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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 저자 : 김영민 지음
  • 출판사 : 사회평론
  • 발행연도 : 2019년
  • 페이지수 : p
  • 청구기호 : 148.304-ㄱ831ㅇ
  • ISBN : 9791162730652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이 정

 

부끄럽지만 나에게 고전은 엄청 유명한 저작으로 이름은 알지만, 끝까지 읽어본 적은 없는 책이다. 논어도 마찬가지. 공자와 그 제자들의 대화를 기록하였고 중국 유교사상에서 근본이 되는 책 중 하나라는 것, 유명한 문장과 일화는 들어봤지만 논어라는 고전을 읽어보려고 시도해 본 적조차 없음을 새삼 고백한다.

 

추천도서를 선정하기 위해 신간도서 코너를 맴돌며 책을 고르던 중,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논어 에세이라는 부제가 없었다면 고전을 논한다고 생각할 수 없는 깔끔한 표지 디자인과 제목에 끌리고, 고전을 왠지 부정하는 것 같은 서론의 첫문장에 두 번 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TV를 비롯한 매체를 잘 접하지 않고 시사에 둔감해 이 책이 2019년에 출간되었으며 그러나 도서관에는 2020년에 들어온 나름 신간이다- 저자가 요즘 핫한 교수님인 것도 나중에 알았음을 또다시 고백한다.

 

저자는 불후의 고전을 살아있는 지혜로 포장해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고전 텍스트를 읽는다고 해서 노화를 막거나, 우울증을 해결하거나, 서구 문명의 병폐를 극복하거나, 21세기 한국 정치의 대답을 찾거나, 자본주의의 병폐를 치유할 길은 없다. 논어에 담긴 생각은 이미 죽었다. 다만 죽은 생각이 텍스트에서 부활하는 모습을 보려면 더 넓고 깊은 콘텍스트를 찾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목적지에 빨리 도달하려고 달리는 동안 주변에 있는 아름다운 경치는 모두 놓쳐버리는 거예요. 그리고 경주가 끝날 때쯤엔 자기가 너무 늙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진 웹스터, 키다리 아저씨중에서) ( p.16)

 

저자는 논어텍스트 전체가 발화한 것, 침묵한 것, 침묵하겠다고 발화한 것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분류를 염두에 두고 의도된 침묵마저 읽어낼 자세로 논어를 탐사해 나가자고 제안한다. “실패할 것임을 알면서도 그 실패를 향해 나아간공자라는 이름의 한 사람, 그리고 여럿이 어울려 사는 세상사 속 사람됨사람살이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공자는 족보 같은 걸 만들어가며 친족을 대규모로 관리하라고 주장한 적도 없고, 조상신 덕 보라고 한 적도 없다유교라는 말이 현대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을 도맷값으로 넘기는 데 남용되고 있음을 비판한다.

 

이 책에서 논어는 단순히 해설의 대상이 되는 텍스트가 아니라 텍스트의 무덤이라고 표현된 콘텍스트가 되어, 하나의 배경으로서 세상과 인생의 다양한 가치들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의 말대로 고전을 통해서 텍스트, 삶과 세계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되길 희망해 본다.

저자 소개 (저자: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사상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브린모어대 교수를 지냈다. 동아시아 정치사상사, 비교정치사상사 관련 연구를 해오고 있다. 영문 저서A History of Chinese Political Thought가 있다. 2018년 첫 산문집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2019년 논어 에세이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을 펴냈다.

 

목차

*매니페스토: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

1. 침묵의 함성을 들어라

왜 구태여 침묵했는가

자유주의 송편

모순과 함께 걸었다

떠나는 이유에 대해 침묵해야 할 때가 있다

마르크스읽어야지

 

2. 실패를 예감하며 실패로 전진하기

신의 가호에 회의를 품게 된 시대

미워하라, 정확하게

삶이라는 유일무이의 이벤트

해도 안 되는 줄 이미 알았던 사람

우유부단함은 중용이 아니다

실연의 기술

완성을 향한 열망

알다, 모르다, 모른다는 것을 알다

 

3. 회전하는 세계의 고요한 중심점에서

자성,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고통

빡센 삶, 각오는 돼 있어?”

하지 않는 것이 하는 것이다 無爲

부러우면 지는 거, 아니 지배당하는 거다

너의 존재는 거짓이 아니다

지구의 영정 사진 찍기 再現

돌직구와 뒷담화의 공동체 敎學

 

4. 성급한 혐오와 애호를 넘어

새 술은 헌 부대에

계보란 무엇인가

유교란 무엇인가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