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손지훈
작년 봄부터 출퇴근으로 매일 오가는 중랑천에서 낯선 오리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나중에 알게 된 건 그 오리가 ‘머스코비 오리’라는 종으로 한국에서는 야생종이 아니라 식용으로 수입된 종이라는 사실이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 오리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어요. 왜냐하면 늘 혼자였거든요.
오리들은 보통 짝을 지어 다니거나, 무리를 이뤄요. 그런데 그 오리는 늘 혼자였어요. 추운 겨울에도 비가 퍼붓는 여름 장마에도 그랬죠. 그 모습을 보며 여러 상상을 했어요. 누가 유기한 건 아닐까? 아니면 어디선가 탈출한 걸까? 늘 혼자인 저 오리는 얼마나 외로울까. 그러다 「나는 닭」을 읽고 놀랐어요. 책의 내용이 가정에서 길러지다 어느 공원에 버려지게 된 닭의 이야기였거든요. 제가 본 그 오리도 이런 사정이 없으리라는 법이 없으니까요.
가정에서 기르던 동물이 어떤 과정으로 공원에서 버려지게 되는지 책을 통해 사람의 이기심과 무책임함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유기된 동물이 야생에서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도 상상해 볼 수 있죠. 놀랍게도 작가는 실제로 천변 산책길에서 마주친 수탉을 계기로 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고 해요.
버려지는 동물뿐 아니라 도심 속 너구리, 오소리나 골프장과 같은 개발로 서식지를 잃는 수많은 야생동물까지. 우리가 지구의 유일한 생명이 아님을 여러분 모두가 책을 읽고 한 번 더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저자 소개
정이립(글)
「1학년 3반 김송이입니다」, 「생쥐처럼」, 「방귀쟁이 할머니」, 「닝컨 신대」, 「내 이름을 부르면」, 「구름사다리로 모여라」 등의 책을 썼다.
심보영(그림)
「대단함 수염」, 「붕붕 꿀약방」, 「따끈따끈 찐마두 씨」, 「잡아먹혀 봅시다」 등을 쓰고 그렸다. 그린 책으로는 「깊은 밤 필통 안에서」, 「기뻐의 비밀」, 「숨 정류장」 등이 있다.
목차
1. 알을 깨고 나오다 6
2. 환희가 좋아! 12
3. 꼬끼오! 20
4. 꿈 끼 발표회 31
5. 나는 닭이다 43
6. 마음대로 51
7. 살아남기 60
8. 내 거야! 69
9.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 75
10. 새 보금자리 81
11. 폭풍우 88
12. 일어나, 깜! 98
13. 하늘 끝까지 110
14. 꿈을 꾸면 121
작가의 말 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