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유재도
2014년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출판된 『독서에 관하여』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히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작품 선집이다. 책의 서문 일러두기에 의하면 ‘이 책은 프루스트의 산문 중에서 그의 예술론이 잘 나타나 있는 것들을 옮긴이가 골라 번역한 책’이라고 하며 책에는 총 6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이 책에 관하여 이야기하려면 먼저 프루스트에 대하여 몇 가지를 알고 넘어가야 한다. 프루스트는 1871년 프랑스 파리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가정환경 덕분으로 그는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안정된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이 책 『독서에 관하여』에 등장하는 어린 시절의 특별한 독서에 대한 그의 기억은 실제로 그가 어렸을 때 경험을 적은 것이고 이 특별한 기억은 프루스트의 작품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의 주인공 마르셀이 유년기를 보냈던 배경이 된다. 그는 어린 시절 발병한 천식을 평생토록 앓았는데 이 질병은 그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준다. 프루스트는 학창시절부터 숨을 거두는 1922년까지 끊임없이 작품을 썼으며 특히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는 13년에 걸친 역작으로서 현대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이러한 프루스트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준 작가가 있는데 그가 바로 영국의 대 문호 존 러스킨이다. 프루스트는 작가 이전에 번역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었는데 특히 러스킨의 작품을 열성적으로 탐독하고 번역하였다고 한다. 프루스트는 7년에 걸쳐 러스킨의 작품 번역하였다. 이를 통하여 러스킨과는 다른 자신만의 예술론을 구축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프루스트의 철학은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에 등장하는 회화와 건축물에 관한 서술에 영향을 끼친다.
책의 표제이자 첫 번째 작품인 ‘독서에 관하여’는 존 러스킨의 <참깨와 백합>의 역자 서문이고 두 번째 작품인 러스킨에 의한 아미앵의 노르트담은 역시 러스킨의 작품인 <아미앵의 성서>의 역자 서문이다. 책에 실린 다른 작품은 프루스트가 쓴 화가와 회화에 대한 에세이들이다. 독자들은 이 작품들을 통하여 프루스트의 예술세계와 의식 세계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평소 프루스트에 관심이 있거나 그의 작품을 읽을 예정인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을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의 집필에 착수한 것은 38세가 되던 1909년 무렵이다. 이때부터 프루스트의 전설적인 생활이 시작된다. 그의 오랜 지병인 천식은 특히 만년에 더욱 심해져서 사람들을 멀리한 채 코르크로 밀폐한 방안에서 칩거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발자크의 방대한 『인간희극』이 채무자들의 위협 속에서 창조됐다고 한다면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라는 정밀하고도 거대한 세계는 천식의 고통으로 죽음과 싸우는 벼랑 끝에서 구축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12년 제1권 『스완 댁 쪽으로』를 위시한 소설의 원고는 모두 1200여 페이지에 달했다. 프루스트는 그 첫 권의 원고를 출판하기 위해 몇몇 출판사에 보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결국 이 책은 자비를 들여 출간된다. 부정적이던 문단의 평가는 『스완 댁 쪽으로』가 출간된 후 정반대로 돌아선다. 이 소설의 독창성은 안목 있는 비평가들에 의해 당장에 감지됐고 당대 문단의 실력자 앙드레 지드가 프루스트에게 사과의 편지를 쓰게 만들었다. 출판사들은 이제 이 첫 권에 뒤 이은 책의 출판권을 얻기 위해 애쓰는 처지가 된다. 그러나 1914년 유럽은 제1차 세계대전에 휩싸이고 책의 출간은 중단됐다. 처음에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를 총 3권( 『스완 댁 쪽으로』, 『피어나는 소녀들의 그늘에서』, 『되찾은 시간』)으로 구상했지만 전쟁으로 인해 출판이 중단된 기간 동안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3권은 7권으로 늘어났다. 1919년 제2권 『꽃피는 처녀들의 그늘에서』가 출간되자 이 책은 그토록 소망하던 문학적인 성공과 공쿠르 상을 안겨줬다. 이듬해인 1920년에 『게르망뜨 쪽』, 1921년에 『게르망뜨 쪽 2』, 『소돔과 고모라 1』이 출판됐다. 프루스트는 이 뒤에도 4권을 더 추가할 예정이었다.
1922년 연 초에 작가의 가정부 알바레의 조카딸 이본느가 『갇힌 여인』과 『사라진 여인』의 원고를 타자했고, 초봄에 프루스트는 자신의 소설 원고 말미에 ‘끝’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천식이 폐렴으로 변해 극도로 쇠약해진 그는 그해 11월 17일 밤 소설 속의 작가 베르고트가 죽는 장면의 몇 문장을 받아쓰게 하고나서 18일 정신착란 상태에서 ‘검은 옷을 입은 뚱뚱한 여자’가 보인다고 말하며, 결국 자신의 작품 전체가 출간되는 것을 보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 목차
독서에 관하여 / 러스킨에 의한 아미앵의 노트르담 / 샤르댕과 렘브란트 / 렘브란트 / 와토 / 귀스타브 모로의 신비세계에 관한 노트 / 화가, 그림자, 모네 /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와 엘리자베스 시달 / 역자해설 | 프루스트, 러스킨, 그리고 화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