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손지현
여름만 되면 유난히 피곤하고, 집중도 잘 안되는 일이 잦다. 그저 무더위 탓이나 떨어진 체력 탓이겠지, 하며 넘겼던 이런 증상들이 사실은 기온 상승과 깊은 연관이 있을 수 있다. 이 책은 기후변화를 흔히 이야기하는 북극곰이나 해수면 상승 같은 추상적인 문제로만 보지 않고, 지금 이 순간 우리 곁과 몸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집중한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불편이나 변화가 아니라 삶의 리듬을 조금씩 뒤흔드는 위기, ‘느린 연소’라고 부른다.
“느린 연소는 재앙만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진 않지만,
도달 범위가 더 넓고 불평등하다는 점에서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해로울 수 있으며
미처 예상치 못한 방식의 신속한 대처가 필요할 수도 있다.” (p.17)
이 변화는 갑작스러운 태풍이나 폭우 같은 재앙처럼 한꺼번에 우리 앞을 휩쓸지는 않는다. 대신 삶의 구석구석에 서서히 스며들어 균열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반복되는 폭염은 아이들이 교실에서 집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그로 인해 학습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냉방이 어려운 작업 환경에서는 생산성이 떨어진다. 또한, 에어컨 없이는 견디기 힘든 무더운 밤이 늘어나면서 전기요금 부담은 점점 커지고 간헐적인 정전 문제도 잦아진다. 병원 응급실의 대기 시간은 길어지고, 도시 전체가 ‘무기력한 피로’에 잠식되어 간다. 이처럼 기온이 단 1도 오르는 것만으로도 사회 곳곳이 예상보다 훨씬 큰 충격을 받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미처 몰랐던 거다.
특히, 실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1도의 기온 상승은 단순한 불쾌함을 넘어 생계와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기후 위기는 모두에게 찾아오지만, 그 피해는 똑같지 않다. 어떤 이에게는 그저 더운 여름일 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무게로 다가온다.
책은 이렇게 묻고 있는 듯하다.
“당신은 이 조용한 위기가 예고하는 미래를 제대로 직면하고 있는가?”
저자 소개 (저자: 박지성)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및 와튼스쿨 교수. 환경 변화가 경제적 기회와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데이터와 경제 분석을 활용해 기후변화가 교육, 노동시장, 인적 자본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효과적인 정책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더위가 학습과 경제적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 분석으로 학계에서 인정 받았으며, 현재 폭염과 노동시장 불평등, 자연재해와 인적 자본 등을 연구 중이다.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로즈 장학생으로 환경 변화 및 개발 경제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연구는 주요 경제 및 과학 저널에 게재되었고,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BBC〉 등 여러 매체에서 인용되고 있다. 또한 UN, 세계은행,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 미 환경보호국 등 여러 기관에 자문을 제공하며 환경경제학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들어가며
1부
1장 빠르게 생각하기와 느리게 생각하기
2장 물적 자본과 인적 자본
3장 연기가 보여주는 미묘한 재난
2부
4장 데이터의 인과성
5장 폭염은 어떻게 삶을 무너뜨리는가
6장 온도와 국부의 관계
7장 끓는 세계에서의 평화와 평온
3부
8장 기후변화와 소득양극화
9장 일상 속의 기후 불평등
10장 변화에 취약한 이유
4부
11장 아직 늦지 않았다
12장 은빛 탄환을 넘어서
나가며: 자연의 모든 생명체
감사의 말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