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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개 고양이 대학살
전쟁과 개 고양이 대학살
  • 저자 : 힐다 킨 지음 ; 오윤성 옮김
  • 출판사 : 책공장더불어
  • 발행연도 : 2025년
  • 페이지수 : 331p
  • 청구기호 : 909.54-ㅋ988ㅈ
  • ISBN : 9788997137930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영의

 

#전쟁사 #동물사 #반려동물 #전쟁과동물 #동물권 #동물학살 #사회비판 #역사와윤리

 

20253,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던 어느 날. 뉴스를 보던 중 유독 눈에 밟히는 기사가 하나 있었다. 자택까지 번진 불길 속에서 한 노인이 반려견의 목줄을 풀어주며 어서 도망가렴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 반려견은 결국 모든 것이 불타버린 집을 지키기 위해 돌아왔다고 했다. 짧은 기사 문장을 몇 번이고 되뇌며 문득 생각했다. 재난을 겪은 수많은 동물들의 삶은 과연 어땠을까.

 

전쟁과 개 고양이 대학살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해, 인간의 전쟁사에서 지워진 동물들의 자취를 복원해 나간다. 저자 힐다 킨은 내가 쓰고 있는 역사는 기존의 위대한 노동운동사에 여성을 부록처럼 추가했던 것과는 다르다(133)‘고 말하며, 동물을 단순한 주변의 존재가 아닌 역사의 당당한 주체로 언급한다.

 

1939,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불과 나흘 만에 영국 전역에서 40만 마리 이상의 개와 고양이가 죽임을 당했다. 정부도, 수의사도, 동물보호단체도 이를 반대했지만, 사람들은 스스로 동물병원 앞에 줄을 서며 반려동물의 안락사를 요구했다. 사랑하는 존재를 지켜주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판단을 흐리게 했던 것이다. 저자는 이 집단적 선택이 어떻게 애정의 이름 아래 폭력으로 작동했는지를 날카롭게 짚어낸다. 물론, 이 책은 단순한 비극의 연대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먹을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마지막 남은 빵 조각을 고양이에게 건넸고, 개는 동물적 감각으로 사람들에게 대피소로 가는 길을 안내했으며, 폭탄이 떨어지는 순간 고양이와 노인은 함께 책상 밑에 몸을 숨겼다. 전쟁은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위기였지만, 그 속에서 서로를 지키며 맺은 관계는 더 깊어지고 단단해졌다.

 

전쟁과 개 고양이 대학살은 인간 중심으로 쓰인 전쟁사를 낯선 시선으로 되돌아보게 한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단지 역사 속 동물을 기억하자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언제부터 말할 수 없는 존재는 이야기되지 않아도 된다고 여겨왔는지를 되묻게 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침묵 속에 놓여 있던 존재들을 이제는 기억 속으로 조용히 다시 불러와야 할 때다.

저자 소개 (저자: 힐다 킨)

 

대중역사와 문화사, 동물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다. 옥스퍼드 대학 러스킨 칼리지의 대중역사과 학장을 지냈으며, 그리니치 대학의 방문교수이자 런던 대학의 명예 선임연구원이다. 동물권 : 1800년 이후 영국에서의 정치적, 사회적 변화Animal Rights : Political and Social Change in Britain since 1800, 런던 이야기: 개인의 삶, 대중의 역사London Stories : Personal Lives, Public Histories10여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목차

 

1장 동물과 역사가와 인간들의 전쟁

2차 대전 영국의 동물은 어떻게 달랐고 무엇을 상징했나 동물의 역사를 새로 쓰는 어려움과 가능성 동물을 주인공으로 역사를 쓰는 사람의 문제 무엇으로 동물의 역사를 쓸 것인가 유년의 기억과 가족 이야기

 

2장 애완동물 연대기 : 학살은 예고되었는가?

1차 대전의 기억이 2차 대전의 동물에게 미친 영향 동물이 머물 공간은 집 안? 집 밖? 교배의 본질 반려동물의 식생활과 의료 경험 존재, 행위자성, 독립성 동물 사이의 관계 1930년대에 동물을 죽이는 방법 동물의 심리를 이해하다 국가의 늑장과 수의학계의 로비

 

319399: 4일 만에 동물 40만 마리가 살해당했다

공황은 없었다 1938년의 공황 : 뮌헨 위기와 애완동물 살해 살해의 방식 : 일상적인 도살, 뮌헨 위기, 전쟁의 시작 네 가지 이야기, 각각의 삶 무엇이 동물의 생사를 결정했는가 동물원 동물을 죽이다 대학살의 전후 맥락

 

4장 기존 서사의 분열 : 누구를 위한 가짜 전쟁이었나?

피신한 어린이와 동물 : 사라진 관계 9월 대학살의 역풍이 시작되다 무너진 됭케르크 서사

 

5장 통종의 경험 : 전시의 음식과 식생활

동물과 인간의 식단 변화 누구를 위해 줄을 섰는가 동물 음식과 인간 음식의 구분이 사라지다 종을 넘나드는 식생활과 정부의 규제 잉꼬, 야생 조류, 인간의 지식 음식 낭비에 관한 명령의 영향

 

6장 희미해진 경계 : 누가 누구를 보호했는가?

방공호의 시간 : 동물과 인간의 공간 스트레스 : 공동의 환경 공습 때 서로 의지하다

 

7장 동물-인간의 유대 강화와 전시 상태

떠나기와 돌아오기, 국가적 대이동 또 한 번의 대학살? 전쟁선전 : 개를 먹는 나치와 동물을 사랑하는 영국인 국가의 동물 보호 : 인식표, 죽음, 재결합 동물의 부상과 죽음 현장 실무자들은 동물을 어떻게 대했나 사람들의 분노 : 동물은 어디에 있는가?

 

8장 감정, 효용, 사기 : 전시의 동물-인간 관계

동물-인간의 정서적 상호 의존과 그 모호한 형태 유용성을 주장하는 여러 관점 고양이와 인간의 달라진 관계 전쟁 중에 동물과 인간이 함께 느낀 감정들 과학자, 역사가 그리고 관계들 두 고양이 이야기, 독일의 무셸과 영국의 넬슨

 

9장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2차 대전의 동물을 기억하는 법과 잊는 법

일상으로 돌아가다 기억 상실과 기념비 정상으로의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