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정다은
얼마 전, 고교생들의 입시 준비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어 이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어렵게 대학에 들어가서도 인턴, 자격증 등 스펙을 쌓아야 하고, 취업에 취직을 해서도 성과를 내야 하는 등 남들보다 앞서가야 하는 압박 속에 살아간다. 문제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지치게 하고, 조급한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요즘에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조금 느려도 괜찮은 삶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한다. <우주에서는 서두를 것이 없다>는 우주비행사들의 경험을 통해 인생의 속도를 잠시 멈추고 잠시 되돌아보게 한다.
저자 마욜린 판 헤임스트라는 우주 프로젝트와 관련 인터뷰 내용을 언급하면서 인류가 겪고 있는 문제를 지구 바깥에서 바라볼 것을 강조한다. 저자가 주목한 것은 우주에서 지구를 볼 때 느끼는 인지적인 변화인 조망 효과이다. 우주비행사들은 우주선에서 지구를 바라볼 때, 경이로움을 느끼는 동시에 지구는 아주 작은 하나의 점이고, 지구라는 행성에서 사는 자신 또한 작고 유한한 존재임을 느낀다고 한다. 지구에 대한 애정과 정서적 친밀감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다.
그는 우주 비행사의 눈으로 지구를 바라보라고 인류에게 호소한다. 멀리서 바라보라고. 우리가 불가분의 관계로 얽혀 있는 하나의 실체로서의 지구를 바라보라고. … “우주 비행사의 통찰과 태도를 갖게 되며 다른 사람들은 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지구를 사랑하기 시작할 것이고, 무언가를 진정으로 사랑하면 그것을 잃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본문 28P.)
이 책은 우주라는 광활한 영역을 통해 세상을 보는 관점을 특별하게 바꾸어 놓는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멈추고, 느려도 괜찮으니 자연의 질서와 속도를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쉴 틈 없이 바쁜 일상에서 일어난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말 중요한 것들은 보지 못하고 지나치곤 한다. 우주비행사가 머나먼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듯, 잠시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며 여유를 가져보자.
“우리는 소음을 만드는 대신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스쿠터 소리,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왜가리가 내는 쉰 소리. 잠시나마 우리의 존재가 옅어져 주변 환경으로 녹아드는 느낌이다. … 어쩌면 나는 조망 효과를 아주 천천히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본문 160-161P.)
조망 효과는 우주에 있어야만 경험할 수 있는 감각이 아니다. 우리는 한낱 작은 존재에 불과하지만,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조금만 바꿔 본다면 지금 이 순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세상을 느리게 바라본다면, 더 의미 있고 따뜻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마욜린 판 헤임스트라)
마욜린 판 헤임스트라는 시인, 소설가, 극작가이자 네덜란드 언론 기관 『데 코리스판던트』의 우주 전문 기자다. 2021년 네덜란드에서 출간된 그녀의 첫 논픽션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In lichtjaren heeft niemand haast)는 네덜란드 종합 베스트셀러 9위에 올랐고, 2021년 NPO 라디오에서 뽑은 올해의 논픽션으로 선정되었다. 2023년 미국 노튼 출판사에서 영역본이 출간되었다.
목차
1. 조망을 향한 갈망
2. 우주 비행사의 태도
3. 치료로서의 지구 관찰
4. 별 없이 항해하는 우주 여행자
5. 빛과 밤
6. 우주론적 인식
7. 지구의 비밀스러운 호흡
8. 거리에 대한 응답
9. 달의 박물관
10. 화성에서의 일몰
11. 나를 내보내줘, 스피룰리나
12. 현재의 중요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13. 손 뻗으면 닿을 듯한 그림자 세계
14. 드윙글루 은하
15. 아무 데도 없고, 어딘가에 있고, 모든 곳에 있는
16. 새롭지만 오래된 세계
17.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18. 불침번
에필로그
감사의 말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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