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지현
박물관의 전시실 속, 유리벽 안에 가지런히 놓여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준비하는 수많은 유물들이 있다. 땅 속에 묻혀 오랫동안 잠들어 있다가 사람들 앞에 나타나기까지 유물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될까? 이 책은 보존과학자인 저자가 유물을 복원하고 보존처리하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주며, 유물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보여준다.
유물은 우리가 차마 알지 못하는 옛 선조들의 흔적을 알려주는 물건으로 토기, 옹관, 청자, 고분 등 다양한 모습으로 발굴된다. 주로 흙 속에 묻혀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상태가 온전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해 부식되어 있기도 하고, 깨진 경우도 있으며, 일부가 없어져 있기도 하다. 저자는 이러한 유물들이 언제 사용되었고, 어떻게 사용되었으며, 누가 사용하였는지를 종합해 이 유물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과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원래의 모습과 역사적 가치 그리고 의미를 복원하고 보존한다.
우리는 특별하게 허락된 시간 속에서 숨겨진 유물의 사연을 조심스럽게 두드린다. 수백 년, 수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그들의 이야기는 연구동에서 보존과학자의 손길에 의해 오랜 침묵을 깨고 시작된다.
- p. 20 -
유물의 멈췄던 시간에 건전지를 끼워 다시 움직이게 하는 보존과학자를 저자는 ‘영구히 존재할 수 없는 것을 영구히 보존하려는 마음, 자연과 그 미묘한 힘의 줄다리기를 하는 자’라고 표현한다. 새로운 세상에 나타난 유물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약품 처리를 하고, 접착제를 사용해 조각조각 이어 붙이며 더 이상 훼손되지 않고 우리 곁에 오래도록 머물 수 있도록 보호막을 형성하는 것이 보존과학자의 일이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하지 않았을까. 어찌 보면 생소할 수 있는 보존과학자라는 직업을 가진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가 유물이 가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유한한 생을 응원하게 한다.
보존과학은 과거의 시간을 복원하는 일이지만, 목표는 과거를 복원해 먼 미래까지 대대로 전하는 데 있다. 과거를 돌아보며 미래를 지향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문화재 보존과학자가 가져야 할 마음 아닐까.
- p. 180 -
♣ 저자 소개 (저자: 신은주)
매일 아침 문화유산 기사를 찾아보는 일로 하루를 연다. 현재를 사는 사람보다 이전에 존재했으나 기억에서 사라져 버린 것들이 새롭게 주목받게 되는 것을 너무도 감사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30년은 배우는 삶,
30년은 배운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삶,
30년은 배운 것을 나누는 삶을 꿈꾼다.
문화재관리학을 전공하고 국립광주박물관에서 20여 년 근무했다. 최근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문화유산을 찾아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과학으로 보는 문화유산》이 있다.
♣ 목차
프롤로그.
1부 발견된 것들의 이야기
어느 보존과학자의 출근길_ 시간을 복원하는 사람들
보존처리 전 조사 1_ 당신을 보여주세요
보존처리 전 조사 2_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보존처리 전 사진 촬영_ 가장 ‘예쁘게’가 아닌 지금의 ‘나답게’
처리 계획_ 역사와 과학, 그 사이 어디쯤
성분 조사_ 나를 쉽게 안다고 하지 마세요
응급 보존처리_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르면 일어나는 일들
이물질 제거_ 남겨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
탈염 처리_ 존재를 위협하는 것들
건조 처리_ 유물도 다이어트가 필요해!
강화 처리_ 지금 더 단단해져야 하는 이유
접합_ 파편들의 제자리 찾기
복원_ 역사의 조각을 맞추는 일
가역성_ 잘못된 것을 되돌릴 수 있습니까?
보존관리_ 서서히 소멸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포장_ 다시 시작된 생을 응원하며
전시, 그리고 수장고_ 존재의 이유
2부 채 발견되지 않은 것들의 이야기
깨져야 알 수 있는 것들
우연의 역사
미래를 위해 남겨놓는 마음
빼앗긴, 잊힐 권리
보이지 않는 유산들의 들리지 않는 아우성
더하지도 빼지도 말라
〈청동거울〉에 비춰본 나
미완성이 남겨준 것들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들에서 시작된 이야기
물건들의 공동묘지가 아닌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