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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수 있는 동안에
볼 수 있는 동안에
  • 저자 : 차경 지음
  • 출판사 : 책과이음
  • 발행연도 : 2025년
  • 페이지수 : 199p
  • 청구기호 : 660.4-ㅊ112ㅂ=2
  • ISBN : 9791190365802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이승민

 

사진에 관한 전문 지식이나 기술이 전혀 없는 사람이 보기에도 가끔 멈칫하고 걸음을 멈추고 한참 바라보게 되는 사진이 있다. 특히 이 책의 저자 차경 작가 같은 전문 포토그래퍼가 찍은 사진은 평범한 사물을 특별한 의미가 있는 물건처럼 보이게 만들고, 늘 보는 평범한 사람 안에 있는 감정과 생각까지 찍힌 것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마치 전문 포토그래퍼들은 같은 물건을 보고도 남들과는 다른 것을 보는 능력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이 책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그런 차경 작가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었다.

 

차경 작가는 어릴 적 우연한 사고로 왼쪽 눈에 사시로 인한 시력 저하가 왔고, 시력을 점점 잃어가는 눈을 갖고 있다. 알다시피 사람의 눈은 두 눈이 다 보이는 상태에서 비로소 균형과 초점을 정확히 맞출 수 있는 보완성을 갖고 있다. 그러니 일반적으로는 한 쪽 눈만 실명 상태에 가깝다면 사진을 찍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일상생활에서도 많은 불편이 있을 것이다. 하물며 두 눈이 할 일을 혼자 하고 있는 다른 한 쪽 눈 역시 언제 과부하가 걸려 시력이 저하될지 모르는 위험을 늘 갖고 있게 된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이 가진 그 단점을 무언가를 피하는 도구로 사용하거나 자신에게만 주어진 불행에 억울해하는 데 시간을 쏟지 않는다. 그런 그의 태도는 너무 담담하고 차분해서 그 강한 정신력에 놀라게 만들기도 하며, 다른 한 편으로는 저렇게까지 모든 걸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난의 시간을 보냈을까? 하는 연민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보통 사람에게도 눈은 가장 중요한 기관 중 하나이다. 물론 인체에 어떤 기관이든 장애로 인해 제한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면 그건 그 사람 인생에서 너무 큰 일이겠지만 특히 보이지 않는다.’라는 건 생각보다 더 큰 공포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일은 일차적으로 보여야 할 수 있는 일이며 삶을 행복하게 느끼게 만드는 대부분의 경험들은 눈으로 보면서 시작된다. 특히 전문 포토그래퍼라면 보이지 않는 눈을 가졌다는 것에 위축되거나 절망스러워할 것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일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어 현실을 부정하지도, 그렇다고 아직 일어나지 않는 나중의 일을 끌어와 미리 걱정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일관되게 담담한 태도와 사람과 세상을 향한 따뜻한 배려심을 보여준다. 특정 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색약을 가진 친오빠와 지인에게는 흑백 사진을 찍어주고,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의 영정사진을 찍어주며 오히려 어떤 순간이 당신이 보게 될 마지막 장면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지금 잘 살아낸다면 분명 이 사진이 당신의 그 삶을 증명할 것이라는 진심을 담아낸다.

 

그런 배려는 얼마나 강한 마음을 갖고 있어야 가능한 것일까? 하지만 이 에세이는 자신의 강한 정신력을 뽐내거나, 자신이 가진 삶과 죽음에 관한 철학을 자랑한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오히려 본다.’라는 것이 작가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져왔는지를 따라가며 독자가 본다.’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본다.’라는 것은 사진을 본다, 영화를 본다.’처럼 형상화된 무언가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기회를 본다.’라는 말처럼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를 생각한다는 의미로도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수많은 것을 매 순간 보지만 그 중 기억 속에 담아두고 모든 것을 꺼내보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본다.’라는 말의 반대는 못 본다.’가 아니라 잊혀진다.’라는 말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삶에 관한 통찰의 시간을 갖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책이 주는 여운은 정말 길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저자 소개 (차경)

 

인물사진 전문 포토그래퍼. 어릴 적 우연한 사고로 인해 왼쪽 눈에 이상이 생기며 사시를 진단받았다. 시력이 거의 없는 한쪽 눈으로 보는 세상은 여전히 수직 수평도 맞지 않고 온통 뿌옇기만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피사체의 본질과 마음을 보고 느끼기 위한 촬영 작업에 진지하게 몰두하고 있다. 2014년부터 약 10년간 영정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오늘 하루의 얼굴이 내가 남기길 바라는 삶의 마지막 얼굴을 만든다는 것, 그렇기에 삶과 죽음은 결코 분리해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저마다의 고유한 얼굴에 새겨진 본질, 고유한 빛과 색이 한데 어우러져 빚어낸 세상의 명암, 보이는 것 너머로 숨 쉬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

 

목차

 

Prologue | 지금 나를 보고 있나요

Part 1 | 나는 외눈의 포토그래퍼입니다

Part 2 | 죽음을 곁에 두고 삶을 보자고 말해도 될까요

Part 3 | 나로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Epilogue | 볼 수 있는 동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