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이슬비

이탈리아에는 각 도시를 칭하는 다양한 별명이 있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 ‘패션의 도서’ 밀라노, ‘꽃의 도시’ 피렌체가 가장 대표적인 도시이다. 이처럼 무언가 환경적 특성, 발생의 근원지, 인물 등 도시를 나타내는 이름은 그 도시의 특성을 보여준다. 이 책은 피렌체는 어떻게 그 찬란한 르네상스를 시작시킬 수 있었으며 이탈리아를 어떻게 문화예술의 도시로 만들어 낼 수 있었는지에 대한 그 배경과 과정에 대하여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이 새로운 철학 사상은 피렌체에서 시작해 피렌체 사람들에 의해 이탈리아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이 사람이 뿌리내린 곳이 어디든, 그 사상의 고향이 피렌체라는 사실은 널리 인정되었다. 이윽고 이탈리아를 벗어나 유럽으로 전파되었을 때도 여전히 르네상스의 고향은 피렌체라는 인식표가 붙었다.

르네상스 시대는 여러 측면에서 근대가 시작된 시대다.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 우리가 우리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방식, 우리가 인간 사회의 발전에 거는 기대, 천상의 삶 못지않게 지상의 삶도 중요하다는 현실적 인생관... 이런 모든 것이 다른 많은 것들과 함께 르네상스 시대에서 유래했다.

베네치아를 ‘물의 도시’라고 하는 이유는 굳이 말을 안 해도 납득이 돼지만, 피렌체는 왜 ‘꽃의 도시’라고 할까? 바로 직결되어 나오는 생각은 위에서 말한 두 도시에 비해 약할 것이다. 알 것 같지만, 또 막상 안다고 하기엔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운 도시 피렌체. 그러나 대표적 인물들의 이름을 통해 르네상스를 일군 피렌체 사람들 이야기를 시작하면 반가운 마음이 활짝 열릴 것이다. 단테부터 갈릴레이까지 인물과 시대의 흥망을 담아 피렌체 및 그 주변 역사를 주요 인물들과 함께 상세히 알아보며 어느새 르네상스 역사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르네상스 역사에는 인물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영향을 받으며 얽히고 설키면서 만들어내는 개방성과 역동성의 시너지가 있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 또한 이렇게 시작됐다. 책에 등장하는 수십 명의 피렌체 사람들은 새로운 사상의 발전, 상업과 무역의 확대, 개인적 자유의 획득이라는 공통의 목표에 기여했고, 이들이 싹틔운 르네상스는 이후 계몽주의, 산업혁명 등 다양한 역사의 시대를 거쳐 현대 세계의 근간을 이루었다.

역사는 인물로 인해 꽃 피운다. 책을 완독하고 나면 두루뭉술하게 알고 있는 르네상스 역사에 대해, 그 안의 인물들이 이뤄낸 ‘꽃의 도시’에 대해 조금은 더 깊이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