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천한 장소’에서 ‘새 세상이 열리는 곳’으로
22인의 삶과 죽음으로 그려낸 왕십리의 맨얼굴
모든 이야기가 그렇게 아름답고 향기로울 리 없었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은 아픈 사연들을 갖고 있었다. 이곳에 묻힌 가톨릭 순교자들이 그랬고, 갑신정변의 고대수가 그랬으며, 임오군란의 김장손이 그랬다. 이들은 출구를 찾기 힘든 삶의 미로 속에서 안간힘을 쓰다 안타깝게 스러져갔다. 그리고 대부분 죽은 뒤 또는 삶의 마지막 국면에 왕십리와 인연을 맺었다. 왕십리가 그들의 피울음을 듣고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안식처를 제공해 준 댓가로 이제 왕십리는‘ 주검의 장소’에서 ‘새 세상으로 나아가는 관문’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사실 왕십리는 이런 이야기의 보고다. 왕십리와 인연이 있는 22인의 삶을 다뤘으니, 책은 기본적으로 열전列傳이다. 이 책은 왕십리란 지역의 역사로 읽어도 좋고, 택견 판이나 움집 등 이제는 사라진 곳들의 흔적을 되짚으며 왕십리의 ‘어제’를 돌아보는 지리지 구실에도 모자람이 없다. 신나고, 기막히고, 안타깝고, 신기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왕십리의 ‘오늘’이 한층 가까이 느껴질 것이다.
- 소개출처: 온라인서점(알라딘)
저자: 김창희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나 아주 어려서 상경한 뒤 줄곧 서울 또는 수도권에서 살고 있다.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공부했다. 그 뒤 《동아일보》 기자 시절에 익힌 르포르타주 방식이 모든 글쓰기의 토대라는 판단을 갖게 됐다. 즉, 듣고, 보고, 말하고, 생각하는 것을 최대한 날것 그대로 글로 옮기는 작업이, 비록 영원히 완성할 수 없는 작업일지라도 포기할 수 없는 과제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