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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
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
  • 저자 : 이선 지음
  • 출판사 : 궁리
  • 발행연도 : 2020년
  • 페이지수 : p
  • 청구기호 : 480.4-ㅇ758ㅅ
  • ISBN : 9788958206897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정문

 

엄마의 프로필 사진은 왜 꽃밭일까.” 자주 보던 TV 프로그램에 한 가수가 오랜만에 새 노래를 들고 나왔다. 그 노래의 제목은 조금 길지만, 그만큼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가수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꽃이 가진 생명력과 젊음, 추억, 그것들을 그리워하는 어머니,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자신을 노래했다. 우리들의 어머니, 아버지에게 꽃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리고 그 나이를 향해 가고 있는 나에게 꽃은 어떤 의미일까.

 

언젠가 공터에 앉아서 이 노래를 들었다. 그러다가 멍하니 공터에 핀 꽃이며 자란 나무, 하다못해 벽돌 틈 사이로 올라오는 잔디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필요하지 않은 것을 뚫어지게 쳐다본 적이 있었던가?’ 공부를 위해 교재를 보고, 업무를 위해 컴퓨터 화면만 보고, 하다못해 어딘가로 향해 가더라도 바쁜 걸음에 눈길은 다른 곳을 주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필요하지 않지만, 그리운 것들에 눈길을 주지 못하고 살았나 싶다.

 

그렇게 눈길 주지 못한 시간에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지치고 힘들었던 나날, 박완서 작가의 호미를 보며 생각했던 땅과 식물과 함께하는 지루하지만 부지런한, 그리운 삶이 그려졌다. 단순히, 식물이 살아가는 모습을 넘어, 사람처럼 살아가는 식물들, 그리고 식물처럼 살아가야 하는 사람을 그려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의 모습을 옛 성인들이 자연을 보고 지은 사자성어로 풀었다.

 

우리가 꽃의 번식 여부를 진실과 거짓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꽃들에게 염치없는 일입니다. 꽃들이 우리에게 묻습니다. ‘과연 당신들 중에는 누가 진짜인가요?’” - 37p.

 

작가의 말처럼 식물사회와 인간사회를 빗댄 글이나 사자성어를 풀어낸 글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가진 힘은 우리의 현대사회에서 일어난 다양한 일들에 빗댄 점이다. 프리허그의 유래, 소나무의 비익연리, 미니멀리즘과 지족지계, 영화 기생충의 흥행과 상생상멸 등,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식물과 사자성어를 익숙하고 친근한 우리 이야기와 함께 설명하고, 알려준다. 고루한 논문 같은 글이 되지 않기를, 그저 식물에 얽힌 사람 사는 이야기를 풀고 싶다고 한 작가의 바람이 전해졌다. 글 속에는 힘들게 버텨왔던 삶을, 우리의 사회를 다시금 바라보게 하는 힘, 눈길 주지 않았던 식물들을 보며 그리움과 편안함, 다양한 생각들을 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최근 결혼 생활을 졸업한다는 뜻의 졸혼이 늘었다고 합니다. 불화보다는 나은 해결책이 되리라 생각되어 한편으로 이해가 갑니다.” - 77p.

덕장은 되지 못하더라도 독설과 갑질로 비판받는 상사는 되지 말아야겠습니다.” - 121p.

 

글을 읽으며 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작가의 조심스러움 덕분이었나 싶다. 국내 임학에서 권위자라 할 수 있는 작가가 쓴 글은 내가 느껴오던 권위자가 가진 오만함보다는 이해와 배려가 느껴졌다. 자칫 어떤 사람에게는 불편하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들도 좀 더 다름의 방향으로 풀어가려는 작가의 반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힘든 시국, 바쁜 와중에도 우리의 옆에서 자라나는 식물들을 보며 작가의 글을 떠올리는 건 어떨까. 그리움을 가진 엄마의 프로필 사진 속 꽃처럼, 필요하지 않은 것에 눈길을 주며 그리움을 떠올리는 건 어떨까. 그런 시간이 이 책을 통해 당신에게도 생겼으면 좋겠다.

저자 소개 (저자: 이선)

1957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충남대학교 임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엔 대학교와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조림학(식생 및 입지학) 연구소에서 연구원을 지냈다.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 위원(천연기념물 분과), 세계 유산 자문단 자문 위원으로 활동하였으며, 현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조경학과 교수로 강의와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와 함께 살아 온 나무와 꽃 - 한국 전통 조경 식재(수류산방, 2006), 숲이 있는 학교(이채, 1999. 공저) 등이 있고, 번역서로는 참나무 고급재 육성(충남대학교 출판부, 2004. 공역)이 있다. 그 밖에 한국과 독일에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근래에는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통해 역사적 공간을 재조명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목차

1. 서로 사랑하기

- 프리허그: 비익연리(比翼連理)

- 진짜와 가짜: 수상개화(樹上開花)

- 때맞춰 내리는 비가 만물을 기르다: 시우지화(時雨之化)

-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느니: 과유불급(過猶不及)

- 조상은 뿌리요, 자손은 그 열매라: 근고지영(根固枝榮)

- 그리운 당신: 애별리고(愛別離苦)

 

2. 모두 함께 살기

- 내 친구는 누구인가: 초록동색(草綠同色)

- 누울 자리 보아 발을 뻗다: 양금신족(量衾伸足)

- 공생, 상생, 그리고 기생: 상생상멸(相生相滅)

- 당신은 어떤 리더입니까: 타인한수(他人?)

-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 세한송백(歲寒松柏)

- 따로 또 같이: 공존공영(共存共榮)

 

3. 끝내 살아남기

- 저마다의 길을 찾다: 각자도생(各自圖生)

-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 고군분투(孤軍奮鬪)

- 작은 힘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하다: 수적석천(水滴石穿)

- 적응한 자만이 살아남다: 적자생존(適者生存)

- 어둠속에서 힘을 기르다: 도광양회(韜光養晦)

- 본성대로 살아가다: 무위자연(無爲自然)

 

4. 다시 돌아보기

- 지나온 삶의 흔적: 고사내력(古事來歷)

- 아물지 않은 상처: 창이미추(瘡痍未?)

- 죽은 불씨가 다시 살아나다: 사회부연(死灰復燃)

- 제 분수를 알아야: 지족지계(止足之戒)

- 인품과 화품: 신언서판(身言書判)

- 우리의 정체성: 모릉양가(?兩可)

 

도판 출처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