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박지현
나는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제목보다, 중의적인 의미를 가진 것이 좋다. 읽기 전, 책 속 이야기를 상상할 여지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나의 어린 어둠』 역시 그렇다. 단순히 나이 어린 시절의 고민을 말하는지, 마음속 드리운 작은 그림자인지, 혹은 내게 어둠이 어린 것을 말하는지, 아니면 이 모든 것을 담고 있는지 궁금해 책을 뽑아 들게 되었다.
조승리의 『나의 어린 어둠』 은 자전적 소설이다. 실명을 앞둔 청소년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네 편의 연작 소설과 한 편의 수필이 적혀있다. 시력을 잃어가며 만나는 사랑과 상실, 가족과의 관계, 낯선 환경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지만 읽는 사람의 감정을 강하게 흔든다. 불시에 찾아온 역경,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고자 하는 주인공의 의지는 독자들이 책장을 덮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작품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동시에 비추며, 작가 개인의 삶을 넘어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장애라는 특수한 경험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보편적인 질문으로 확장된다. 우리 각자가 품고 있는 ‘어둠’을 마주하게 되는 용기를 주는 이 책을, 삶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저자 소개 (저자: 조승리)
여름을 좋아합니다. 강렬한 태양의 광휘를, 장맛비의 운치를 사랑합니다. 여름의 향기를 품은 생기 가득한 소설을 쓰겠습니다. 2023년 샘터 문예공모전 생활수필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집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산문집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로 2024년 알라딘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했습니다. 산문집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을 쓰고, 단편소설 앤솔러지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에 참여했습니다.
목차
네가 없는 시작
내 안의 검은 새
브라자는 왜 해야 해?
나의 어린 어둠
소설가가 되었다 _에세이
추천의 글 _윤성희, 이길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