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신 유 림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생활의 변화가 생기면서 책 제목에 유행처럼 삽입되는 단어가 있다. 코로나19, 판데믹, 바이러스, 마스크, 랜선, 언택트 등이 그 것이다. 호기심 때문에 책을 펼쳐보면, 제목과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경우도 상당수다. 몇 번 당(?)하다 그런 제목의 책에 시들해질 무렵, 동료가 이 책을 추천해줬다.
『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은 코로나19와 우리 일상의 밀접함에서 야기되는 사소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일에 대해 각종 사회현상과 문제에 대해 사회학을 전공한 사람, 가르치는 사람, 활동가, 노동전문가 등이 한 챕터씩 작성을 글을 한데 모았다. 글쓴이가 총 10명인데, 한쪽으로 편향된 내용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공감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다. 하지만 읽다보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 생각은 했으나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지나쳤던 일에 대해 생각 할 수 있고 사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밝고 희망찬 미래를 예찬하는 목소리도 좋지만, 지독히 불편하고 어두운 현실을 직시할 필요도 있다.
10개의 챕터마다 비대면, 시민권, 사이비종교, 취약계층 돌봄, 여성, 노동자, 민주주의, 인권 등 주제가 모두 다르지만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모두 같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와 문제의식에 대해 말하고자 했다. 사회에 잠재되어있던 문제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로소 수면위로 떠올랐을 수도 있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현상이 새로이 발생하기도 한다.
독서회를 진행하다보면 “왜 이 저자는 문제점만 잔뜩 나열하고, 해결책은 언급하지 않죠? 답답해요”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실, 교과서처럼 해답이 정해지지 않은 책이 일반적이다. 만약 모든 책에 정답이 적혀있으면 그 또한 문제이지 않을까. 작가가 문제점을 제시한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고 저자로서의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혹은 독서회 하면서 해결방안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10명의 저자는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고, 일부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해결방안도 언급하고 있다. 책을 통해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실천방법을 찾아보거나, 여럿이 함께 토론하는 것으로 우리의 몫을 다하면 어떨까?
♣ 저자 소개(추지현 외9명)
저자 : 공성식
(노동)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상근활동가.
저자 : 김미선
(사회인구학·가족사회학)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 수료. 논문 「노인 가구형태의 변화가 노인 빈곤율 변화에 미친 영향」「장애인의 결혼 이행: 장애유형 및 남녀차이」 등이 있다.
저자 : 김재형
(의료사회학·낙인연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논문 「한센인수용시설에서의강제적단종·낙태에대한사법적해결과역사적연원」「‘부랑나환자’문제를둘러싼조선총독부와조선사회의경쟁과협력」 등이 있다.
저자 : 김정환
(문화사회학·사회이론) 청주교육대학교 강사. 역서 『사회론』, 논문 「사회학의 소설적 전통」 등이 있다.
저자 : 박해남
(문화사회학) 원광대학교 HK+동북아다이멘션연구단 연구교수.공저 『한국현대 생활문화사: 1980년대』,역서 『빈곤과 공화국』 등이 있다.
♣ 목차
서문 코로나19와 ‘우리’의 일상
1 비대면 시공간에 대한 상이한 감각-추지현
2 동선 공개 ‘K-방역’과 두려움의 역설-유현미
3 마스크 불확실성 시대의 마스크 시민권-김재형
4 신천지 신국(神國)의 이민자들, ‘신천지’의 현상학-박해남
5 돌봄 인류 살리기로서의 돌봄에 대한 상상-오하나
6 가족 코로나19와 영희네 가족-김미선
7 노동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공성식
8 의료 면역이라는 커먼즈와 좋은 의료를 위한 투쟁-백영경
9 민주주의 민주주의자로서 비상사태를 상대하기-장진범
10 모더니티 바이러스의 문화적 기원과 한국의 모더니티-김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