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싶은 말만 들을 때가 있다. 듣고 싶은 대로 들을 때도 있다. 분명 같이 들었는데도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이해하고 오해하는 때도 있다. 이 책을 보고 또 한 번 경험했다. “언니, 꼭 그래야 돼?” 가 “엄마, 꼭 그래야 돼?”로 읽혔다. 여섯 살 된 아이가 종종 나에게 묻는 말이기 때문이다. 물음에 대한 대답은 나의 대부분은 “아니지~…”로 시작해 구구절절 설명을 덧댄다. 그게 무슨 일이든 아이가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여자라서, 남자라서, 무얼 못한다던가 꼭 해야 한다던가 하는 생각에 갇히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가능한 유연하게 생각하고 편견 같은 것에 얽매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더불어 이제 태어난 지 육 년 정도 된 아이도 어떤 일 앞에서 꼭 이렇게 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고 물음표를 던지는구나 싶었다.
아이에게 받았던 물음을 나는 이 책을 통해 누군가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던져 본다. 꼭 그래야 되는가? 이 책은 스스로를 교회 언니라 칭하는 두 작가가 ‘나를 힘들게 하는 강박에 대한 솔직한 수다’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고 있다. 나, 가족, 말, 일과 돈, 그림책에 보이는 강박, 신앙으로 강박의 영역을 나누어 솔직한 말투로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강박이 우리가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아무렇지 않게 하는 말들이라 강박이라 칭하는 것 자체가 놀랍기도 하다. 이 책에서 꼭 그래야 하는지 묻는 것들에 대해 예를 들자면 사랑해야 한다, 착한 딸이 되어야 한다,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 완벽해야 한다... 등등이다. 어쩌면 너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요즘을 겪으며 당연한 것은 없음을 깨닫고 있지 않은가. 꼭 그래야 되나? 물음을 받으며 펼쳐든 이 책에서 그게 무엇이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거꾸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당연한 거 아니야? 대신 작가들처럼 꼭 그래야 돼? 하고 생각에 딴지를 걸어 보는 것이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생각이나 행동들에 대해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입히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하고 가벼워진다. 문득, 나의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나에게 꼭 그래야 하는지 물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내 말만 맞는다고 내가 정한 기준을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고집한 순간들이 몇 장면 떠오르며 그들에겐 꼭 그러지 않아도 되는 일일 수도 있겠다, 그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작은 제목 아래 작가의 경험과 생각들을 풀어낸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처럼 무언가 얻어 가는 긍정적인 마음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교회 언니라는 키워드 때문인지 기독교 문학 도서로 분류되어 있지만 막상 읽어 보니 종교 관련 책이라기보다는 경단녀 여성들이 풀어내는 가족과 사회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에 가까웠다. 두 작가는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반복되는 생각이나 행동들이 그것을 들여다보고 글을 쓰는 일을 통해 조금 자유로워졌고, 자신을 좀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우리도 이 책을 통해 조금의 자유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얻는 기회로 삼는 건 어떨까.
부산에서 나고 자라 성균관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국어교육학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아동학을 공부했습니다. 연구소에서 아이들이 자연을 만나는 과정을 설계하고 관찰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 일 덕분에 자연을 사랑하게 되었고, 사람을 아름답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에서 아동문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녔고, 하나님을 잘 믿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수다에 밝고 경쾌한 의성어와 의태어를 자주 씁니다.
♣ 저자 소개(정혜덕)
서울에서 나고 자라 고려대학교에서 국어교육학을, 장로회신학대학교 대학원에서 기독교교육학을 공부했습니다. 세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학교와 대학 부설 연구소에서 뜨문뜨문 일했습니다. 현재 밀알두레학교에서 국어 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5대째 기독교를 믿는 집안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교회를 다니고 있으나, 교인 정체성이 낳은 강박의 부작용에 눈뜨고 난 뒤로 불평이 많아진 ‘B급’ 신자가 되었습니다. 상대방이 차마 하지 못하는 말을 먼저 용감하게 꺼내는 선도적 수다에 강합니다.
♣ 목차
나
민정 예쁘게꾸미면안된다ㆍ12
민정 내것인티를내야한다ㆍ17
민정 튀지 말아야 한다ㆍ22
가족
민정 사랑해야 한다ㆍ32
혜덕 조용해야 한다ㆍ50
혜덕 정리해야 한다ㆍ55
혜덕 잘먹여야한다ㆍ67
혜덕 착한딸이되어야한다ㆍ72
혜덕 현숙한 아내여야 한다ㆍ83
말
혜덕 바르고 곱게 말해야 한다ㆍ92
혜덕 진실을 말해야 한다ㆍ97
혜덕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ㆍ102
민정 상냥하게 말해야 한다ㆍ106
민정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ㆍ112
일과 돈
민정 성실해야 한다ㆍ118
민정 돈에 자유해야 한다ㆍ124
그림 책에 보이는 강박
민정 유리 슐레비츠, 희망을 맺는 나무ㆍ130
민정 에즈라 잭 키츠, 완벽을 가정을 꿈꾸다ㆍ135
신앙
혜덕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ㆍ142
혜덕 사랑에는 끝이 없어야 한다ㆍ155
혜덕 전도해야 한다ㆍ162
혜덕 하나님을 의식해야 한다ㆍ166
후기ㆍ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