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영의
광진정보도서관은 봄이면 벚꽃으로 둘러싸인 명소가 된다. 4월이면 들뜬 얼굴로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로 벚꽃이 흐드러진다. 그런데 우리가 벚꽃을 사랑하는 이유는 꽃 자체의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단 일주일 피었다가 사라지는, 그 순간성 때문은 아닐까? 영원히 머물지 않고 스쳐 가기에, 우리는 더욱 깊이 마음에 새기게 된다. 『아름다움이 너를 구원할 때』는 바로 이 순간성 속에서 소유하지 않고도 사랑할 수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서로 일하면서 ‘미학’이라는 단어에 막연한 거리감을 느껴왔던 나는, 어려운 개념을 쉽게 풀어낸 이 책에 자연스레 끌렸다. "아름다움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곳에 없다(본문 5p)." 책은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우리가 품고 있던 아름다움에 대한 이미지를 가차 없이 깨뜨린다. 미학이라는 다소 낯선 주제를 청소년의 눈높이로 끌어내리면서도, 결코 깊이를 잃지 않는다. 고등학교 교사이자 인문학 강사인 저자는 교실에서 오간 생생한 대화와 영화 속 장면들을 인용하며,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언어로 독자를 이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은 책 전체를 관통한다. 그러나 책은 쉬운 답을 내주지 않는다. 아름다움은 정해진 목적지에 닿는 것이 아니라, 길을 잃고 다시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드러나기 때문이다. 철학자의 사상을 인용하면서도 삶의 순간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문장들은, 철학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이들에게도 쉽게 다가온다. 특히 「헤어질 결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같은 익숙한 영화들을 통해 미학의 세계를 풀어내는 방식은 신선하고 흥미롭다.
그러나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가장 깊은 메시지는, 아름다움은 단순히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존재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결코 소유되지 않으며, 어떤 순간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사건처럼 다가온다. 우리는 그 순간을 포착하고 닮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해야 한다. 『아름다움이 너를 구원할 때』는 단순한 미학 입문서에 머물지 않는다. 아름다움이라는 불완전하고 때로는 불편한 세계를 통과하며,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제안한다.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지만 존재의 밀도를 높이며 살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책은 우리에게 조용히 일러준다. 책을 덮고 나면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를 가볍게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또, 세상과 타인을 조금 더 낯설고 신비롭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싶은 이들에게, 그리고 삶의 순간을 더 깊이 느끼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책의 표지에 그려진 불꽃놀이처럼 아름다움은 찰나에 터지고 사라지는 순간의 예술이며 『아름다움이 너를 구원할 때』는 그런 순간을 포착하는 감각을 일깨워준다. 지금, 당신은 어떤 아름다움을 향해 가고 있는가? 끝으로 책에 인용된 철학자 아도르노의 말을 전하며 서평을 맺는다.
"불꽃놀이는 예술의 완전한 형태다. 완성의 순간 사라져가기 때문이다."
저자 소개 (저자: 김요섭)
자신의 과업이 무엇일지 계속 고민해 온 사람. 여러 곳을 여행하고, 소설을 쓰고, 단편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는 와중에 인문 공동체를 시작하여 꾸준히 책을 읽었다. 삶의 경계를 계속 기웃거리던 일상에 큰 변화가 온 건, 코로나라는 재앙의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3년 넘게 매일 진행한 온라인 미학 수업. 덕분에 프랑스 철학의 매력적인 언어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다. 역병의 시기, 작은 죽음의 흔적이자 장소 없음을 헤맨 기억은 다만 글로 남았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근간으로 『미학을 묻는 당신에게』가 있다.
목차
프롤로그
1. 아름다움이란 말이야!
- 아름다움의 미학적 의미
2. 멀어지는 것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 아름다움의 인식론적 측면
3. 이해할 수 없어야 사랑스럽다니?
- 타자성과 신비로서의 아름다움
4. 어떻게 ‘진리’가 변할 수 있죠?
-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진리
5. 사랑과 아름다움이 있기 위해 신이 꼭 필요한가요?
- 신성의 지점에서의 진리
6. 다시 사랑할 결심
- ‘신·정의·사랑·아름다움’의 진리 형식
7. 매번 그곳을 다시 찾아야만 한다고?
- 진리의 도착과 기다림의 문제
8. 자신도 모르는 몫을 선물할 수 있을까?
- 정의란 무엇인가
9. 당신을 교란시키는 바깥에서 온 손님
- 판단중지
10. 작은 죽음이란?
- 미학적 죽음과 새로움의 형식
11. 죽음 안에 있는 동시에 죽음 바깥에 있다?
- 죽음을 앞서 본 존재의 새로운 시선
12. 차가운 열정이라니요?
- 미학적 존재론
13. 계산 없음을 향해 가라고요?
- 타자를 향한 주체
14. 잠깐 도착할 수밖에 없는 것을 계속 기다리라고요?
- 기다림 안의 존재
15. 계속해서 차연하라!
- 노마드적 존재론
16. 인생은 B와 D 사이?
- 능동적 허무를 향한 지향성
17. 미완성인 채로 남으라고요?
- 무위의 공동체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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