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이승민
‘현대인의 문해력’이라는 게 몇 년 전부터 큰 화두가 되었다. 글을 읽고 뜻을 해석하는 능력, 다양한 단어를 사용하는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음에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의견이 줄을 이으면서 같은 한글, 한국어를 사용하는데도 말이 통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데 그와 더불어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 중 하나는 ‘듣기 좋은, 예쁘고 좋은 말투와 교양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하지만 문제의식을 가지면서도 ‘말’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기 어렵고, 새로 배우기 어려운 것처럼 이미 익숙해진 언어 습관을 바꾸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우리 중 대다수는 왜 자신이 이런 말투를 갖게 되었는지, 내 말씨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말투가 예쁘고, 말씨가 수려하고, 말 매무새가 잘 다듬어진 사람과 대화했을 때 느껴지는 안정감이 그 사람에게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하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서는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대부분의 사람은 좋은 말 습관을 지닌 사람을 동경하고, 또 그런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말을 예쁘게, 지적으로, 유려하게 하는 법을 후천적으로 배울 수는 없는 걸까? 흔히 말을 잘하고 싶다면 책을 많이 읽으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책을 많이 읽는 사람과 대화했을 때 그 사람이 똑똑하다고 느끼는 것과, 좋은 말 습관을 갖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다른 개념이다. 어떤 이는 매우 전문적인 지식과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지만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투, 말씨를 갖고 있기도 하며, 어떤 이는 일상적인 쉬운 단어만 사용하는데도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준 높고 완벽한 말 습관을 지니기 위해서는 무엇을 바꿔야 하며,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은 그런 궁금증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꼭 알고 배우고 싶어 할 만한 정보가 가득 담겨 있다.
이 책은 ‘최대한 낮고 상냥한 말투로 말하세요.’, ‘책을 통해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능력을 키우세요.’ 같은 두루뭉술한 이야기하지 않는다. 말투, 말씨, 말 매무새라는 정확한 세 개의 큰 챕터를 나누고 그 세 챕터가 각각 어떤 차이가 있는지 촘촘하게 하나씩 지적해 나간다. 저자는 첫째, ‘말씨’라고, 부르는 지역마다, 생활환경에 따라 달라져 온 모든 말씨를 상세히 설명하며 그 유래와 역사를 되짚는다. 그렇게 왜 같은 한국어라도 다른 말처럼 들릴 수 있는지 설명한 다음 둘째, ‘말투’에서 더 상세하게 들어가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나 남자, 여자, 직업이나 계층 같은 개인적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말투의 차이를 구분하였다. 그리고 3부부터 4부까지 ‘바르고 예쁜 말’을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 바꿔나가야 하는 세세한 높임법, 호칭의 차이 등을 짚은 다음 그것을 활용해 토론이나 대화에서 더 수준 높은 언어생활을 영위하는 법까지 종합적으로 정리해 낸다. 이런 큰 틀에서부터 아주 작은 차이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차이와 특성을 정리하는 글은 이전에 말투의 문제를 지적받은 사람은 물론, 지적받지 않았지만 자신의 언어 습관을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도 꽤 유용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처럼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절대적인 강점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 더불어 살며 더 많은 사람과 웃으며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이 책의 내용을 한 번쯤 읽어보는 것이 더 많은 사람에게 호감을 주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한성우)
1997년에 국립국어원의 서울토박이말 조사 때 조사원으로 서울말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이때의 경험과 기억을 살려 「600세 서울 노인의 서울 이름 풀이」란 수필을 써서 서울시 수필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인천에 살게 되면서 인천과 강화 그리고 인천의 여러 섬들을 조사해 여러 편의 책을 썼다. 이런 까닭에 서울·인천·강화·서해5도 등의 토박이말을 듣기만 해도 바로 구별해 낸다.방언과 말소리에 대한 연구서 외에 『방언정담』 『우리 음식의 언어』 『노래의 언어』 『문화어 수업』 『말의 주인이 되는 시간』 『첼로를 사랑하는 목수』 『말씨 말투 말매무새』 등 말을 주제로 한 인문 교양서를 써 왔다. 2019년부터 『문화일보』에 매주 ‘맛의 말, 말의 맛’을, 2024년부터는 『경향신문』에 격주로 ‘말과 글의 풍경’을 연재하고 있다.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1부 말씨-이 땅의 모든 말
2부 말투―말의 주인
3부 말짜임―말을 이루는 재료
4부 말매무새―어디서 무엇이 되어 어떻게 말할까
에필로그 - 말의 주인이 하는 이 땅의 모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