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를 모르는 한국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의 시는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서 우리에게 소개되었다. 「서시」 「벨 헤는 밤」, 「십자가」 등 제목만 들어도 아는 시가 많다. 그러면 우리는 윤동주를 잘 아는 것일까? 그에겐 「오줌싸개 지도」 「초 한 대」 「새로운 길」 같은 시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잘 알지 못하면서 윤동주를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윤동주를 조명하는 책들은 많다. 광진정보도서관에서도 <윤동주와 곁으로>란 북큐레이션 리스트도 소개하고 있다. 이 많은 윤동주에 관련된 저작물 속에서 이 책이 의미가 있는 건, 그의 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책은 그의 첫 번째 작품부터 유작시까지 시의 원전까지 분석하며 그의 인생을 재구성하고 있다.
저자는 윤동주의 어릴 때부터 학창시절, 유학시절, 죽음까지 꼼꼼한 모습으로 여러 연구의 내용을 살피며, 자신만의 해석을 내린다. 윤동주의 시혼을 이해하기 위해 그가 좋아하던 맹자, 중용, 정지용, 백석, 키르케고르 등을 살펴본 저자의 노력이 그대로 묻어있다. 다른 책처럼 내용과 관련된 자료를 뒤에 따로 모으지 않고 적절히 본문에 삽입하여 내용을 풀어가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쓰고 있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공장’이라는 단어 위에 두 줄을 그어 지우고 ‘일터’로 고쳐 쓴 부분이 바로 윤동주의 마음이며, 윤동주의 무의식에 빗금을 그은 겁니다.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는 자기 검열에 대한 부담감이 그로 하여금 더 이상 동시를 쓸 수 없게 했을 겁니다. 사소한 어휘 하나로 작품의 주제는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공장에 간다’와 ‘일터에 간다’는 전혀 다른 어감을 줍니다. ‘공장’이라고 했을 때는 도시적인 자본주의를 떠올릴 수 있지만, ‘일터’라고 하면 농촌의 논밭도 일터이기에 사회적 분위기가 전혀 다르게 상상되는 것이지요.
p184 ‘해바라기 얼굴’ 내용 중
책을 읽다보면 윤동주의 삶이 보인다. 저자는 ‘시인이 쓴 시어로 우리는 그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알 수 있다’라고 하며 그의 시어를 분석하는데, 일제시대를 살아가는 시인의 마음을 어느 정도 예측해 볼 수 있다. 한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책은 이야기한다. 윤동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은 많은 이들에게 추천해본다.
♣ 저자 소개 (저자: 김응교)
연세대 신학과, 연세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문학박사, 도쿄 외대와 도쿄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하고, 와세다대학 객원교수로 임용되어 10년간 한국학을 강의했다. 현재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로 있으며, 캐나다 트리니티웨스턴 대학 VIEW대학원 객원교수로도 강의했다. 2017년 『동아일보』에 「동주의 길」, 2018년 『서울신문』에 「작가의 탄생」을 연재했다. 신동엽 기념사업회 이사로 작은 역할을 맡고 있다.
♣ 목차
‘윤동주’라는 고전_009시인의 탄생 -명동마을만주·명동마을·김약연 -「오줌싸개 지도」 「곡간」_015첫 깨달음 -첫 시 「초 한 대」_040사촌형 송몽규 -송몽규, 「술가락」_053내일은 없다 -「삶과 죽음」 「내일은 없다」_066바람을 흔드는 나무 -숭실·광명학원은진의 투사, 송몽규_081숭실숭실 합성숭실 -「공상」 「가슴 1」 「가슴 3」_087조개껍질, 어디서 썼을까 동시 ① -「조개껍질」 「기왓장 내외」 「모란봉에서」 「종달새」 「닭 1」 「병아리」_098『정지용 시집』을 만나다 -「비로봉」_111명랑한 뾰뾰뾰 동시 ② -「해비」 「개 1」 「만돌이」 「거짓부리」_127판타지와 모성 회귀본능 동시 ③ -「봄 1」 「눈」 「남쪽 하늘」 「고향집」 「오줌싸개 지도」 「곡간」 「굴뚝」 「편지」_136단독성과 ‘완고하던 형’ 동시 ④ -「거짓부리」 「나무」 「애기의 새벽」 「이런 날」 「반딧불」_153나의 길은 언제나 -연희전문 일~삼학년고개 넘어 마을로 -연희전문에 입학하고 쓴 첫 시 「새로운 길」과 사학년 때 쓴 「길」_169슬픈 족속, 슬픈 동시 동시 ⑤ -「해바라기 얼굴」 「슬픈 족속」 「아우의 인상화」_182참말 이적 -「소년」 「사랑의 전당」 「이적」 「눈 오는 지도」_196윤동주에게 살아난 투르게네프 -투르게네프의 「거지」와 윤동주의 「투르게네프의 언덕」_215‘또다른 나’와의 대화 -「귀뚜라미와 나와」 「자화상」_229침묵기 때 만난 벗 -「달같이」_243곁으로 가는 행복 -침묵기 이후 연희전문 사학년팔복(八福), 영원한 행복 -「팔복」_263곁으로 -「위로」 「병원」_277다가오는 메시아적 순간 -「간판 없는 거리」 「무서운 시간」_287‘처럼’의 현상학 -「십자가」와 스플랑크니조마이_300필사하며 배운 백석 -「별 헤는 밤」_312윤동주가 만난 맹자 -「서시」를 읽는 한 방법_328모든 죽어가는 것을 -「서시」 「새벽이 올 때까지」_344단독자, 키르케고르와 윤동주 -「돌아와 보는 밤」 「길」 「간」_352강요된 이름, 히라누마 도주·소무라 무케이 -「참회록」_370살리는 죽음 -일본 유학일본 유학 시절과 유고시 -「흰 그림자」 「흐르는 거리」 「사랑스런 추억」 「쉽게 쓰여진 시」 「봄 2」_391시인의 명예, 남은 자의 긍지_423살리는 죽음 -윤동주의 재판 판결문_432시혼무한의 우애 -윤동주와 정병욱_459얼음 아래 한 마리 잉어 -윤동주와 정지용_466일본인이 기억하는 윤동주 -이바라키 노리코, 오무라 마스오_472거대한 두 나무 -윤동주와 문익환_489큰 고요 곁으로_502윤동주가 곁에 있다고_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