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최지연
우리는 누구도 자신이 원해서 태어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인간으로서 우리는 자유의지가 있으며, 이는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렇다면 적어도, 끝나는 시점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것이 오늘의 점심 메뉴를 정하는 것만큼 손쉬운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안락사에 대하여 다룬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나 자신을 증오한다. 그런데도 아직 이 몸뚱어리는 계속해서 살아있다. 나는 다 끝났다. 더 이상은 살 수가 없다.' - 마르크의 일기 중에서
네덜란드에 살며 성공한 삶을 이뤄 온 마르크는 완벽주의 성향 탓에 서서히 스트레스로 무너진다. 고통을 잊기 위해 술을 마셨고,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다. 수차례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상황은 악화되었다. 그러나 알코올 중독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었다. 그는 오랫동안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앓고 있던 것이다. 마르크의 생활은 직업도, 돈도, 가정도 잃은 채 점점 더 비참해졌다. 형을 포함한 그의 가족들은 그를 돌보고자 했지만 모든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전문가들의 말대로 그를 내버려 두었다.
수개월 후, 마르크는 형에게 연락한다, 안락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결국 가족들과 마르크는 장례식을 준비하고,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 과정은 믿어지지 않기에 오히려 평온하고, 어떤 장면은 행복하기조차 하다.
스스로 죽음을 결정한 마르크조차도 마지막 순간에는 불안해하고 슬퍼한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안락사를 바란다고 대답한다. 결국 절차에 따라 마르크는 숨을 거둔다.
단 세 번의 주사를 맞고서 그는 사라졌지만, 가족들의 기억과 사회 속 논의는 오래도록 남게 되었다.
모두가 겪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죽음을 넘어서는 생의 고통이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죽음을 선택할 권리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결국 언젠가 죽게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죽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만약 죽을 권리가 존중된다면, 원하는 방식으로 안전하게 죽을 권리도 보장되어야 한다.
인간으로서 살아가고 사유하는 한, 우리는 죽음을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통해 모두에게 다가올 끝을 향한 과정과 방법, 그에 수반되는 수많은 감정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 저자 소개 (저자: 마르셀 랑어데이크)
마르크의 형. 저널리스트. 「제이에프케이JFK」, 「린다LINDA」, 「리벨르Libelle」, 「폭스크란트 매거진Volkskrant Magazine」, 「엘레강스Elegance」, 「미투위닷컴Me-to-we.com」 등에 글을 쓰고 있다. 쓴 책으로는 『고든』, 『맨 맨 맨』, 『시가와 시가를 만든 사람들』 등 다수가 있다.
♣ 목차
제1화 _011
제2화 _029
제3화 _049
제4화 _067
제5화 _081
제6화_095
제7화_101
제8화_109
제9화_121
제10화_141
제11화_157
제12화_169
제13화_175
제14화_189
제15화_193
제16화_213
제17화_219
옮긴이의 말_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