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
이전으로 돌아가기

광진정보도서관

광진구립도서관 모두 보기

주메뉴

첫 번째 피
첫 번째 피
  • 저자 : 아멜리 노통브 지음 ; 이상해 옮김
  • 출판사 : 열린책들
  • 발행연도 : 2024년
  • 페이지수 : 207p
  • 청구기호 : 863-ㄴ75ㅊ
  • ISBN : 9788932924809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전은비

 

벨기에의 외교관이었던 파트리크 노통브가 1964년 콩고 독립 당시 겪었던 인질극에서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당시 28살이었던 파트리크는 콩고 반군에 의해 인질로 잡혀 처형 직전까지 간다. 열두 개의 총부리 앞에서 주인공이 느낀 감정은 역설적이게도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닌 안도감이다.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아버지 파트리크 노통브의 삶을 소재로 한 이 책은 아버지의 시점을 빌려 처형 직전 순간의 생각과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삶을 되돌아보는 부분에서 파트리크가 유년 시절 노통브 성에서 살아남는 법을 어떻게 터득했는지 보여준다. 이 책은 개인의 극적인 경험을 중심에 두면서도, 그 배경에는 벨기에와 콩고의 복잡한 식민 역사를 담고 있다. 특히 1960년 콩고의 독립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과 폭력은 작품의 역사적 맥락을 설명한다.

 

1964년 콩고에서 발생한 인질극에는 15백여 명의 인질들이 잡혀있었다. 주인공이자 벨기에의 외교관이었던 파트리크는 인질범들의 참극을 막기 위해 끝없이 협상을 하고 말을 늘어놓는다. 4개월간 지속된 인질극의 결말은 협상의 성공이 아닌 벨기에 공수부대의 진입과 반란군의 무차별 총격으로 이어진다. 파트리크는 피를 보면 기절하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죽어가는 인질들 사이에서 쉴 새 없이 협상하며 참극을 막아보려 했지만 점점 지쳐갔다. 총부리 앞에서 공포가 아닌 안도감을 느낀 이유도 이것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피로 물든 현장에서도 기절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도망쳐 살아남는다. 죽음 앞에서 느꼈던 일시적 안도감은 생존의 가능성 앞에서 순식간에 사리지고 강렬한 삶의 의지를 발견하게 된다.

 

나는 살아 있고, 계속 살아 있을 것이다. 얼마나? 2, 두 시간, 50?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단언한다. 그런 식으로 살아야 한다.(본문 190p).

 

이 구절은 작품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삶의 길이보다 매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의 가치를 강조한다.

 

작가의 간결하면서도 경쾌한 문체는 생과 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온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의 재현이 아닌, 아버지를 향한 딸의 사랑과 추모, 삶의 가치와 생존의 의미에 대한 보편적 질문을 던진다.

저자 소개 (저자: 아멜리 노통브)

 

잔인함과 유머가 탁월하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현대 프랑스 문학계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벨기에 출신의 작가. 본명은 파비엔 클레르 노통브로, 1967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났으며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 중국, 미국,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스물다섯 살에 발표한 첫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1992)<천재의 탄생>이라는 비평계의 찬사를 받으며 단번에 10만 부가 판매되는 성공을 거뒀고, 이후 노통브의 작품은 발표될 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는 두려움과 떨림(1999)으로 프랑스 학술원 소설 대상을 받으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고 그 외에도 르네팔레상, 알랭푸르니에상, 자크샤르돈상, 르노도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해마다 하나의 작품을 발표해 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5년 벨기에 왕국 남작 작위를 받았으며 현재 브뤼셀과 파리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