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박지현
0원으로 사는 삶 소개에는 “스스로의 인생과 시간, 존재가 ‘돈을 벌기 위해’ 쓰이고 있음을 알아챘다.”는 문구가 있다. 조용한 퇴사, 무지출 챌린지에 대해 알게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이 말이 가슴에 와닿았던 것 같다. 매일 출근해 ‘집에 가고 싶다.’는 농담을 입에 달고 살고, 일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을까? 내 인생의 변화, 새로운 도전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다. 당혹스럽게도, 책장을 덮은 시점에서 내게 남은 메시지는 ‘사랑’이었지만 말이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단순히 기존의 삶의 방식을 벗어난 ‘대안적인 삶’이 흥미로웠다. 티브이에서만 보던 자급자족 공동체, 대안적 주거 형태, 스킵 다이버나 프리건에 대한 수기를 보는 것은 쉽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중반에는 다소 냉소적인 마음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숙식을 해결하고, 위험을 무릅쓴 히치하이크며, (내가 생각하기에) 말도 안 되는 영적 모임에 참여할 때, 그가 어리석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작가는 무한정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나와 같은 불안은 안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도전하며 결국 삶에 대한 성찰을 만들어 낸다. 그를 보고 있으니 오히려 안락한 공간에서 책장을 넘기며 투덜거리는 내가, 더 바보같이 느껴졌다.
<0원으로 사는 삶>에서는 끊임없이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가 돈을 벌고 소비하는 이유. 대안적 삶을 사는 사람들이 ‘불편’을 감수하는 이유. 알몸으로 타인의 옆에 서 있어도 부끄럽지 않은 이유가 모두 사랑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고 나서 남은 것은 대안적인 삶을 시작하려는 용기보다, 사랑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크다. 그러고 나면 내 안의 끊임없는 불신과 불안, 타인의 시선에 전전긍긍하는 어리석음을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미래에 대한 걱정에 잠 못 드는 당신에게,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 저자 소개 (저자: 박정미)
그렇게 찾아 헤맸는데 아직도 ‘나’를 찾아다닌다. 그러니 ‘나’의 소개는 늘 어렵다. 떠들고 나대는 게 본성인 듯싶었는데 지금은 조용히 숲속에 산다. 그래도 반려견 심심이, 한가 덕에 웃을 일은 넘친다. 역마살을 타고난 떠돌이처럼 보이지만, 콕 박혀 있을 ‘집’만 찾아다니는 집순이다. ‘곰돌이 푸’ 도사님의 가르침대로 애쓰지 않는 삶을 수행 중이지만, 가장 잘하는 짓이 ‘노력’이다(노력하지 않고 살고자 온 노력을 다한다!). 성질이 급해 물이 다 끓기도 전에 차를 우려내지만, 세상 누구보다 느긋하게 ‘때’를 기다릴 줄도 안다(이 책을완성하기까지 6년이 걸렸다!). 좋고 싫음이 분명한 내게 사람들은 분별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모든 ‘호불호’를 다 버린다고 해도 마지막까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좋은 것’이 있다.
사는 것이 참 좋다. 지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충만한 삶을 살았지만, 남은 삶도 모조리 다 즐겁게 살아내고 싶다. 0원으로 살아갈 방법을 찾다 ‘영원’의 길을 만난 덕분이다.
♣ 목차
이야기를 시작하며: 세계의 확장
빈집살이 * 먹고살기 * 가슴이 원하는 일 * 돈이 사라진 세계
I 시스템에서 자연으로
1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돈이 없으면 삶도 없는가192
먹을 것과 지낼 곳이 필요해 * 돈 없이 먹고 자고|하루의 시작과 끝|중요한 것|충분하다
사랑받고 싶어서
이동수단: 선행이라는 나비를 타고
0원살이를 선포하다
0원살이 프로젝트 규칙
2 무엇이 더 이상한 세상인가
팅커들의 숲
이곳에서는 나 혼자만 불편했다
세상 가장 아름답고 조화로운 집
팅커스 버블의 원칙
‘없음’과 ‘부족함’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의 차이
경고! 오지 마십시오.
