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혜선
시인 앨프리드 테니슨은 ‘사랑하고 잃는 것이 아예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불사의 약이 개발되지 않는 한,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물론 사랑하는 반려동물에게도 마찬가지다.
나의 첫 반려동물은 물고기였다. 사실 내가 ‘돌보았다’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행위를 한 것은 물고기 밥 챙겨주는 것이 전부. 어항 청소나 수풀 관리 같은 일은 부모님이 맡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릴 적에는(실은 지금도) 털 있는 포유류를 반려동물로 기르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어머니의 반대로 개를 키울 수 없었던 나는 할아버지와 청계천 애완동물 거리에서 햄스터 두 마리를 입양해왔다. 사람이 아닌 존재에게 애정을 느낀 것은 애착이불 다음으로 그들이었다. 하교 후 빈집에 들어오면 늘 쳇바퀴를 타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던 그 소리가 멈춘 어느 날, 나는 처음으로 ‘죽음’의 존재를 깨닫게 되었다.
“동물을 소유한다는 것은,
동물을 사랑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언젠가는 그 동물을 잃게 된다는 뜻이다.”
이 책에서는 자신이 기르던 물고기부터 강가에 흩뿌린 개의 유해까지. 사람들 곁에 머물렀다간 ‘아는 동물’의 이야기가 나온다. 예견된 이별 앞에서도 인간이 왜 반려동물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고 또 아파하는 것을 반복하는지에 대한 자전적 고찰을 풀어냈다. 다양한 애도의 형태를 탐구하며 동물과 함께한 순간부터 이별을 겪는 인간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누구나 이 책을 읽어볼 만하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두렵고 무서운 ‘죽음’이라는 소재를 수면 위로 끄집어내었다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죽음이라는 과정을 두려움이나 슬픔으로 종결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방법을 제시한다. 죽음에 대한 이성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슬픔 속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죽음을 통해 동물과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애도하는 동안, 그리고 그 이후의 일상 속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 욕망너머 우리가 상기 해야 할 진짜 애도의 방식을 사유케 한다.
내가 어떤 모습이든 반려동물은 나에게 무한한 사랑을 준다. 말 그대로 슬플 때 기쁠 때 함께 하며 나를 성장시키고 보살펴 준다. 인간의 말로 이루어진 대화는 불가능하지만 그가 내 곁에 머물러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큰 힘을 받을 수 있다. 죽음이 두려워 사랑하기가 망설여진다면, 혹은 그의 죽음으로 슬픔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당신은 살아있는 동안 마음껏 사랑하고 ‘헤어질 결심’을 할 용기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저자 소개 (저자: E. B. 바텔스 (E. B. Bartels))
논픽션 작가인 E. B. 바텔스는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예술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뉴턴빌 북스 서점에서 판매 사원으로 일했다. 여러 언론 매체의 기고 외에도 프리랜서 편집자이자 원고 컨설턴트, 글쓰기 코치, 웰즐리대학교의 커뮤니케이션 및 홍보 부서에서 선임 편집 작가로 일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외곽에서 남편 리치, 치와와-핏불 믹스견(시모어), 붉은발거북 한 쌍(테런스와 트와일라), 비둘기들(버트, 댄, 조지, 루실), 물고기 10여 마리(모두 밀턴이라는 이름을 가졌다)와 함께 살고 있다.
♣ 목차
Prologue
1 물고기가 우주를 유영하는 법
2 어떤 바보들은 슬픔이 예정된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3 말이 통하지 않는 다른 존재의 목숨을 책임진다는 말도 안 되는 일
4 어디서 무엇으로든 존재해준다면
5 너는 어디로 갈까?
6 어떤 말은 영웅이 되고 어떤 말은 다른 동물의 사료가 된다
7 마지막 순간을 데우는 유일무이한 존재
8 나를 자라게 한 내 털북숭이 친구
Epilogue
참고한 자료들
감사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