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오재식

필자는 그림에 문외한이다. 학생 때도 미술 수업은 싫어했으며, 미술관은 근처도 얼씬거린 적이 없다. 어느 날 뉴스에서 어떤 명화가 경매장에서 수백억원에 낙찰됐다는 소식을 보게 된다면, 장담컨대, 우리나라 시민 대부분은 저게 뭐라고 저렇게 비싸? 하는 반응일 것이다. 평소 미술에 관심 있던 사람을 제외한다면, 열에 아홉은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것이고, 한 명쯤은 저렇게까지 비싼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하고 의문이나 호기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구태여 정보를 찾아보는 수고까지 들이진 않을 것이다. 대중들에게 미술이란 부자들의 취미, 혹은 그들만의 리그라는 인식이니까. 그러나 이 책의 서장 단 세쪽만이라도 읽고나면, 자신의 삶에 미술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인식이 개변할 것이다.

그림값을 결정하는 요인은 물론 작품의 미술사적 가치, 화가의 유명세 등 작품 그 자체에 기인하기도 한다. 그러나 양산이나 복원이 불가능한, 희소성이라는 가치와 맞물려 생긴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여 그 작품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한다.

이런 명예로운 가문이 소유했던 작품이니, <화이트 센터>는

단순히 그림 한 점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본문33p).

이 작품이 걸려 있던 장소를 주목해야 한다(본문40p).

후배 화가에게 끼친 영향이 결정적인 차이였다(본문81p).

여기에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가 덧붙는 경우 -우연히 발견된 명작, 부당한 권력자들에게

뺏겼던 작품, 컬렉터들의 특별한 취향 등- 에도 예상가를 훌쩍 넘겨 거래된다(본문317p).

저자는 그림값의 결정 요인을 아홉 가지로 제시한다. 'VIP의 소장작', '희귀성', '미술사적 가치', '스타 화가의 사연 많은 작품', '컬렉터의 취향', '투자의 법칙', '구매자의 경쟁심', '뜻밖의 행운', '명작을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등이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 누군가는 주식이나 가상화폐를 떠올릴 것이다. 주식 투자의 경험이 있는 소위 개미들, 특히 가상화폐를 투자해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본인은 정말 그 기업이나 화페의 가치를 정확히 알고 그 가능성과 발전을 위해 주식을 소유했는가? 그림 또한 마찬가지다. 분명 예술적 가치를 눈여겨 보고 수집하기 위해 구매한 컬렉터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술은 몰라도 희소성만을 보고 투자하고자 한 사람들도 있다.

이제 그림값이 왜 그리 비싼지 의아했던 사람은 더 이상 미술이 딴세상 별나라 이야기처럼 체감되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아리송하다면 다음의 일화는 어떨까.

미국의 화가 잭슨 폴록은 그림 재료를 살 돈이 없어 도둑질을 할 정도로 비참했으나, 그의 표현을 지지하는 후원자들이 생겼고, 더불어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 중앙정보부(CIA)에서 소련보다 미국이 예술의 자유를 수호한다는 이미지를 알리고자 플록을 띄우려는 공작을 펼쳤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폴록은 가장 미국적인 화가로 인기가 높아졌고, '폴록 구매=애국심의 척도'라는 기현상까지 생기게 됐다. 폴록의 사후 2004년 그의 작품은 경매에서 피카소 작품보다 더 비싼 약 1,510억원에 팔렸다.

이러한 일화처럼 그림값을 결정하는 요인을 그림에 얽힌 이야기와 미술사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기에, 그동안 비싼 그림값에 고개를 갸웃하던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