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고대민
에세이란 무엇인가? 가끔 책을 보다 보면 이게 소설인지, 수필인지, 자기계발서인지, 참으로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전부 다 에세이 장르로 묶는다면 정확히 에세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에세이의 기원부터 에세이적 사고인 에세이즘, 형식과 방향성에 대해 파헤치며, 에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한다.
에세이는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시험하는 글이 아니라 대상을 측정하는 글이다. 글 자체의 힘, 글을 쓰는 저자의 힘을 재는 글이 아니라 자기 밖에 있는 어떤 것을 재는 글이다. 에세이 쓰기는 가늠하기이다. p.23
에세이의 어원을 알아보자면 ‘시도’를 뜻하는 프랑스어 동사에서 유래되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에세이라 부르는 이 프랑스 동사는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러한 뜻을 가지게 되었을까? 시도해 본다는 뜻의 에세예(essayer)는 저울을 뜻하는 후기 라틴어 엑사기움(exagirare)에서 왔다. 즉 에세이의 어원들을 살펴보면 일차적으로 저울의 바늘을 뜻하고 이차적으로 시험, 감독의 뜻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렇기에 에세이는 정밀하게 측정하고, 세심하게 검토하는 글일 수 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이 계열 다른 의미들을 보면 새의 떼, 몰아내다, 강요하다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진지하고 정밀함을 요구하는 듯하지만, 다채롭고도 확장 가능한 다양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에세이의 어원에서 보이는 의미처럼, 에세이 역시 다채롭고 북적거리며, 완벽함도 철저한 논의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를 설명하며 저자는 에세이적 사고. 즉 에세이즘에 대해서도 말한다. 에세이즘은 시험하고 가정해 보는 태도이자, 삶과 글 속에서 뚜렷한 윤곽을 그리는 습관을 가지는 것으로, 에세이의 모험 정신과 충동, 완결된 형식이나 완전성 사이에서 상반되어 흔들리는 에세이라는 장르의 매력을 느끼고 이러한 형식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하여 주제, 구성, 형식, 단상, 배열, 대화, 분량, 목록과 흩어짐 등 에세이를 구성하는 요소들과 불안과 위안 등 감정에 대해 저자 개인의 감상을 에세이 속 에세이처럼 뭉테뉴, 울리히, 버지니아 울프, 월리엄 개스, 코널리 등 다양한 에세이스트들의 문구들을 인용하며 깊이를 더한다. 이에 더해 저자 브라이언 딜런만의 글 또한 들어가 있는데 첫 번째 ‘위안에 관하여’ 부분은 개인적으로 단어의 나열들과 문장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광경이라는 건 그저 가로등 불빛과 빗물과 깨진 유리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우연한 결합이었다…희미한 어둠 속에서 빛점들의 별자리가 한순간 한순간 다시 그어지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우리가 발 디딘 땅에서 아주 작은 별들이, 어떤 것들은 죽음의 순간을, 또 어떤 것들은 탄생의 순간을 맞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p.109
저자가 핍스보로에서 살다가 20대 중반, 아일랜드로 떠나기 전에 서술한 이 부문은 불안하고 힘든 순간들과 그 속에서 작게나마 받은 위로의 순간들에 대한 표현은 단순한 나열 속에서도 유려하여 활자 하나하나에서 그 순간의 공기가 폐부에 가득 찬 현장감을 주며 이게 에세이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에세이를 쓸 때 원칙은 그야말로 재미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고, 우리가 에세이를 꺼내 읽을 때의 마음도 단연코 재미를 얻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에세이에 담기는 모든 것은 그러한 목적에 복무 되어야한다. p.31
에세이에 대해 잘 쓰는 법에 대해서 저자는 아도르노의 <메멘토>의 문장을 인용하여 설명한다. “잘 쓴 글은 거미줄과 같아서 밀도가 높고 구심적이며, 투명하고 견고하다. 그런 거미줄은 모든 것을 끌어당긴다.”라고 말이다. 재미와 더불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여러 모순되는 것들을 동시에 말하게 된다면 그것은 좋은 은유를 끌어들이고 좋은 에세이를 만든다. 에세이는 쉬워보이지만 쉽지 않은 글이다. 형식적이기도 형식적이지 않기도 하다. 어려운 글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기호와 스타일로 읽는 이를 매료시키고 빠지게 하는 것이다. 자신의 에세이에 확신이 없는 이들, 아직 에세이가 친숙하지 않아 그 즐거움을 모르는 이들에게 이 책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저자 소개 (저자: 브라이언 딜런)
비평가, 저널리스트, 에세이스트. 1969년에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부모의 이른 죽음과 경제적 궁핍, 우울증 등이 거듭 발목을 잡았으나 그런 만큼 읽기와 쓰기에 매진하며 살아냈다. 더블린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철학을 전공했고, 켄트 대학교에서 20세기 문학 비평 이론의 시간 개념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썼다. 학창 시절 데리다, 벤야민, 아감벤, 보드리야르 등에 심취했지만 가장 열광한 작가는 (그 스스로 “내 문장들의 수호성인”이라고 부른) 롤랑 바르트였다. 학교생활이 딜런에게 남긴 것은 아카데미에 대한 환멸이었기에 (학계가 배척한) 스타일의 중요성을 알게 해준 바르트가 “학자도 이론가도 아닌, 나의 작가”로 자리매김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독창적이고도 계시적인 산문을 꾸준히 써온 딜런은, 《가디언》《뉴욕 타임스》《뉴요커》《런던 리뷰 오브 북스》《뉴욕 리뷰 오브 북스》《인디펜던트》《테이트》 등 여러 매체에 예술 전반에 관한 글을 기고했으며 뉴욕의 예술·문화 계간지 《캐비닛》 영국 지부 편집장을 지내기도 했다. 저서로는 《상상병 환자들》을 비롯해 《어두운 방In the Dark Room》《방 안에 앉아서I Am Sitting in a Room》《성역Sanctuary》《잔해Ruins》《이 거울 속 오브제들Objects in This Mirror》《대폭발The Great Explosion》《어떤 문장이 있다면Suppose A Sentence》《친밀한 것들Affinities》 등이 있다. 왕립예술대학을 거쳐 현재는 런던퀸메리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 목차
에세이와 에세이스트에 관하여
기원에 관하여
에세이즘에 관하여
목록에 관하여
흩어짐에 관하여
불안에 관하여
위안에 관하여
스타일에 관하여
요란함에 관하여
취향에 관하여
문장에 관하여
우울에 관하여
위안에 관하여
단상에 관하여
잠언에 관하여
디테일에 관하여
탈선에 관하여
위안에 관하여
혼잣말에 관하여
논리에 관하여
연약함에 관하여
위안에 관하여
관심에 관하여
호기심에 관하여
위안에 관하여
다시 시작하는 것에 관하여
읽을거리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