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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호텔
세번째 호텔
  • 저자 : 로라 밴덴버그 지음 ; 엄일녀 옮김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연도 : 2021년
  • 페이지수 : p
  • 청구기호 : 843.6-ㅂ744ㅅ
  • ISBN : 9788954682978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최은주

 

우리는 오늘 함께 읽을 책에서 가상의 공간인 세 번째 호텔로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주요 키워드는 아쉬움, 후회, 그리움이라 할 수 있겠다. ‘세 번째 호텔의 저자인 로라 밴덴버그는 남편을 잃고, 남편 대신 쿠바의 하바나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참석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지극히 평범할 수 있는 이야기의 중심에 세 번째 호텔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재창조하여 거기서 이야기 속에 새로운 스토리가 시작된다.

배우자의 죽음을 소재로 한 소설은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영화로도 개봉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도 부인을 잃은 남편의 아쉬움이 다음과 같은 글로 묘사된다.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기후쿠는 말했다. "내가 그녀를-적어도 중요한 일부를-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거야.

그리고 그녀가 죽어버린 지금, 그건 아마도 영원히 이해되지 못한 채 끝나겠지. 깊은 바다 밑에 가라앉은 작고

단단한 금고처럼.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아.“ (무라카미 하루키, 드라이브 마이 카, 문학동네)

 

소설의 서두에서는 사건의 배경을 비교적 장황하게 한 장 전체를 할애하여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세 번째 호텔이라는 가상 공간을 통해, 다른 세계, 다른 사건을 독자들로 하여금 경험하게 할 의도였던 듯싶다. ‘죽음, 부재라는 소재는 그 이면에 가려진 진실을 찾고픈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주인공 클레어는 남편과 비교적 케미가 잘 맞았던 부부로 여러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그녀는 지난 기억을 더듬으며, 떨어졌던 손톱과 일상과 달랐던 죽음 전의 남편의 행적들을 되새겨보기 시작한다.

 

클레어는 사십 년을 살아온 사람의 걸음걸이가 갑자기 바뀌는 이유를 생각해보려 애썼다. 출장지에서 전화를

걸면 낯설고 끝없는 침묵이 돌아왔다. 남편은 클레어가 집에 있으면 저녁때 혼자 나가 한참 동안 산책을

했고, 그건 결국 그의 사망으로 이어질 불길한 조짐이었다. (p.37)

 

그러던 어느 날, 클레어는 쿠바 하바나로 여행을 떠나게 되고, 갑자기 돌아갈 비행 예약이 취소되면서, 세 번째 호텔에 투숙하게 되는데, 거기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을 만나게 된다. 클레어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소설은 남편의 부재와 섬뜩한 재등장을 프레임화하여 결혼과 고독을 고찰한다. 저자는 클레어와 리처드의 관계를 반짝이는 조각으로 보여주며, 실제 보이는 것과 이면의 감추어진 것에 대한 무언의 두려움을 드러내는 것이다.

결혼식 직후, 클레어는 남편의 엄청난 학자금 대출과 신용카드 빚이 어느 정도인지, 그들이 불륜을 저지르는 동안 숨겨져 있던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1년 후, 그들의 1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부부는 네바다로 출발한다. 클레어는 라스베이거스를, 리처드는 데스 밸리를 경유하는 것이 두 부부의 타협안이다. 사막 한가운데서 차가 고장 나자 두 사람은 무더운 차 위에서 코요테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참혹한 밤을 보내게 된다.

한편, 클레어는 고독과 독립을 위해 중서부 전역의 호텔과 기업에 프리미엄 탄소 엘리베이터 케이블을 판매하는 회사에서 출장을 자주 가게 된다. 그녀는 길 위에서의 삶, 일상에서 경험하는 마법을 즐기게 된다. 그녀는 오마하에서 탁자 서랍을 열었을 때, 완벽하고 온전한 새끼손가락의 손톱이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게 된다. 클레어에게 이것은 남편의 비밀 중 기이한 사건으로 다가오게 된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주인공인 클레어와 리처드의 공통분모는 무엇인지 궁금하게 된다. 이들 부부의 열정은 두 사람을 갈라놓는 소재로 작용하게 되는데, 클레어는 집을 떠나고 싶어 하고, 리처드는 영화가 고독을 제공한다는 믿음으로 영화를 분석하는데, 시간을 보내게 된다. 또한 그들에게는 자녀가 없으므로 그들의 결혼 생활은 이면에 감추어진 비밀을 통해 마치 각자 서로를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클레어와 리처드는 결혼 생활에 있어서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게 된다. 하바나에서 리처드는 탁자 위에 단 하나의 의자만 놓여 있는 작은 방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세 번째 호텔의 반전 매력은 평범한 듯 보이는 부부의 일상에 감추어진 비밀을 상상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는 소설의 장치를 통해 미스터리 하게 묘사한다는 점에 있다. 작가는 그저 남편이 죽었다. 나는 혼자 남겨졌다. 이렇게 서사를 쓰게 되면 자칫 평범할 수 있는 소재를 미스터리 장르를 활용하여 독자들에게 사건의 전개 과정을 추리하게 만든다.

