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최혜미
당신의 마음에 찾아온 첫 음악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열 명의 작가가 답한다.
시인, 소설가, 유튜버, 음악가, 디자이너, 카피라이터인 그들의 마음에 처음 찾아온 음악, ‘첫 음악’을 말이다.
질문에서 멈춰본다. ‘첫 음악’. 기록이라기보다, 기억에 가깝다.
어디 보자. ‘처음 들었던 음악’. 이건 아니지, 기억조차 어렵다.
그럼 다시. ‘첫 음악’. 기억의 영역보단, 마음의 영역에 가깝다.
‘어느 정도의 속도로 세면 되는 것인지, 그건 마음이 안다1)던데.
‘걸음’이 아닌 ‘음악’도 그러할까.
그렇지. 음악 또한 걸음이지. 하나의 템포, 하나의 리듬. 사뿐사뿐 혹은 머뭇머뭇.
이 책 「제법, 나를 닮은 첫 음악」이 그러하다.
열 명의 작가, 열 개의 이야기.
그 이야기를 따라 ‘걸음’을 옮기다 보면, 듣게 되는 멜로디.
열 개의 이야기, 열 곡의 음악.
그 음악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 보면, 만나게 되는 무언가.
장면이기도 하고, 감정이기도 한. 사람이기도 하고, 감각이기도 한.
‘책은 감각경험의 하나라고 생각해요.’라는 말이 떠오르는 책이다.
열 명의 작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그들이 경험했던 ‘첫 음악’을 감각경험하게 된다.
‘삶이 음악 같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8p
‘고통과 슬픔, 갈등과 외로움에서 도망친 사람이
그 도피처 안에서도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놓지 않고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떠올리게 한다.’ -59p.
‘누구도 알려준 적 없지만 내가 스스로 깨닫게 된 것,
그것은 동경하는 마음이 내게 보여준 것이다.’ -87p.
‘그럴 때면, 이런 작은 순간들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101p.
‘음악이 끝나고 눈을 뜬다. 삼 분 십오 초. 이건 얼마만큼의 시간인 것일까.’ -117p.
음악을 이야기하는 글을 읽었을 뿐인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음악이 들려온다.
삶의 경험에 음악이 덧씌워지는 순간이 이럴까. 아니면, 음악이라는 경험이 삶에 입혀지는 것일까.
길지 않지만, 그렇다고 짧지 않은 여운을 주는 이 책을 덮고 나면. 문득, 떠올려보게 된다.
당신의 마음에 찾아온 첫 음악은 무엇인가요?
이제는 어떤 단어들이 떠오르는가? 혹은 어떤 문장이, 또는 어떤 장면이.
그 음악은 제법 당신을 닮았겠지요.
첫 음악을 찾아서, 그리하여 나를 찾아서. 내 마음 안으로 걸음을 옮길 이들에게.
혹은, 열 명의 작가들로부터, 그들의 경험으로부터 감각하고 싶은 읽기에 매료된 이들에게.
실은, ‘음악과 인생’이라는 주제의 멋진 에세이를 읽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1)「반짝이는 밤의 낱말들」 중 ‘걸음’ /유희경
♣ 저자 소개
■ 저자: 권민경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가 있다.
■ 저자: 김겨울
피아노를 치고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고 라디오를 진행한다. 여러 일을 해서인지 인생의 목표가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무언가 목표를 세우고 사는 편이 아니라서 매번 당혹스러워하다가 요새는 피아노 잘 치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실은 당장 오늘 연습이 어떻게 흘러갈지조차 잘 모른다. 『독서의 기쁨』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책의 말들』 등을 썼다.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 운영자. MBC FM 〈라디오 북클럽 김겨울입니다〉 DJ. 작가. 띵 시리즈에는 ‘떡볶이’로 참여할 예정이다. ‘단것’을 싫어한다.
■ 저자: 김목인
밴드 ‘캐비넷 싱얼롱즈’로 데뷔해, 현재는 자신의 이름으로, 음악극 ‘집시의 테이블’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음악가 자신의 노래》, 《한 다발의 시선》, 《콜라보 씨의 일일》 등의 앨범을 발표했고, 책에 대한 애정으로 글쓰기와 번역도 병행해왔다.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음악가 김목인의 걸어 다니는 수첩』 등을 썼고, 『다르마 행려』,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스위스의 고양이 사다리』 등을 옮겼다.
■ 저자: 나푸름
1989년에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소설집 『아직 살아 있습니다』가 있다. 사실 링고 스타보다 비틀스를 더 좋아한다.
■ 저자: 민병훈
2015년 『문예중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파견』 『재구성』 등을 냈다.
■ 저자: 서윤후
2009년《현대시》로 등단했다. 시집《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휴가저택》《소소소 小小小》《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와 산문집《방과 후 지구》《햇빛세입자》《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이 있다. 제19회 ‘박인환문학상’을 수상했다.
■ 저자: 송지현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에세이《동해 생활》 등을 썼다. 봄이 오면 마음이 달떠 새로운 취미에 도전한다. 올해의 목표는 악기 배우기. 아직 어떤 악기를 배울지 정하지는 않았다. 매해 새로운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며 지낸다. 실패도 새로우면 좋다는 생각이다. 제6회 내일의 한국작가상을 수상했다.
■ 저자: 유희경
시인이고,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의 서점지기이다. 시집을 펼쳐 잠시 어딘가로 다녀오는 사람들을 마중한다. 종종 서점에 머무는 독자들에게 머그에 커피를 담아 건네곤 한다. 종일 이 작은 서점 일의 즐거움에 대해 궁리한다.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읽기와 쓰기를 공부했으며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해 시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시집 『오늘 아침 단어』,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이다음 봄에 우리는』, 산문집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을 펴냈다.
■ 저자: 이기준
음악에 감화되어 그래픽 디자이너로 성장했다. 산문집 『저, 죄송한데요』, 『단골이라 미안합니다』를 지었다. 때마침 재즈 트리오 더티블렌드의 새 앨범을 디자인하고 있다.
■ 저자: 이희인
이 일로 밥벌이를 하며 살아왔으니 ‘광고 카피라이터’가 분명합니다. 우리 국토와 낯선 나라들을 열심히 헤집고 다녔으니 ‘여행가’라 해도 될 듯합니다. 사진에만 목숨 걸고 용맹하게 정진하는 분들을 생각한다면 ‘사진가’라고 명함을 내밀기 부끄럽습니다. 몇 권의 책을 냈지만 한참 부족하다 생각하니 ‘작가’란 이름도 황송합니다. 20년 넘게 꾸준히 해온 여행의 경험을 씨실 삼고 독서, 사진, 광고, 음식, 영화 등의 경험을 날실 삼아 다양한 글을 써왔습니다. 100여 개쯤 나라를 여행했고 『여행자의 독서』, 『자, 이제 다시 희곡을 읽을 시간』 등 모두 12권의 책을 썼습니다. 커서 희곡작가, 연극 연출가가 되는 게 꿈입니다.
♣ 목차
권민경
불법 클래식 테이프와 심야 라디오
김겨울
이방의 노래
김목인
지금도 꺼지지 않는, 오래전의 붐!
나푸름
링고의 정원
민병훈
언더그라운드의 언더그라운드
서윤후
동경
송지현
내 사랑 내 곁에
유희경
겨울, 맨 처음에 놓인 늘 마지막 음악
이기준
음악의 형태
이희인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우리는 <연극이 끝난 후>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