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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침묵
  • 저자 : 돈 드릴로 지음 ; 송은주 옮김
  • 출판사 : 창비
  • 발행연도 : 2020년
  • 페이지수 : p
  • 청구기호 : 843.6-ㄷ96ㅊ
  • ISBN : 9788936478230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진휘

 

도시 위의 정적은 차마 누릴 수 없는 사치가 되었다. 각종 플레이어와 TV, 컴퓨터 등의 전원을 끄고 가만히 누워있노라면 어쩔 수 없이 켜놓을 수밖에 없었던 냉장고 소리, 가끔 밖에서 들리는 경적 소리, 알 수 없는 전자음 소리 같은 것들이 기어코 귀에 박혀 신경을 긁는다. 화이트 노이즈라고 구태여 포장하지만 바랐던 침묵과는 거리가 멀다. 몇 분 안에 나는 다시 TV를 켜고 미디어를 맞이하며 손에는 두 자루의 권총 같은 리모콘과 스마트폰이 들리게 된다. 전자적 소란은 이미 익숙한 것이기에 일상적인 소음 속에서 다시 평온을 느낄 뿐이다.

 

돈 드릴로는 그런 현대의 모습과는 완벽히 반대되는 상황을 소설로 묘사했다. 소개글을 읽었을 때에는 디스토피아적 SF 작품으로 느껴져 나름 설레었으나, 그런 기대는 1부까지였다. 클리셰로 대체되는 익숙한 진부함(세상에 모든 전자기기가 멈추고, 혼란에 빠진 사람들 사이에서 주인공이 특정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_생존이라든지 인류의 미래라든지_사투를 벌이며, 끝내 정의는 승리하고야 마는)은 없었다. 제목인 <침묵>과는 달리 등장인물들은 말이 많았고, 그 중 6할은 거의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특히 등장인물 중 하나인 마틴의 아인슈타인 타령은 읽는 내내 나를 불편하게 했다. 상대성 이론의 보편적 정의에 털끝만큼도 이해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그가 내뱉는 단어 같은 문장들이 하나같이 어려웠다. 그 외의 다른 등장인물들의 대사도 아인슈타인에 비해 쉬웠을 뿐이지 이해하기 어려운 건 매한가지였다. 문득 돈 드릴로가 노린 건 바로 이런 독자들의 혼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관보다 카메라 어플 필터 뒤의 세상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지금, 의사소통과 관찰은 점점 디지털로 대체되고 있다. 그런 현대인에게 전자기기의 예외 없는 파업은 어떤 의미일까. <침묵>은 그 과정의 도입부를 그린 작품이다. 실재를 마주하지 않고 매트릭스의 회복을 기다리는 사람들, 그 속의 작은 혼란은 이제 막 굴러가기 시작한 눈덩이처럼 보인다. 그 탓에 소설의 끝에 가서야 비로소 흥미진진해 지지만, 잔인하게도 저자는 거기서 입을 닫는다. 이후의 재미있을 만한 상상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 되어버린 것이다. 열린 결말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가혹한 처사다. 다만 코로나 사태로 많은 것들을 하지 못하게 된 작금의 상황이 상상 속의 뼈대를 갖춰줄 수는 있을 것이다. <침묵>이 단순히 전자기기의 멈춤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절된 전자적 인간관계의 형상을 나타낸 건지, 그도 아니면 어떤 함축적 의미가 있을지 괴로워하며 읽어볼 만한 책이다. 짧은 분량으로 이어지는 아쉬움은 덤이다.

저자 소개 (저자: 돈 드릴로)

1936년 이딸리아 이민 2세로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나고 성장기를 보냈다. 토머스 핀천, 필립 로스, 코맥 매카시와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으며, 현대사회의 문화적 상황을 깊숙이 통찰하는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작품의 주제는 현대 미국사회에 대한 탐구로 요약될 수 있으며 폭력과 음모, 대중매체와 광고, 죽음과 테러에 대한 집착 등을 다루고 있다. 지적이면서 인간적인 인물을 통해 동시대 주요 이슈를 블랙유머와 아이러니 섞인 언어로 파고든 그의 작품은 특히 9·11 사태 이후 그 예언적인 면모가 부각되고 있다. 현재 미국예술원 회원이다. 주요 작품으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화이트 노이즈(1985), /포크너상을 수상한 마오 II(1991)를 비롯하여 그레이트존스 거리(1973), 리브라(1988), 언더월드(1997), 코스모폴리스(2003), 추락하는 남자(2007) 등 십여권의 장편소설과 중편 침묵(2020), 희곡 데이룸』 『발파라이소』 『사랑, 거짓말, 유혈등이 있다. 미국 작가로서는 최초로 이스라엘 최고의 문학상인 예루살렘상을 1999년에 수상했으며, 그밖에 펜/쏠벨로우상, 쎄인트루이스 문학상, 칼쌘드버그 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받았다.

목차

1

2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