작가의 수집품에 깃든, 책 속 역사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다. 무엇보다, 누구나 알고 있는 화려한 문화재보다 평범한 사람의 사소한 기록에 관한 이야기이기에 더욱 공감과 마음이 가고, 어떤 것이든 역사가 된다는 점이 신기하다. 지금 쓰는 서평과, 가계부, 일기도 언젠가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면 역사 컬렉션이 된다고 생각하니 하루하루를 조금은 더 만족스럽게 채워야 한다는 왠지 모를 책임감도 드는 기분이다.

 

 

당연하게도 역사 그 자체를 다룬 저명한 책들은 많이 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승자의 역사, 혹은 큰 흐름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무겁고 크지 않아도 우리가 보내는 지금도 잠시 후면 역사가 된다. 그렇기에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역사 컬렉터이다. 함께 시대를 살아가는 역사 컬렉터들에게 이 <역사 컬렉터가 사는 법> 일독을 권한다.

저자 소개 (저자: 박건호)

 

1969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자랐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정보기록학과에서 기록학을 공부했다. 명덕외국어고등학교를 시작으로 지금은 강남대성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정보기록학과 객원교수, 국가기록원 민간 기록물 수집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1990년대에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국사 수업 자료집>, <노래와 소리로 보는 우리 역사>, <주제별 슬라이드 수업 자료집> 등 다양한 교육 자료를 만들어 보급해 역사 교사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역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공저), 컬렉터, 역사를 수집하다, 역사 컬렉터, 탐정이 되다를 썼고,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MBC <선을 넘는 녀석들> 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목차

 

책을 펴내며

프롤로그 역사 컬렉터와 수집

 

1.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모래사장에서 만난 신석기 시대

대지마 감자와 일본

애간장 타는 한여름의 가뭄

벽걸이 텔레비전 대신 그림 한 점

아내가 폭우를 맞으며 갤러리에 간 이유

본격적으로 수집을 시작하다

 

2. 생계형 컬렉터가 사는 법

수집의 즐거움이 궁핍함을 이긴다

컬렉터의 속내

박물관으로 떠나보낸 내 수집품

김소월이 사 준 밥, 김환기가 따라 준 술

딸아이를 반기문 장학생이라 하는 이유

 

3. 역사 컬렉터로 살다 보면

아내의 극비 프로젝트

안중근 대신 이완용이라니

이완용은 제주 가고 김부귀는 서울 오고

나의 민화 수복기

범죄인 명부에서 발굴한 독립유공자

 

4. 컬렉터의 필수 관문, 경매의 세계

경매, 그 오묘한 세계

내가 수집하지 않는 것

나는 무엇을 수집하는가

역사의 오류를 담고 있는 자료

수집품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5. 수집품이 들려주는 역사

일장기를 재활용한 태극기와 탄피 재떨이

송황순의 <추억록>과 해방 직후 연호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인

송종섭은 인민을 착취한 적이 없습니다.”

음악주보에서 우연히 만난 금수현

미스터리한 백두산 정계 지도 - <임진목호정계시소모>(1)

세 장의 쌍둥이 지도 - <임진목호정계시소모>(2)

 

6. 수집을 통해 배우는 삶의 지혜

쓸모없음의 쓸모

더욱 날카롭게, 더욱 정교하게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너와 내가 함께했을 때 인생은 온전해진다

경계를 벗어나야 그 너머가 보인다

하루하루가 곧 소중한 역사다

 

에필로그 수집이 미지의 세계로 나를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