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정다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눈길에 닿는 모든 곳에는 아주 작은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다. 아침에 먹는 모닝빵, 반찬으로 나오는 김치, 매일 마시는 물에는 이들이 살고 있다. 바로 미생물이다. 이 책은 역사적 사건에 등장하여 공존하며 함께하고 있는 미생물의 존재와 영향력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우리는 별생각 없이 지나치지만, 미생물은 지구상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고, 지금도 그렇다. 많은 종류의 미생물 중 특히 장내 미생물은 몸의 소화를 돕고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영국의 과학자이자 의사 알렉산더 플레밍은 항생제로 쓰이는 페니실린을 발견하였다. 미생물에 의해 만들어진 페니실린은 세계 2차 세계 대전 당시 많은 군인과 병사들의 생명을 구했다. 어쩌면 하찮게 보이는 작은 곰팡이류가 한 사람의 생명을 살렸고, 나아가 역사의 한 획을 긋게 되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바이옴, 박테리아 변형 연구, 암 치료법 등 미래 의료 기술 분야에서 핵심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역사 속 미생물은 인류에게 위협을 가해서 파멸로 이끄는 존재로 나타난다.
그저 단백질 덩어리처럼 보이는 작디작은 바이러스가 관여한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막대한 일이었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사람을 감염시켜 괴롭히고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며 심지어는 인류의 존재마저 위협했다. P. 151
일상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던 코로나바이러스, 세계적으로 5천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스페인 독감과 그 밖에도 콜레라, 결핵, 흑사병 등 역사상 치명적인 사건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전염병은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나아가 경제 위기를 낳고,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러한 모든 역사적인 사건 가운데 미생물이라는 존재는 마치 재앙을 일으키는 장본인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인류에게 악의를 품고 저지른 일은 아닐 것이다. 미생물은 본능적으로 스스로 번식하고, 증식하며 환경에 맞춰 살아갈 뿐이다. 이 책을 통해 미생물을 회피의 대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인간은 어떻게 이들을 내 편으로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방향으로 생각해 보자. 우리의 일상 속에서 매일 마주하지만 지나쳤던 미생물의 세계를 새롭게 알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어떤 미래를 맞이할지는 바로 이런 미생물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어떤 대책을 갖추었는지 또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P.176
저자 소개 (저자: 고관수)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박사 학위도 같은 대학에서 받았다. 아시아태평양감염연구재단(APFID) 연구실장을 거쳐 2007년부터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에서 항생제 내성세균을 연구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고등학생 때 문과와 이과 선택의 갈림길에서 한참을 고민했는데, 글은 나중에도 쓸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이과를 선택했고 지금까지 그 길을 가고 있다. 300편 가까이 논문을 발표할 정도로 세균과 항생제 내성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교양과학을 비롯해 소설, 인문,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도 틈만 나면 찾아 읽곤 한다. 예전 선생님의 말씀대로 이제 글을 쓰기 시작해, 첫 책 『세균과 사람』을 냈고, 이번 『세상을 바꾼 항생제를 만든 사람들』이 두 번째 책이다.
목차
1. 인류의 진화에는 미생물이 있었다? : 술과 효모
‘술 취한 원숭이 가설’, 인간의 탐닉을 추적하다
2022 올해의 미생물로 효모가 선정된 이유는?
효모의 변이를 보면 인류의 맛 계통도가 보인다
2. 최초의 민주주의를 세균이 무너뜨렸다고? : 아테네 역병과 살모넬라
2,400년 만에 드러난 고대 그리스 몰락의 복병
고유전체학, 아케네 소녀 미르티스의 사인을 밝히다
살모넬라 엔테리카가 가져온 민주주의의 잠복기
3. ‘콜럼버스의 교환’은 왜 ‘면역 전쟁’이라 불릴까? : 천연두바이러스와 매독균
인류가 처음으로 지구상에서 질병을 내쫓은 기술
유럽에선 익숙한 미생물이 왜 아메리카에선 파괴적 무기가 되었나?
우리가 박멸한 바이러스가 생물무기로 되살아난다면?
4. 사람마다 시대마다, 결핵은 왜 잠복기가 다를까? : 산업혁명과 결핵균
결핵은 어떻게 ‘자본의 필수 조건’이 되었나?
서서히 죽어가는, 낭만적 질병에서 불쾌한 질병으로
잠복기의 균형을 깨뜨리고 인간이 불러낸 질병
5. 최초의 역학조사는 도시를 어떻게 바꿔놓았나? : 수도 펌프 손잡이와 콜레라
‘치료받지 않을 권리’를 선동한 무시무시한 미생물
콜레라가 ‘최고의 위생 개혁가’라고?
분자역학, 반복 유행하는 콜레라의 전파 경로를 뒤쫓다
6. 전쟁보다 사람을 많이 죽인 바이러스는? : 제1차 세계대전과 인플루엔자
전쟁 막바지를 습격한 팬데믹의 물결
스페인 독감은 왜 젊은 사람에게 유독 치명적일까?
항원변이, RNA를 유전물질로 이용하는 것의 위험성
7. 포스트 항생제 시대, 미생물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 페니실린과 푸른곰팡이
한 나라 대통령과 평범한 병사들의 생과 사를 가른 발견
곰팡이 속 미생물이 치료제가 되기까지의 여정
세균에게 공격받고, 세균으로 치료하다
8. 세계 사망 원인 1위 모기를 세균으로 퇴치한다고? : 말라리아와 황열병, 그리고 볼바키아
인간과 모기와 미생물이 맞물린 열대열원충의 출현
세균보다 작은 황열바이러스가 바꾼 역사적 순간들
볼바키아, 곤충의 성생활까지 조종하다
9. 미생물 생태계를 보면 인간 특성이 보인다? : 아이스맨에서 마이크로바이옴까지
유전체학이 외치에 관해 밝힌 새로운 사실들
마이크로바이옴에서 건강의 답을 찾다
건강, 성격, 행동까지…… 인류는 미생물에 종속된 존재일까?
10. 미생물은 의료의 모습을 어떻게 바꿀까? : 면역항암요법과 세균 매개 암 치료법
세균으로 종양을 치료하는 면역항암요법의 원조
리스테리아균의 독소로 췌장암을 치료하는 역설
분변 미생물 이식술, 씨디피실 감염의 치료 가능성을 열다
나가는 글 결국 인간의 몫이다
감사의 글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