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영의
가벼운 감기로 동네 병원을 찾은 당신. 집으로 돌아와 약봉투를 열어보니 진통소염제, 위장약, 항생제 등 여러 알약이 들어 있다. 봉투에 적힌 이름과 효능을 꼼꼼히 읽어봐도, ‘정말 이렇게나 많은 약이 필요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이 경험, 『복제약 공화국』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해 우리나라 제약 산업과 의료 구조의 민낯을 파헤친다.
저자는 10년 넘게 제약 전문 기자로 활동하며 쌓은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복제약 중심으로 굴러가는 한국 제약 시장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책은 기사의 헤드라인처럼 소제목을 제시한 뒤 관련 내용을 풀어가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요점을 먼저 인식하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책에 언급된 2024년의 *불법 리베이트 사건은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2024년 1월부터 8월까지 보건복지부에 통보된 불법 리베이트 연루 의사는 2,758명”이라는 문장은, 제약사와 의사 사이에 오간 검은 거래의 규모가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수치를 보면 이 구조가 얼마나 깊게 뿌리내려 있는지를 실감케 한다. 책은 왜 우리나라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이 아니라 복제약 판매에만 몰두하는지, 왜 이러한 불법적 관행이 굳어졌는지를 구체적 사례와 맥락 속에서 풀어낸다.
* 불법 리베이트: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의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으로, 공정거래법 및 의료법 등 관련 법령에서 금지하고 있다.
저자의 시선은 제약업계를 향한 비판에 머물지 않고, 직접적인 의료 소비자인 ‘우리’에게도 와 닿는다. 불필요한 약을 처방받고, 알지 못한 채 약값을 보험료로 떠안으며, 결국 신약 개발과 접근성에서도 뒤처지는 피해자는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복제약 공화국』은 제약 시장을 바라보는 눈을 넓혀주면서, 동시에 우리가 의약품 소비자로서 어떤 권리를 지켜야 하는지를 일깨운다.
이 책의 힘은, 누구나 알고 있는듯하면서도 쉽게 지나쳤던 문제를 정면 돌파한다는 데 있다. 기자 특유의 날카로운 문장은 읽는 내내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동시에 국내외 제도 비교와 대안 제시를 통해 문제 해결의 가능성도 보여준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면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공감이 함께 남는다. 약국에서 무심히 건네받은 약봉지가 달리 보이길 원한다면, 그리고 국민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의약품 주권’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복제약 공화국』은 단순한 고발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를 직시하게 만드는 날카로운 책이다.
저자 소개 (저자: 최원석)
동국대학교 영화학과에서 시나리오를 전공한 후 10여 년간 언론사에서 제약 분야 전문 기자로 활동했다. 《매일일보》 제약 담당 기자로 시작해 대한의사협회 《의협신문》, 제약 전문지 《데일리메디》와 《메디코파마뉴스》에서 대학병원, 개원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내 제약사, 다국적 제약사 등 의료와 제약 산업 전반에 걸쳐 현장 취재를 했다. 처음에는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이 강하지 않았으나, 우리나라 제약 산업과 의료 시스템의 실상을 알게 됨에 따라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국민의 일원으로서 기자 정신을 발휘하게 됐다. 복제약 문제,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의 실태, 정부의 보건 정책 등에 관해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첫 책 『복제약 공화국』을 통해 복제약 우대 정책에서 비롯된 제약, 의료 분야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목차
추천의 말
머리말
1장. 제약사와 제약 언론은 가족 같은 관계
2장. 복제약 공화국
3장. 다국적 제약사의 두 얼굴
4장. 리베이트와 과잉 처방, 그리고 약물 오남용
5장. 복제약을 넘어 신약으로
주(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