소지품 검사
의심해야할 것: 먹거리 * 농업|축산업|어업|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
크리스의 철학 * 인간의 존재 양식|소비로 소모하는 인생|사랑이 뭘까
3 런던에서 쓰레기로 생존하기
급진적 주거 네트워크 * 경솔한 자찬|보트 피플|월세 보트살이
스퀏팅: 버려진 집 빌려 살기 * 무소비 커플의 데이트|제이-메이 아지트|노숙자 말고 스퀏터
스킵 다이빙: 돈 없이 주린 배를 채우는 방법 * 쓸모 있는 쓰레기통에 풍덩!|사람들의 시선|버려진 음식을 구조하는 스킵 다이버|먹고도 굶어 죽는다
다시 태어나는 자전거: 버려진 자전거 재조립하기
프리건: 자유로운 무소비주의자 * 정통 프리건|낭비 제로, 제이-메이 아지트|불매 투쟁|믿음과 용기
4 자연으로
시끄러운 것은 마음: 7일간의 도전 * 단식 No Food|캠핑 No Shelter|노잼 No Fun|자연의 최면|블루벨 계곡에서|빛으로 가득 차올라
퍼머컬처: 자연을 닮은 집, 자연을 닮은 삶 * 자연을 섬기는 삶|자연을 닮게 하라|관찰하라|다양성:자연이 일하는 방식|연결|야생은 야생으로 내버려두라
생태건축, 흙집 * 자연 재료|심미감:흙의 모양과 쓸모|내 손으로 만드는 집
자연에서 생존과 사랑을 구하다
II 자연에서 우주로, 웰컴 홈
1 집으로
영국을 떠나다: 독일, 폴란드 * 새로운 ‘집’을 찾아|집에 온 걸 환영해요|베를린 고! 히치하이킹|믿기로 한 마음, 히치하이키즘|흐르는 여정
벌거벗은 자연인의 숲: 리투아니아 * 웰컴 홈, 시스터|레인보우 개더링|레인보우 지침 하나: 촬영 금지|레인보우 지침 둘: 화학 제품 사용 금지|레인보우 지침 셋:내 똥은 내가 가리자|레인보우 지침 넷: 그것이 바로 당신의 일|레인보우 타임, 시간과 기다림이 존재하지 않는 곳|알몸과 성|살아있는 진동, 레인보우의 음악|불필요한 인사치레가 필요 없는 곳|연결의 주문
지혜로운 사람과의 대화: 슬로바키아 * 나의 세계|넵튠과의 대화, 해방|흐름에 맡기고
2 저절로 일어나는 일
히피들의 움직이는 성에 올라타: 헝가리 * 레인보우 패밀리|히-피: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몰라|땅 위의 천국
합법체류자: 세르비아로 가자 * 경찰서 소동|합법 체류 축하 의식|시리아 난민 가족|저항과 순응|걱정하지 않는 사람들|물 마시는 로지
정화 과정 * 천상의 계곡|안녕, 우리들의 움직이는 성이여|묵언 인터뷰|치유 의식
생존과 사랑을 초월한 세계
3 우주는 모든 것을 준비해 놓았다
흐름을 믿는 연습: 세르비아 * 피난민이 아닌 자만 보호받는다|분리된 세상, 평화의 열쇠를 찾아서|경계 없는 세상
고생과 기적은 함께 온다: 마케도니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 그리스 * 비건 공동체 프리 앤 리얼|완전 채식
곰돌이 푸의 일상
무전살이 1주년, 그 이후 * 재탄생 기념일|귀향 여정
마치며: 내가 사는 세계
무소비 여정은 계속된다 * 무소비주의자|우리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신’의 증거 자연, ‘신’의 도구 마음
모든 위기는 연결되어 있다 * 전염병|전쟁|식량 위기|에너지 위기|최악의 위기는 최고의 기회
소비를 멈추자
자급자족 생계
깨어남
책을 만들며 도움 받은 것들
다큐멘터리: 채식, 음식산업, 기후위기 관련 | 책 | 이 외에 영감을 준 영화와 책 | 무전여행에 유용한 사이트 및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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