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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은 파란색으로 기억된다
천재들은 파란색으로 기억된다
  • 저자 : 이묵돌 지음
  • 출판사 : 비에이블
  • 발행연도 : 2022년
  • 페이지수 : p
  • 청구기호 : 001.3-ㅇ729ㅊ
  • ISBN : 9791165345099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손지훈

 

책의 내용은 시대와 지역의 구분 없이 작가가 꼽은 23명의 천재를 다루고 있다. ’영감이라는 주제를 23명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다. 인물 하나하나가 아득한 경지를 이룬 천재이자, 각자의 영역에서 한 획을 그었다고 평해지는 이들이다. 사실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파고든다면 한 명, 한 명이 책 한 권으로 다루기도 모자랄 수 있다. 그리고 다뤄지는 인물의 활동 영역이 다양해서 어떤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지도 아니하다. 그래서 깊이가 덜하고, 누구나 이런 대단한 인물들을 가지고 글을 쓴다면 쉽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의 역량이 이러한 우려를 씻어줄 것이다. 뻔하지 않고, ’영감이라는 어쩌면 모호한 주제로 각기 다른 인물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한 한편의 글로 잘 묶어낸 것이다. 천재들의 일화를 통한 작가의 사고를 엿보는 일이 퍽 즐겁게 느껴졌다.

 

나처럼 작가를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면 묘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가볍고 거침없는 문체와 작가의 뚜렷한 감성이 조금 불편하면서도 기꺼운 이율배반적인 감정 말이다. 가볍지만 작가만의 깊이가 느껴지고, 거침없는 말투지만 그렇기에 진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절로 작가가 누구지?‘라는 호기심이 고개를 들 정도로 말이다. 나는 독서하며 생각나는 것들을 책에 메모하면서 읽는다. 그런데 10p 중간에 나는 이렇게 메모했다. ‘일본 작가 하루키 느낌.’ 그리고 이러한 내 느낌이 영 틀린 것은 아니었는지 책의 후반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16번째 천재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다루는데,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한번쯤 이겨보고 싶은 ‘, 혹은 어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글이 하루키와 비슷하게 써진 때가 있어 글을 지우고 다시 쓴 적도 있다고 하니, 내 감이 얼추 맞았나 싶다. 어떤 작가의 영향이 글에 묻어 나온다는 점은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글이라는 것이 훔친다고 훔쳐지는 것이라면 세상에 대문호라 불릴 이들이 넘쳐날 테니 말이다. 어찌 됐든 작가의 글이 매력적이라는 설명이 길어졌다. 편마다 적어도 한 문장씩은 나도 모르게 밑줄을 치게 만드는 작가의 문장이 있었다. 처음 만나는 작가지만 분명 끌림을 느낄 수 있는 작가이고, 취향이 갈릴 수 있는 작가인 것도 분명하다.

 

그렇다. 작가의 글이 무난하게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타입은 아니다. 오히려 반감이 드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법하다. 하지만 작가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도 이 책을 읽어볼 또 하나의 가치가 있다. 그것은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발견이다. 여러 분야에 걸쳐 깊은 지식과 통찰을 가진 이가 몇이나 있을까. 관심이나 열의가 없다면 한 분야도 쉽지 않을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부류(총류)의 책을 통해 새로운 눈을 빌려 다양한 영역을 살필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책 바깥에서도 즐거움을 얻어갔다. 책에 등장하는 쳇 베이커빌 에반스의 음악을 들으며 샤워하고, 책장에 꽂아두고 못다 읽은 도스토옙스키와 헤밍웨이의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모네와 윤동주의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감상할 기회를 얻었다. 이 책에는 이런 면모도 있다.

 

서평 밑에 목차를 보면 책에 등장하는 인물 정보를 볼 수 있는데, 우리가 들어보거나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들의 자세한 이야기는 책에서 만나보길 바란다. 책에 나오는 작가의 이야기 중 일부를 엿보면서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누구나 그런 공허함에 빠져 허우적댈 때가 있다. 여태껏 거의 모든 것을 바쳐 몰두해온 일에 그전만 한 열정을 느낄수 없을 때, 가장 믿고 의지하던 사람들이 완전한 타인처럼 느껴질 때, 한때 축복인 줄 알았던 것들이 하등 의미 없는 껍데기처럼 보일 때. 앞으로 내가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잘 해낸다고 해도, 죽을 때까지 어느 한 사람도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지 못하리라는 공포에 휩싸일 때···. 사람은 그런 고민과 절망을 잊을 만큼 압도적인 사랑을 필요로 한다. 삶으로부터 끊임없이 고통받으면서도 어떻게든 삶을 사랑하고 싶은 것이야말로 살아있는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내가 죽지 않게끔 무한정 사랑해줄, 내게 죽어선 안 되게끔 사랑할 무언가를 찾아 헤맨다. 그 대상은 신이 되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간절히 필요할 때 그 대상이 끝끝내 나타나지 않으면, 그 사람은 죽는다. 만일 숨이 붙어 있더라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산송장이다.” -282~283p.

