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최혜미
2015년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17일간 접수한 질문에 대한 상담을 진행했다. 총 37,465통의 질문이 접수되었고, 3개월간 정독한 그는 3,716통의 답장을 보냈으며 그중 473통의 답장을 책으로 엮어 출간1)하였다. 그중 한 독자가 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더 낙천적이고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한다.
“설령 불행해진다 해도, 다른 사람에게 미움을 좀 받는다 해도
책을 읽지 않는 것보다 책을 읽는 인생이 훨씬 좋습니다. 그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 아닐까요.”2)
요즘은 ’읽기‘에 관한 책을 찾고 있다. 방법론보다는 철학에 가까운 것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서이다. ‘책의 수많은 이점에도 불구하고, 책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 할까?’ 이 질문에는 도서관의 사서로서 그리고 독자로서, 어쩌면 평생에 걸쳐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에 골몰하는 요즘, 때마침 출판계에서는 독서와 읽기, 특히 ’문해력‘에 관한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서평의 첫 인용구도 최근 읽은 「천년의 독서: 오직 읽기로만 열리는 세계」에서 발췌했다)
시작은 EBS <당신의 문해력>이었다. 총 6부로 구성된 이 다큐멘터리는 대한민국에 ’문해력‘을 사회적 이슈로 부상시켰다. 너무나 당연시 생각했던 ’글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이 영상 매체문화의 발달로 이토록 심각한 위기에 처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책으로도 출간되어 큰 주목을 받았는데, 「당신의 문해력(2021)」이 공부에 기초하여, 아이들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 「읽었다는 착각(2022)」은 <당신의 문해력+>의 내용을 담은, 성인 문해력 수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대한민국의 성인이라면 대부분 ’읽고 쓰는 행위‘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읽었다는 착각(2022)」은 ’읽기‘라는 행위 자체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 사실, 제목만으로도 뜨끔하게 만드는 책이다. 단순히, 신문 기사를 ’읽고‘, 정보 페이지를 ’읽고‘, 유튜브의 정보 요약 영상을 보았다고 해서 우리는 읽은 것일까? 정말 ’제대로 읽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심증과 추측이 아닌, EBS에서 진행한 2022년 성인 문해력 테스트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다. 응답자의 약85%가 고등교육 학력자였던 이번 테스트의 평균점수는 15점 만점에 6.19점.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보였다. 그리고 대부분이 문해력에 대한 자신감에 비해 테스트 점수는 낮은 결과를 보였다. 여기에서 「읽었다는 착각」이 시작하는 것이다.
너무나 많은 정보 속에서 그 안의 거짓과 속임수 그리고 진실을 가리는 것은 나날이 어려워져 간다. 이제는 읽는 것만으로 읽음의 기능을 수행해 낼 수 없다. 그렇다고 읽기를 외면할 수 있다. 우리는 읽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므로, 사회는 우리에게 ’제대로‘ ’잘‘ 읽어야 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업무 메일을 읽는 것도, 생활 속 통계를 읽는 것도, 온라인 뉴스를 읽는 것도, 계약서와 법 관련 문서를 읽는 것도, 논쟁의 상황을 읽는 것도 ’문해력‘은 하나의 현상이나 단발적인 사회적 이슈가 아니라, 바로 여기에서 존재하고 있다. ‘제대로 ‘잘’ 읽어야만, 우리는 우리의 삶을 ‘제대로’ ‘잘’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추천 도서가 아니라, 필독 도서로 선정하고 싶다. 책 읽는 사람이라면 가지고 있는 ‘제대로 읽고 싶어 하는 욕구’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담긴 가이드북과 워크북의 역할 그리고 나의 ‘읽기’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성인 문해력 검사지까지.
문해력을 갖춘 어른들은 스스로 읽고 쓰는 방식을 분석하고 성찰한다.
이들은 언어적, 시각적, 감각적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텍스트를 경험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삶의 방식’을 기꺼이 수정하고 다듬는 일에 부지런하다.