세상을 떠난 남편이 감추고 있었던 사실들, 결혼 생활을 하면서 서로에게 충실하지 못해서 현실에서는 늘 서로를 떠나 있었지만, 가상의 세계에서 클레어와 리처드는 다시 만나 서로에게 물음표로 남겨두었던 것에 대한 해답을 찾아간다. 이러한 전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인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도 잘 드러난다. 아내와 내연관계에 있던 남자와의 대화를 통해 주인공인 기후쿠는 아내가 죽기 전에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마지막 말에 대한 해답을 긴 여정의 드라이브를 통해 찾아가게 된다.

이러한 미증유의 세계에 대한 서사는 그리스 신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었고, 이루어질 수 없지만, 아쉬움으로 남는 결말로 대부분 끝을 맺게 된다. ‘세 번째 호텔의 서사가 매력적인 것은 그러한 고전의 레퍼토리에 미스테리라는 장르를 더했다는 점이다.

 

그때 아버지의 목소리가 어린 클레어에게 말했다. 신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우주에 사는 게 아니라 사물의 내부에, 산과 나무 속에 산다고. 클레어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 안개는 숨결이었다. (중략) 소나무와 타르와 소금과 짐승 냄새를 맡았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소나무 향이 가장 세서 다른 모든 냄새를 뒤덮었다. 그 후로는 매해 소나무 향을 맡을 때마다 순간적으로 신의 숨결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p.228)

 

클레어는 가상의 세계에서 남편을 만나고, 못다 한 이야기를 한 후, 조용히 떠나보내게 된다. 흥미진진한 서스펜스와 미스터리 장르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저자 소개 (저자: 로라 밴덴버그)

보르헤스, 볼라뇨, 카프카와 코르타사르의 계보를 이어 탁월한 환상 문학의 세계를 보여준다고 평가받는 작가. 1983년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태어나 자랐다. 롤린스 칼리지를 졸업한 뒤 보스턴으로 건너가 에머슨 칼리지에서 문예 창작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9년 첫 단편집 모든 물이 우리를 떠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WHAT THE WORLD WILL LOOK LIKE WHEN ALL THE WATER LEAVES US), 2013년 두 번째 단편집 청춘의 섬(THE ISLE OF YOUTH)을 발표했고, 두 작품이 연이어 프랭크 오코너 국제 단편소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15년 첫 장편소설 나를 찾아봐 FIND ME를 출간하며, 기묘하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뛰어난 신예 작가라는 평을 얻었다. 두 번째 장편소설인 세 번째 호텔(2018)은 갑작스럽게 뺑소니 사고로 남편을 잃은 주인공이 쿠바 아바나에 갔다가 죽은 남편과 마주치게 되면서 벌어지는 기이하고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공포영화와 여행소설의 문법을 전복적으로 사용해 삶과 죽음, 자아와 정체성, 결혼과 사랑, 젠더와 여성에 대한 밀도 높은 탐구와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영 라이언스 소설상(2019) 최종 후보에 올랐고, 보스턴 글로브〉 〈라이브러리 저널, BBC, 릿허브 등 다수의 매체에서 추천 도서로 선정되었다. 2020년 출간된 단편집 늑대의 귀를 잡다I(HOLD A WOLF BY THE EARS)는 조이스 캐럴 오츠 프라이즈 후보에 올랐다. 컬럼비아대학교, 워런 윌슨 칼리지, 하버드대학교 등에서 문예 창작을 가르쳐왔으며, 현재 남편인 폴 윤 작가와 함께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살고 있다.

 

목차

1부 손톱 _011

2부 병적인 욕구 _123

3부 미지의 법칙 _239

 

참고 자료와 감사의 말 _321

옮긴이의 말 _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