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이 정
도시에 살면서 가끔 숲을 찾아간다. 건물에 둘러싸여 살다가 온통 초록색인 숲 속에 들어가면 눈이 시원해지고 공기도 다른 것 같고 무엇보다 그 조용함에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을 받는다. 가끔 들리는 새소리와 바람소리 외에는 항상 고요하다고 느꼈던 그 숲이 사실은 ‘고요하지 않다’고 저자는 제목에서부터 강하게 얘기한다. 저자는 우리가 조용하다고 생각하는 숲에서도 수많은 동식물이 우리가 듣지도 보지도 알아차릴 수 없는 무수한 방법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소통하고 있다고 말한다. 조금만 자연의 소통방식에 관심을 기울이면 숲이 매우 소란스럽고 수다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바이오커뮤니케이션(Biocommunication)'이다.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바이오는 ‘생명’을 뜻하고, 라틴어에서 유래한 커뮤니케이션은 ‘메시지’를 의미한다. 간단히 말해 바이오커뮤니케이션은 ‘생명체들 사이의 활발한 정보 전달’이다.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색과 형태 및 움직임 같은 시각적 정보를 의사소통을 위해 이용하지만, 인간이 아닌 생명체 중 카멜레온이나 오징어 같은 친구들이 아닌 이상 대체로 시각적 정보로 신호를 보낼 수 없다. 그러므로 생명체는 매우 다채로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전자에너지나 색소를 이용하기도 하고, 냄새로 화학정보를 송신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저자는 체내수정을 해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 대서양 몰리(물고기)에서부터 자신을 노리는 천적을 속이기 위한 암호를 발신하는 지빠귀, 특정 주파수에 반응해 방향을 바꾸는 옥수수 뿌리, 공중변소를 이용해 정보를 공유하는 토끼 등 다양한 생물들의 의사소통 기술을 알려준다. 그리고 생활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고 그에 따라 달라지는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예로 숲을 떠나 도시로 들어오는 동물들의 사례를 들려준다.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아메리카너구리의 이야기가 특히 흥미로웠다.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물 찌꺼기를 가져가는 너구리들이 그것을 막기 위해 개발되는 쓰레기통에 어떻게 적응하고 여는 방법을 어떻게 정보교환 했는지를 보면 그 영리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저자가 기차에서 접한 ‘노신사와 직원’의 에피소드처럼 같은 어휘를 사용하지 않으면 최적의 정보교환이 어렵다. 불통의 어려움을 느끼는 이 시대에 생명체들의 정보교환과 의사소통을 위한 노력을 통해 성찰의 기회를 얻어보고자 한다.
♣ 저자 소개 (저자: 마들렌 치게)
독일의 포츠담, 베를린 그리고 호주에서 생물학을 전공했으며, 도시 및 시골에 서식하는 야생 토끼의 커뮤니케이션 행태에 관한 연구로 프랑크푸르트 괴테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행동생물학자로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자연과학적 탐구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자 애쓰고 있다.
♣ 목차
감수의 글 숲은 고요하지 않아야 한다
생명의 비밀
서문 모든 생명은 대화한다
제1부 ‘어떻게’ 정보가 교환되는가?
1장 생명은 발신 중
온통 다채롭고 화려하다 | 자연 오케스트라 | 냄새의 세계
2장 생명은 수신 중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 듣고 감탄하라 | 언제나 후각세포 먼저
제2부 ‘누가’ ‘누구와’ ‘왜’ 정보를 교환하는가?
3장 단세포 생물: 최소공간에서의 소통
먹고 먹히다 | 박테리아가 박테리아에게
4장 다세포 생물: 버섯과 식물의 언어
맛보기로 조금만! | 식물의 취향별 방어법 | 유성생식 혹은 무성생식 | 이웃 사랑
5장 다세포 생물: 동물적으로 탁월한 소통
사느냐 죽느냐 | 언제 어디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 이쪽으로 올래 아니면 내가 그쪽으로 갈까? | 둘, 셋, 여럿: 집단에서의 소통
제3부 모든 게 달라지면 어떻게 될까?
6장 동물이 숲을 떠났을 때
주가지수와 토끼의 접점 | 이 이야기의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