많은 기사가 문해력 저하를 언급하고 있다. 아이들의 문해력 향상을 위한 여러 교육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어른들은? 지금 이 기사를 쓰는 기자도, 이 기사를 읽고 있는 이도 모두 어른이다. 문해력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삶의 방식이다. 조금 더 나은 삶, 편안한 관계, 발전적인 소통을 위해서. 우리는 섣부른 ‘행동의 일기’가 아닌 ‘의식성의 읽기’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읽고,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1) 「무라카미 씨가 있는 곳(村上さんのところ)」(2018), 한국의 번역서는 아직 없다. 권남희 번역가도 답장받았다(「혼자여서 좋은 직업」(2021))고 한다.
2) 「천년의 독서(千年の讀書)」(미사고 요시아키, 2023)
♣ 저자 소개 (저자: 조병영)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및 러닝사이언스학과 리터러시 전공교수로 재직하면서 뉴리터러시학습연구실(New Literacies Learning Lab)을 이끌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읽는다”는 현상에 관심 갖고 이를 인지, 언어, 학습, 문화, 기술의 관점을 통합하여 연구하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읽기교육으로 철학박사를 받은 후 아이오와주립대와 피츠버그대에서 교수를 역임했으며, 미국 연방정부의 2026~2045년 국가교육발전평가(NAEP) 프로젝트에 연구개발위원으로 참여했다. EBS 〈당신의 문해력〉(2021)과 〈당신의 문해력 플러스〉(2022) 프로그램을 총괄 자문했고, EBS 클래스ⓔ 〈리터러시〉(2021)와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세상을 바꾸는 힘, 문해력〉(2022)을 강의했다. 인문교양서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쌤앤파커스, 2021)의 저자이다.
♣ 목차
책머리에
Introduction_읽지 못하는 어른들의 시대
나의 문해력 향상 전략
문해력의 쓸모_문해력이 좋으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의심과 질문_지금 우리는 제대로 읽고 있을까?
의식과 성찰_그래서 어떻게 읽어야 할까?
Chapter 01_업무 메일 읽기
마주하지 않은 대화
소통의 기본_업무보다 사람
비대면 대화의 기술_‘답메일’을 쓰기 전 먼저 할 일은?
소소한 메일 작성법_내겐 너무 어려운 첫인사
Chapter 02_생활 속 통계 읽기
숫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법
백분율 제대로 읽기_철수와 영희는 왜 먹지도 않을 소금물을 섞는 걸까?
백분율의 응용_백분율만으로는 부족해!
직감과 확률_MBTI가 같은 사람을 만나다니, 이것은 운명일까?
평균값의 이면_주가지수는 상승하는데 왜 내 주식은 떨어질까?
표본조사 결과의 의미_대선 후보 여론조사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Chapter 03_온라인 읽기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온라인 자료 평가하기_누가, 어떤 근거로, 왜 만들었을까?
가짜 뉴스 판별법_인포데믹 세상에서 살아남기
Chapter 04_논쟁 읽기
화내지 않고 몰입하다
다툼의 시작_당연한 걸 두고 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걸까?
다른 전제_맞는 말인데, 왜 화가 날까?
전제를 찾는 방법_당신은 왜 글을 못 쓴다고 생각하는가?
각자의 전제 확인하기_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Chapter 05_계약서 읽기
문서로 지키는 권리와 의무
계약과 계약서_그 옛날 수메르인은 왜 계약서를 썼을까?
온라인 전자상거래 약관 읽기_아무튼 동의한 계약서?
주택 임대차 계약서 읽기_읽어서 지키는 주거의 편의
근로계약서 읽기_읽어서 지키는 노동의 가치
Chapter 06_법 문서 읽기
법으로 살아가는 법
도로교통법 읽기_녹색등이 깜박일 때 건너가도 될까?
법의 구조, 문장의 구조_어려운 법, 어떻게 읽을까?
생활과 법_주운 물건을 가진 것뿐인데 횡령이라고요?
시민의 의무와 권리_법 읽기가 미래를 구한다
부록
성인 문해력 검사 (가)형: 의미 추론
성인 문해력 검사 (나)형: 생활문 이해 및 활용
성인 문해력 검사 (다)형: 온라인 생존 문해력 테스트
정답 및 해설 모음
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