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지현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로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지금, 신과 사후세계라던가 영혼과 믿음 같은 추상적인 것들로 이루어진 '종교'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 존재가 희미해졌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종교는 여전히 우리 삶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사람들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교회나 절에 가서 기도를 드리고, 점집에 가서 나의 운세를 점치고 불운과 앞날을 알아보기도 한다.
사람들은 왜 여전히 종교를 믿는 걸까? 과학과 이성의 시대에 종교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임에도 종교가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심리학자인 저자는 이러한 물음을 갖고 '숭배하는 인간'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짚어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 문화와 무속 신앙, 한국 내 종교의 양상 등에 대해 설명하며 한국인들의 관점에서 종교를 바라보고 미래에 종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시한다.
사람들에게 신은 고대인들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이었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신은 문화와 국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이동과 전쟁이 많아 부족장이 강력한 권위를 지닌 중동 지역의 유목 민족은 유일신 계열의 종교(조로아스터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가 정착했고, 도시 국가를 중심으로 소규모 사회를 형성했던 그리스의 신들은 매우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며, 화산이나 쓰나미 등 변화무쌍한 자연을 가진 일본의 신들은 변덕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이렇게 지역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신들이지만, 모두 범접할 수 없는 힘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을 때 신이 행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사람들이 두려움을 없앨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 한국은 1,500년 동안 불교와 유교가 지배하던 나라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속 신앙(샤머니즘)의 명맥이 끊기지 않으며, 기독교나 천주교 등 외부 종교가 짧은 시간 내 빠르게 확산된 곳이다. 저자는 한국 문화의 중요한 특징으로 '현세주의'를 꼽는다. 한국인들은 죽어서 내세에서 받을 복보다 이생에서 잘 사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나에게 복을 줄 수 있다면 어떤 신이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외부 종교가 전통 종교와 융합되어 새로운 종교가 탄생하기도 하며, 유교가 지배했을 때도 몰래 무당을 찾았고, 가짜 종교인 사이비가 득세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끊임없이 종교를 찾는 이유는 자신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의 우울과 불안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의지할 곳을 찾아 종교와 신에게로 발걸음한다. 미래에도 종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별개로 신은 사람들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아 사람들이 살아갈 의지를 갖게 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나침반이 되어주며, 힘들고 지칠 때 안식처가 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줄 것이다. 불신과 의심이 만연한 세상에서 보이지도 않는 신을 믿는 것은 어찌 보면 허무맹랑하고 어리석은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다면 조금은 더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계속해서 의심할 것이고 계속해서 신과 인간에 대해 탐구할 것이다. 계속해서 신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종교의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된다면 더 없이 기쁠 것이다."
-에필로그-
저자 소개 (저자: 한민)
멸종위기 1급 토종 문화심리학자.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문화 및 사회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고려대학교 행동과학연구소 연구교수, 미국 클라크대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원,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선임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한국인의 마음 이론은 한국인이 만들어야 한다고 믿으며, 한국 문화와 한국인 심리에 대해 저술과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 『한국인의 부자 유전자』, 『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 『우리가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 등이 있으며,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tvN 「어쩌다 어른」, KBS 「쌤과 함께」,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이게 웬 날리지」 등에 출연했다.
목차
추천의 글
프롤로그 │ 종교는 인생의 화두였다
^^1장 종교와 마음^^
01 종교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02 다양한 종교의 유형과 그 특징들
03 의식의 기원과 신의 목소리
04 신과 괴물은 무엇일까 _신화시대
05 귀신은 무엇일까
06 신과 인간의 관계
07 종교는 인간에게 무엇을 주는가
08 종교와 권력 _역사를 움직인 두 힘의 상관관계
09 종교의 폐해 _믿음이 초래한 어두운 역사
10 종교적 망상의 심리적 배경
11 강박적 신앙 행위와 죄책감
12 신앙에서 피어난 예술
^^2장 한국 문화와 종교^^
01 전 국민이 태몽이 있는 나라
02 고인돌은 왜 한국에 많을까
03 신은 왜 내려오는가
04 한국의 모신 신앙과 기도하는 어머니
05 종교 갈등이 ‘거의’ 없는 나라
06 기독교와 한국 문화
07 한국 기독교는 어떻게 이토록 빨리 성장했을까
_예수와 미륵의 관계
08 한국 천주교의 문화적 특징
09 한국 불교의 문화적 특징
10 불교와 무속의 상호 영향
11 도교와 한국 문화
^^3장 무속과 ^^
01 무당은 누구인가
02 무당의 종류와 하는 일
03 누가, 왜 무당이 되는가
04 굿의 종류와 구조
05 천도굿의 심리적 기능
06 귀신들림은 무엇인가
07 무속의 신들은 누구인가08 사람이 신이 되기 위한 조건
09 한국 신과 귀신의 성격
10 신명의 뿌리를 찾아서
11 무속에는 저주가 없다고?
4장 비뚤어지기 쉬운 신앙^^
01 한국 개신교의 무속적 특징
02 한국 개신교의 긍정적 기능
03 멸공 기독교 _한국 개신교의 보수성과 모순04 셀프 구원 _한국 개신교의 오만과 이중성 05 그들은 왜 성조기를 드는가
06 신앙은 왜 광신이 될까
07 한국에는 왜 사이비가 많을까
08 사이비 종교는 왜 지속되는가 _확신의 덫
09 사람들은 왜 사이비에 빠질까
^^5장 후종교시대^^
01 종교는 사라질까
02 무당은 왜 늘어날까
03 종교는 실존의 이유가 될 수 있을까04 미래의 종교
05 종교를 과학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들
06 과학기술의 발전과 종교
07 영혼과 사후세계에 대한 과학의 접근
08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려면
에필로그 │ 종교는 사라지지 않는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