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방승현
『과학의 결정적 순간들: 그날 이후 세계는 어제와 같지 않았다.』
마치 흥미로운 영화의 예고편을 연상시키는 이 문구를 보고, 나는 자연스레 이 책이 ‘세계를 뒤흔든 역사적 발견의 순간’ 또는 ‘천재 과학자의 영광의 순간’ 등과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어쩌면 지금까지 접해왔던 과학사 관련 작품들이 대부분 성과와 업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에 이런 추측은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세계를 바꾼 위대한 발견, 그리고 그 발견을 이룩한 천재 과학자. 우리에게 익숙한 이러한 서사는 과학사를 마치 특별한 사람들만의 이야기처럼 느끼게 만든다.
이 책의 세 저자는 『과학의 결정적 순간들』을 통해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자 한다. 과학에 영웅이나 천재는 없다고 말하며, 결정적 순간의 초점을 어떤 특별한 사건이나 대단한 인물이 아닌 평범한 날을 살아가는, 과학자라는 직업을 가진 한 인간의 일상에 두고 잔잔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이다.
이 책은 과학자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서 좌절하고 환희하며,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필요한 지원을 끌어내려고 애썼음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과학의 결정적 순간들이란 이런 보통의 날들 중에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장면을 가감 없이 재구성하는 시도이다. 이 책은 갈릴레오, 퀴리, 플랑크, 하이젠베르크 등 유명한 과학자의 신화를 벗겨 낸다. 또한 헨리에타 리비트, 비토볼테라, 애니 캐넌 등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과학자의 삶과 투쟁을 조명한다. 그 진짜 이야기에서 우리는 과학이란 무엇인지를. 과학이 바꾼 오늘의 세계가 어떤 모습인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뒤표지 문장 중)
이러한 저자의 의도대로, 책을 읽다 보면 과학도 결국 사람의 이야기임을. 과학자 역시 우리처럼 불완전하고, 때론 미성숙하며, 외부적 요인에 흔들리는 인간임을 알게 된다. 그동안 우리는 특별한 순간만을 기억해 왔지만, 그 특별한 순간 뒤에는 수많은 사람과 사건이 얽혀있었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과학사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얻게 된다.
신화가 아닌 진짜 과학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영웅서사가 아닌 인간 드라마로서의 과학사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다만 과학사의 특성상 다양한 공식, 전문 용어, 학문적 접근이 포함되어 있어, 과학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와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더 적합하다. 『과학의 결정적 순간들』을 통해 과학이란 무엇인지, 과학이 바꾼 오늘의 세계가 어떤 모습인지 이해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저자 소개 (저자: 박민아, 이두갑, 이상욱)
■ 박민아
과학사학자. 한양대학교 창의융합교육원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현 과학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뉴턴&데카르트: 거인의 어깨에 올라선 거인》, 《퀴리&마이트너: 마녀들의 연금술 이야기》,《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공저) 등이, 편역서로 《프리즘: 역사로 과학읽기》(편), 《낡고 오래된 것들의 세계사》(공역) 등이 있다.
■ 이두갑
과학사학자.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를 졸업하고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역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 잡지 《에피》 편집위원이며 지은 책으로 《The Recombinant University》 등이 있고 역서로 《자연 기계》(공역) 등이 있다.
■ 이상욱
과학철학자. 한양대학교 철학과 및 인공지능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런던대학교(LSE)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과학은 이것을 상상력이라고 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철학자들》(공저), 《포스트휴먼으로 살아가기》(공저), 《과학으로 생각한다》(공저) 등이 있다.
맑은고딕 11
목차
들어가는 말 5
1장 갈릴레오의 절반만 성공한 대화 -1632년 피렌체 (p.13)
2장 톰슨이 줄의 발표에 이의를 제기했을 때 –1847년 (p.25)
3장 패러데이가 힘의 선이 실재한다고 선언했을 때 –1852년 (p.34)
4장 맥스웰주의자들이 승리를 선언한 날 -1888년 9월 (p.45)
5장 플랑크의 ‘양자 혁명’ -1900년 베를린 (p.58)
6장 볼츠만의 자살 -1906년 9월 (p.69)
7장 소르본 스캔들 -1911년 파리 (p.76)
8장 헨리에타 리비트가 변광성의 비밀을 밝혔을 때 –1912년 (p.82)
9장 캐넌의 하버드 항성 스펙트럼 분류법이 채택되었을 때 –1913년 (p.91)
10장 밀리컨이 광전 효과로 노벨상을 수상했을 때 –1923년 (p.106)
11장 비토 볼테라, 생존 경쟁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하다 –1926년 (p.120)
12장 이렌 퀴리의 인공 방사성 원소 발견 -1934년 1월 (p.127)
13장 마이트너의 망명 -1938년 7월 12일 (p.137)
14장 하이젠베르크와 보어의 만남 -1941년 코펜하겐 (p.146)
15장 독일 과학자들이 원폭 투하 소식을 들었을 때 –1945년 (p.155)
16장 마리아 괴페르트 메이어가 첫 봉급을 받았을 때 –1946년 (p.168)
17장 ‘낯선’ 지능을 소개한 튜링 -1950년 맨체스터 (p.177)
18장 제임스 왓슨, 분자생물학의 탄생을 알리다 –1953년 (p.194)
19장 조너스 소크가 폴리오 백신을 개발하다 –1953년 (p.203)
20장 프랜시스 크릭이 분자생물학의 중심원리를 제시하다 –1957년 (p.211)
21장 프랭클린과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 -1958년 4월 17일 (p.218)
22장 아서 콘버그가 DNA 학과를 설립했을 때 –1959년 (p.228)
23장 베리 커머너, 환경 위기를 경고하다 -1970년 2월 2일 (p.236)
주 (p.244)
참고문헌 (p.249)
그림 출처 (p.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