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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저자 : 재영 책수선 지음
  •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 발행연도 : 2021년
  • 페이지수 : p
  • 청구기호 : 012.7-ㅈ224ㅇ
  • ISBN : 9791168120716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정문

 

흔적의 아름다움.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은 망가진 책을 수선하는 재영 책수선의 대표가 쓴 책이다. 작가는 미국의 도서관 산하 책 보존연구소에서 책 수선을 전문적으로 교육받고 도서 보수 작업을 하다가 한국에서는 생소한 책 수선집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작가가 수선한 20여 종류의 책의 작업일지를 담았다.

 

작가는 챕터마다 훼손된 책의 모습, 그 모습을 지켜본 의뢰자의 기억과 추억, 그 책이 작가의 기술을 통해 수선되는 과정을 그린다. 그렇다고 책 수선에 대한 딱딱한 기술서적이나 단순한 책 소개를 하는 따분한 비평서를 쓰지는 않았다. 그 책을 사용했던 의뢰인과 깊은 대화를 통해 그 책에 담긴 추억, 그 추억을 지속하게 하려는 작가의 배려와 노고를 담은 따뜻한 에세이로서의 이야기를 쓴다.

 

‘(어머니의 유품이었던 책을 수선을 맡긴) 의뢰인이 완성된 책을 찾으러 오셨고, 떨리는 마음으로 수선한 곳들을 구석구석 보여드렸다. 그런데 설명을 듣던 의뢰인이 갑자기 눈물을 터뜨리셨다. 의뢰인이 어떤 기억에 눈물을 흘리셨는지 그 마음을 내가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건 의뢰인과 어머니, 그 둘만의 이야기니까. 다만 잃어버렸거나, 혹은 옅어진 어머니와의 어떤 기억 한 조각이 다시 떠올랐던 건 아닐까, 그런 반가움의 눈물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 p. 80

 

작가는 책 너머 사람을 보여준다. 어릴 적 자주 읽던 동화책, 아버지가 자녀에게 물려주려는 낡은 성경, 할머니의 낡은 원고지 일기장, 돌아가신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시던 책. 작가가 작업한 책들은 그 책의 제목보다는 그 책을 쓴 사람들에 대한 기억으로 소개된다. 부모님의 헌신, 다시 보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 주변 사람에 대한 사랑에 대한 기억을 통해 소개된 책들은 그 제목보다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우리가 그 책을 보면서 느끼지 못했을 새로움과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다.

 

작가의 수선작업은 우리에게는 익숙한 고서 복원, 보수와는 다르다. 책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만 집중하지 않는다. 헤지고 찢긴 페이지는 정돈하되, 의뢰인의 시간이 담긴 흔적들은 상의하여 지우지 않는다. 추억의 영역을 보존한다. 그리고 마치 새로운 옷을 리폼 하듯, 그 상태의 책에 맞는 새 표지와 글씨를 정하고 디자인한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책 제목 <오래된 미래>처럼 흔적에 담긴 오래된 추억은 살리되 그 책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찢어진 종이를 붙이고, 무너진 책등을 바르게 세우고, 사라진 조각을 채우면서 책이 잃어버렸던 기억을 회복시켜주고, 새로운 커버나 지지대, 혹은 케이스를 만들어주며 책에게 새로운 시간을 약속하다 보면 사람의 인생처럼 책에도 한 권 한 권 각자만의 책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사연들과 파손된 책과 주인의 추억, 그 책이 지나온 시간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 p.165

 

작가의 기록은 책을 넘어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새로운 것만 좆아 추억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작가는 그리움과 애정의 힘을 일깨운다. 소개된 책만큼 누군가에게 사랑을 준 적이 있을까. 또한, 그만큼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받은 적이 있었나 되짚어 보게 된다. 얼룩덜룩 추억이 담긴 헤진 책의 페이지를 넘기듯, 그 사랑의 기억 속에서 나를 사랑해준 사람에 대한 그리움, 내가 사랑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게 된다. 작가의 기록을 읽으면서 흔적의 아름다움을 다시 느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저자 소개 (재영 책수선)

망가진 책을 수선하는 재영 책수선대표. 기술자이면서 동시에 관찰자이자 수집가다. 오늘도 연남동의 개인 작업실에서 책의 기억을 관찰하고, 파손된 책의 형태와 의미를 수집한다.
Homepage: book-conservation.com
Twitter @pencilpenbooks
Instagram @pencilpenbooks_jy


 

목차

프롤로그 내 직업은 책 수선가다 

살아남는 책 
낙서라는 기억장치 
수선복원의 차이 
| 책으로 자전거 타기
대물림하는 책, 그 마음을 담아 
떠난 자리에 남은 책 
재단사의 마음으로 
| 오늘도 무사히 책 수선가입니다
시간의 흔적을 관찰하는 일 
버터와 밀가루의 흔적을 쌓아가기를 
당신의 찢어진 1센티미터는 어디인가요
| 나의 오랜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1 | 
할머니, 여기는 산수유 꽃이 피어날 계절이 곧 돌아와요 
무너져가는 책의 시간을 멈추다 
우리 일상에 스미는 책 수선 
| 나의 오랜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2 | 
한 글자씩 써 내려간 마음이 살아갈 집 
파손이라는 훈장 
반려책과도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 나의 초콜릿 크림 파이
재영 책아니, 종이 수선
소모품과 비품의 경계 
우연히 만나 운명이 되는 책 
| 책의 진화론
33년간의 사랑 고백 
오래된 책을 위한 자장가 
어떤 사랑의 기억 
앞으로의 책생에 함께하는 방법 
| ‘재영 책수선에서 수선을 기다리는 책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