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박지현

나는 청소년 소설을 즐겨 읽는다. 내용이 가볍고 쉽게 다가오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무거운 사회적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그 안에서 희망과 극복의 메시지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전달자’로 유명한 로이스 로리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도, 청소년 소설에서 내가 원하는 요소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초의 아이는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작가가 품고 있는 철학적인 고민과 인간의 존재에 대해 성찰하게 돕는다.

기억전달자는 하나의 역사에서 두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 사건이 비극적이었던 만큼, 두 이야기의 결말도 동일하다. 주인공 에스트릴트와 피라크는 독일 빈데비 늪에서 발견된 십대 아이의 미라에서 비롯된다. 에스트릴트는 구시대적 관습에 도전하려는 소녀이고, 파라크는 전사들이 존경받는 마을에서 장애를 지닌 채 태어난 소년이다. 이들은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찾아 노력해 나가지만 이야기는 결국 비극으로 끝나고 만다. 이들의 이야기가 그냥 끝이었다면 말이다.

에스트릴트와 파라크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인상깊지만, 그들이 떠나고 남겨진 것들에 집중하게 된다. 이들이 지나간 자리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말이다. 또한, 역사 파트에 담긴 작가의 에세이는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과 그 안에 고민을 엿볼 수 있어 작품을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소설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또 소설을 창작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