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수진
가족과 함께 동물원에 나들이를 간 기억이 있어요. 동물을 보고 즐거웠던 기억은 선명하지만, 동물들의 표정이 어땠는지는 떠오르지 않아요. 동물원의 동물들이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이후로는 동물원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동물들의 표정은 더 알 수 없게 되었어요.
책 속 고릴라는 다른 고릴라들과 함께 다채로운 표정을 지으며 자연을 누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동물원에 온 뒤로는 고릴라의 표정이 어두워보여요. 동물원에 놀러 온 아이가 고릴라 우리 속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나고, 고릴라는 아이를 안으며 고향을 떠올립니다. 실제로도 이런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고 해요. 어떤 고릴라는 아이를 구해 영웅이라고 불리기도 했고, 어떤 경우에는 아이의 안전을 위해 고릴라를 죽인 적도 있어요.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고릴라가 동물원에 오지 않았더라면 아이도 다치지 않고, 고릴라도 자연 속에서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을 읽으며 동물원의 동물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책 속의 고릴라는 행복해 보이지 않지만, 동시에 세상에는 보호가 필요한 동물들을 돌보는 안식처 역할을 하는 동물원도 있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동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느냐인 것 같아요.
여러분도 이 책을 읽으며 동물원에 대해, 동물들의 마음에 대해, 우리가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자 소개
슬로보트 (글)
초등교사를 그만둔 후, 북극서점을 운영하며 책과 노래와 축제를 만든다.
슬로보트는 ‘인생을 천천히 겪으며 항해하는 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고르고르 인생관》 《순면과 벌꿀》이 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책방》에 글을 실었으며, 1집 정규 앨범 <섬광>을 만들었다.
이수연 (그림)
영국 Camberwell college of arts에서 일러스트레이션 MA 과정을 공부했습니다. 한겨레 교육에서 그림책과 그래픽노블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비가 내리고 풀은 자란다』, 『달에서 아침을』, 『나를 감싸는 향기』가 있으며, 『내 어깨 위 두 친구』로 2023 White Ravens, 『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가 2025 AFCC 일러스트레이터 갤러리에 선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