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정찬종

‘사랑을 하면 바보가 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후에 나의 행동을 돌이켜 봤을 때 현실적 타격이 오며 생각나기도 하지만 대체로 가까운 이들에게서 ‘사랑의 바보’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신기하게도 이러한 증상은 평소에 행동이 딱 떨어지는 똑똑한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 누구에게나 나타난다. 사랑을 하면 이성적 판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을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 <사랑의 오류에 대한 철학적 안내서>의 두 저자는 그 방법으로 인식론을 제안하였다.

호세 A 디에즈아 안드레아 이아코나는 총 6장에 걸쳐 인식론적 기법으로 사랑을 하게 되면 겪는 오류를 관찰한다. 기본 개념 정리부터 사랑에 빠지는 순간과 사랑이 떠나가는 순간까지 우리가 겪는 오류를 이야기하는데, 막연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분석하려고 하는 시도가 흥미롭다. 이에 더해 사랑에 빠진 이들의 근거 없는 믿음을 깨는 데 사용되는 근거가 단단하여 저자의 견해에 신빙성을 더한다.

감정 투자에 대해 고민할 때 연인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추론하는 경향이 있다. 이별의 첫 단계, 헤어질 가능성을 고려하게 될 때 ‘매몰 비용 오류’를 저지르기 쉽다. 헤어져야 한다는 점이 점차 분명해지는데도 지난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많이 투자했으니 좀 더 노력해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다 잃어버리는 것보다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131p).

막연하게 어렵게만 느껴지는 철학이라는 분야임에도 책이 딱히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현직 철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두 저자의 적절한 예시 덕분이다. 설명하고자 하는 부분이 문학에 있다면 문학에서, 경제학적 용어에 있다면 경제학에서, 그도 아니라 실생활이 있다면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 설명한다. 이러한 적절한 예시 덕에 책을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이 더 명쾌하게 다가온다.

키코: 당신은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이 아냐/ 알렉스: 대체 무슨 소리야?

키코: 당신은...더 이상 당신이 아니라고./얼렉스: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키코는 알렉스가 하는 일이나 가진 것과 무관히 인간으로서 사랑한다고 믿었으므로 이제와서 마음 바뀐 이유를 설명하기 힘들다. 알렉스는 전과 똑같은 사람이라면 계속 사랑해야 마땅하다. 그리하여 키코는 알렉스가 더 이상 알렉스가 아니라는 명백한 오류에 도달한 것이다(50p).

저자는 책 말미에 사랑에 대한 오류를 아는 것이 그것이 주는 부정적 영향을 제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 맹목적인 사랑에 돌진하는 것도 좋지만, 한 번쯤 내가 느끼는 감정과 사랑의 오류가 아닌지 돌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다. 사랑이라는 모호한 감정에 관한 논리적인 해석에 흥미가 간다면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