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고대민

누군가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마음을 나눠본 적이 있나요? 『Grandpa’s Scroll』은 워싱턴에 사는 손녀 릴리와 한국 시골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가 pen pals(편지 친구)가 되어가는 이야기예요.

서로 만난 적도 없고,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릴리와 할아버지. 하지만 엄마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나누며 점점 가까워지고, 최고의 친구가 됩니다. 좋아하는 간식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며 풍경을 공유하기도 해요. 릴리는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고, 할아버지는 두루마리에 먹을 갈아 시와 함께 멋진 그림을 그려 보내셨지요. 릴리는 할아버지가 보내준 두루마리 그림에 푹 빠지고, 언젠가 직접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하지만 그 기대도 잠시, 한국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어요. 바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지요. 할아버지를 보내드리기 위해 릴리네 가족은 고향을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릴리는 할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두루마리를 발견하지요.

‘릴리 봄꽃 같이 싱그럽고 사랑스러워라 빗방울이 네 꽃잎을 토닥거린다. p. 32’

두루마리에 담긴 그림과 시를 바라보며 부모님께서는 릴리에게 “할아버지가 완성된 두루마리를 네게 남기셨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릴리는 할아버지께서는 이 두루마리를 함께 완성하길 원하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조용히 붓을 듭니다. 과연 릴리는 할아버지의 시에 어떤 답을 달았을까요?

요즘은 외국에 살지 않더라도 시골 풍경이나 초가집을 실제로 보기는 쉽지 않지요. 황금빛으로 물든 논도 마찬가지예요.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치 내가 릴리가 되어, 할아버지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시골 풍경을 상상하는 기분이 들어요. 전하지 못한 답장이, 릴리의 마음이 꼭 할아버지께 닿기를 소망하며 여러분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의 편지가 누군가에게 따뜻함과 행복이 되어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