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김지현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피아노를 치며 느꼈던 즐거움을 다시 상기시켜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저자인 김재훈은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피아노라는 악기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한때 한 집 건너 한 집에 있었던 수많은 피아노들이 이제는 처분하기 어려운 골칫덩이가 되어 버려지는 실정을 담아 버려진 피아노들을 분해하고 해체하여 새로운 악기 P.N.O(Prepared New Objects)를 만들었다. 이 책은 피아노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진 저자가 PNO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쓴 에세이다.
우선, 피아노의 역사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자면 피아노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라는 사람이 최초로 발명한 악기이다. 이후 산업혁명으로 인해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고, 우리나라에는 1900년대 선교사 부부에 의해 처음 발을 딛게 되었다. 처음 피아노를 접한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음이 나오는지 알 수가 없던 기괴하고 커다란 기계를 '귀신통'이라고 부르며 두려워했지만, 시간이 지나 초등학생들의 교양의 척도가 되어 수많은 피아노 학원이 생겨났고 많은 사람들이 피아노를 취미로 삼거나 더 나아가 전공까지 하게 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피아노는 크게 그랜드 피아노와 업라이트 피아노로 나눌 수 있는데, 그랜드 피아노는 주로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회장에서 사용하는 피아노로 현이 수평으로 긴 피아노다. 그에 반해 업라이트 피아노는 현이 수직으로 긴 피아노로 그랜드 피아노에 비해 크기가 작아 학원이나 집에서 많이 구입했던 피아노다. 가정에서 많이 쓰이는 피아노인 만큼 버려지는 피아노의 대부분이 업라이트 피아노인데, 저자는 이 업라이트 피아노를 해체해 건반을 뒤집고, 활로 피아노 현을 긁고, 피아노 의자를 높낮이가 다르게 만들어 현악기, 타악기, 건반악기의 성격을 지닌 피아노 3중주의 신악기를 만들어냈다. 이 신악기로 진행한 <PNO> 공연은 피아노에 관한 저자의 또는 우리의 물음에 대한 저자의 대답이 총망라되어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피아노를 배웠던 사람들에게는 어린 시절 피아노를 치며 느꼈던 즐거움에 대한 향수를, 여전히 피아노를 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피아노가 버려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속상함과 피아노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는 시간을, 피아노를 배우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피아노라는 악기에 대해 알아가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책과 관련된 매체를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PNO> 공연의 제작기는 다큐멘터리 '귀신통'으로도 만들어져 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개봉했었고, 피아노가 처음 들어왔다던 대구 달성군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달성100대 피아노'라는 축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고 한다. 피아노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색다름을 주며 여전히 우리 주변에 머무르고 있다.
피아노는 그 수가 줄지언정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많은 백건과 흑건으로, 여러 개의 페달을 밟아가며, 피아노와 포르테 사이에서 연주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표현 속에 우리의 인생을 얼마든지 담을 수 있는 훌륭한 악기이기 때문이다. -p.186
저자 소개 (저자: 김재훈)
미니멀리즘 음악과 사회적인 주제를 연결해 공연예술 작품을 만드는 음악가이자 연출가이다. 자연의 소리와 일련의 독주 행위를 ‘반주’라는 개념으로 정의한 정규 1집 <ACCOMPANIMENT>와, 산과 바다를 보고 쓴 선율에 피아노 5중주 구성으로 반주를 증폭시킨 정규 2집 <S.W.I.M>을 발표했다. 본인의 음악을 무대화시킨 동명의 공연 <S.W.I.M>을 통해 연출가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뉴욕과 서울에서의 피아노 리서치 작업을 통해 인류의 대표적 악기인 피아노와, 피아노를 다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룬 실험적인 음악극 <PNO>를 연출했다. 동료들과 신악기 'PNO'를 탄생시킨 과정은 다큐멘터리 <귀신통>과 공연 실황 영화를 통해 전국에서 상영되었다. 이듬해 기술의 발전이 음악에 가져오는 변화를 고찰하는 다큐멘터리 <스트라디바리우스 그리고 연주하는 인간의 미래>를, 공연장의 미화 근로자들과 함께 공연 <극장 1>을 만들었다. 그는 공연장에 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져오는 창작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목차
머리말 다시, 피아노 앞에서 행복을 만나기를
Part 1 피아노에 관한 생각들_ 피아노와 함께한 시간
1900, ‘귀신통’이라 불리던 악기 18/ 증기 기관차에 올라탄 피아노 25/ 나의 선생님들로부터 30/ 체르니 시간 39/ 피아노 반주 45/ Play, me 길 위의 피아노 53/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 59/ 악보, 인생을 담아내는 특별한 문서 66/ 조율사 72/ 무대 공포증 82/ 폭설, 36 90/ 그랜드 피아니스트, 업라이트 피아니스트 99
Part 2 PNO_ 버려진 피아노로부터
프리페어드 피아노 110/ 나만의 악기 116/ 딸의 피아노 123/ 피아노 공동묘지 130/ PNO, 해체된 피아노로 만드는 신악기 138/ Prepard New Objects, PNO 물구나무선 사자, 코끼리 첼로, 거북이 의자 144/ 그랜드 피엔오에 담은 세 가지 생각 151/ 피아노 고르는 법 157/ 멜로디언과 피아노 운반사 166/ 피아니스트의 마음 175/ 피아노의 미래, 대체되지 않는 것 181/ 공연 <PNO>를 마치며 187
INTERVIEW <PNO>에 대한 오마주 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