 

저자 소개 (저자: 이묵돌)

 

1994년 창원에서 태어났다. 홍익대 경영학과에 입학하였고, 자퇴했다. 중학생 때부터 글을 썼으며, 인터넷에서 취미로 쓰던 글들이 인기를 끌어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페이스북에서 김리뷰라는 필명으로 활동했고, 만 스무 살에 콘텐츠 기획자로 회사생활을 하다 IT회사를 창업했다. 회사는 경영난으로 폐쇄했고, 창업 실패로 인한 빚을 갚기 위해 여러 매체에 칼럼과 수필을 기고하는 프리랜서 작가로 생활했다. 이씨 성은 본관이 영천인 어머니의 성을, 묵돌은 흉노족 족장의 이름을 땄다고 한다. 굳이 의미를 찾아보자면 몽골 말로 용기 있는 자정도이다. 단편소설집 시간과 장의사, 블루 노트, 장편소설 어떤 사랑의 확률, 시집 적색편이, 수필집역마, 사랑하기 좋은 계절에, 그러니까 우리, 갈라파고스 세대, 마카롱 사 먹는데 이유 같은 게 어딨어요?등을 썼다.

 

목차

 

Prologue

번거롭고 까다롭지만, 무엇보다 즐거운 일

 

도스토옙스키 Dostoevskii

- 그럼에도, 읽을 사람은 계속 읽을 것이다

#읽히지않는 #대문호

 

쳇 베이커 Chet Baker

- 단 한순간도 트럼페터가 아닌 적 없던 남자

#이중적인 #자기파멸

 

미켈란젤로 Michelangelo

- 명예로운 기술자와 불행한 예술가의 갈림길에서

#반항적인 #마이웨이

 

윤동주 尹東柱

- 거대한 시계 앞에서 느끼게 되는 청춘의 무력감

#부서질듯한 #순수

 

스탠리 큐브릭 Stanley Kubrick

-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은, 광적인 집념

#왜이럴까싶은 #집착

 

스콧 피츠제럴드 Scott Fitzgerald

- “맞아, 개츠의 아버지는 루터교 신자였지.”

#멋쩍은 #인간미

 

마일스 데이비스 Miles Davis

- 트럼펫으로 음표를 도려낼 수 있다면

#마약보다 #전인미답

 

서머싯 몸 Somerset Maugham

- 아득히 먼 곳에서 전해지는 동질감, 혹은 위로

#위로되는 #냉소

 

오타니 쇼헤이 大谷翔平

- “거 봐, 틀린 건 아냐. 아주 못할 건 또 없다니까.”

#담대한 #도저함

 

카라바조 Caravaggio

- 암흑과 빛, 순수함과 추악함의 묘한 균형

#비굴한 #필사적인

 

렘브란트 Rembrandt

- 까마득히 침몰하는 인생, 황홀하고 찬란한 작품

#한심한 #별수없는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 그는 이제 세상을 또렷이 보는 데 관심이 없다

#아련한 #흐릿한

 

어니스트 헤밍웨이 Ernest Hemingway

- 작가, 좋아하는 걸 실컷 쓰고 싶어 하는 일

#제멋대로인 #골치아픈

 

빌 에반스 Bill Evans

- 중요한 순간에 눈부시게 빛날 수 있는,

#후천적 #고독

 

마틴 스콜세지 Martin Scorsese

- 그는 반드시 쏴야 하는 순간에만 총을 든다

#빈틈없는 #냉정함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 한번쯤 이겨보고 싶은 ’, 혹은 어른

#독창적인 #원숙

 

데이브 샤펠 Dave Chappelle

- 오랜 고민과 인류애가 스며 있는 유머들

#도발적인 #인류애

 

제인 오스틴 Jane Austen

- 역사상 가장 로맨틱한 미혼의 작가

#어쩌다 #로맨틱

 

토리야마 아키라 鳥山明

- 좋아하는 일을 운명으로 탈바꿈한 천재성

#희극적인 #천재성

 

프리다 칼로 Frida Kahlo

- 오래 살고 보면, 정말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

#비극보다 #새옹지마

 

에밀 졸라 Emile Zola

- 가장 순수한 의미에서의 용기, 혹은 고결함

#고고한 #용기

 

존 레논 John Lennon

- 모든 것을 이룬 자에게 결핍된 단 한 가지

#동화같은 #갈증

 

이창호 李昌鎬

- 삶이 게임이라면 바둑 같은 게임이기를

#고요한 #승부사

 

Epilogue

- 엇비슷한 눈높이로 과거와 마주하기

 

사진, 그림 설명 및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