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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말들
서울의 말들
  • 저자 : 한성우 글
  • 출판사 : 유유
  • 발행연도 : 2024년
  • 페이지수 : 291p
  • 청구기호 : 718.6-ㅎ313ㅅ
  • ISBN : 9791167701015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영의

 

20여 년을 경상도에서 살다가 처음 서울에 왔을 때, 사람들은 내 말씨를 듣고 종종 이렇게 말했다. “생각보다 사투리를 안 쓰네?” 그런데 또 어떤 날엔 경상도 출신이지? 사투리를 쓰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같은 말을 두고도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걸 보며, 언어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다면 서울말은 어떨까? 우리는 흔히 서울말을 곧 표준어라 여기지만, 사실 서울도 하나의 지역이고, 그 안에는 고유한 서울말이 존재한다. 이 책을 읽으며 서울말 역시 하나의 지역 언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저자는 25년간 서울 곳곳을 탐방하며 서울 사투리를 기록하고 연구했다. 이 책은 표준어 속에 스며든 서울만의 정취를 발굴하고, 사라져 가는 서울말의 흔적을 따라간다. 서울 출신 작가 염상섭과 박완서 등의 작품, 오래된 신문 기사 속에서 우리가 잊고 지낸 서울말을 찾아내며, 언어가 단순한 소통의 도구를 넘어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기록물임을 강조한다.

책은 100가지 서울말을 예시로 들고, 해당 어휘가 등장하는 문장과 출처, 저자의 견해를 함께 실었다. 짤막한 구성 덕분에 출근하여 업무를 시작하기 전이나 잠들기 전 부담 없이 읽기 좋다. 특히 흥미로웠던 단어는 동그랑땡이었다. 저민 고기를 뜻하는 저냐에서 시작해 돈저냐를 거쳐, 엽전() 모양과 소리()를 반영한 동그랑땡이 되었다는 설명을 읽고 나니, 앞으로 반찬을 볼 때마다 엽전이 떠오를 것 같았다. 이처럼 책은 단순한 어휘 풀이를 넘어,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말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전문적인 연구서라기보다는 가볍게 읽으며 언어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교양서에 가깝다.

언어는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다. 그 속에는 한 지역의 삶과 정체성이 녹아 있다. 서울말도 마찬가지다. 표준어라는 틀 안에서 서울말이 어떻게 자리해 왔는지를 살펴보면서, 언어가 지역성과 시대성을 어떻게 반영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게는 잊혀가는 서울말을 되새기는 계기가, 서울 외 지역 출신들에게는 서울말을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가 무심코 쓰던 말 속에 담긴 이야기, 그리고 그 말이 지나온 시간을 곱씹으며, 서울말에 대한 시각을 다시 한번 넓혀볼 시간이다.

이 책이 흥미로웠다면, 같은 출판사의 충청/전라/경상의 말들시리즈도 함께 살펴보길 추천한다. 각 지역의 언어 속에는 저마다의 역사와 문화가 스며 있어, 비교하며 읽다 보면 언어가 단순한 방언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자산임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한성우)

 

충청남도 아산에서 태어나 성장하다가 열한 살 되던 해부터 30여 년간 서울에서 살았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과정을 마치고, 인하대학교에 재직하게 된 이후 10여 년을 인천에서 살고 있다. 충청방언으로 석사논문을, 평안방언으로 박사논문을 쓴 후 한국어의 방언과 말소리를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1997년에 국립국어원의 서울토박이말 조사 때 조사원으로 서울말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이때의 경험과 기억을 살려 600세 서울 노인의 서울 이름 풀이란 수필을 써서 서울시 수필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인천에 살게 되면서 인천과 강화 그리고 인천의 여러 섬들을 조사해 여러 편의 책을 썼다. 이런 까닭에 서울·인천·강화·서해5도 등의 토박이말을 듣기만 해도 바로 구별해 낸다.

방언과 말소리에 대한 연구서 외에 방언정담』 『우리 음식의 언어』 『노래의 언어』 『문화어 수업』 『말의 주인이 되는 시간』 『첼로를 사랑하는 목수』 『말씨 말투 말매무새등 말을 주제로 한 인문 교양서를 써 왔다. 2019년부터 문화일보에 매주 '맛의 말, 말의 맛', 2024년부터는 경향신문에 격주로 '말과 글의 풍경'을 연재하고 있다.

 

목차

 

들어가는 말

 

문장 001

문장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