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곽기용
2025년 들어 필자는 “모든 일이 다 이유가 있어서 일어난다"는 생각을 반복하고 있었다. 정신없는 일상 속 일어나는 일들이 마냥 힘들고, 왠지 무기력해지는 느낌이라 그렇게라도 합리화를 시켜보고자 했달까..? 주위 사람들에게 그런 생각을 말하노라면 누군가는 위로로 받아들였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기비난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문득, 그런 믿음이 진짜일까? 모든 일에 이유가 있고, 그 이유만 잘 분석하면 미래도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 어쩌면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 미래고 자시고 일단 사는 게 좀 팍팍하니까! 그렇게 집어 든 책이 브라이언 클라스의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다.
책은 우리가 얼마나 ‘인과 관계’에 집착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집착이 얼마나 많은 오해를 낳는지를 다양한 예시로 설명한다. 예컨대, 9·11 테러 당시 넥타이를 고르느라 몇 분 늦게 출근한 사람이 목숨을 건졌다는 이야기, 혹은 원자폭탄 투하 지점이 비행기의 시야를 가린 구름과 관광객의 우연한 요청 때문에 결정되었다는 일화는 우리가 얼마나 많고 또 다양한 ‘예측 불가능한 우연’ 속에 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생각해 보면 굳이 의미를 찾을 이유가 없는 일인데 말이다. 넥타이를 고르다 늦었다고 한들 그날 빌딩에 비행기가 충돌하리라 생각할 사람이 있을까? 그저 흘려보내는 지혜가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인상적인 점은 단순히 “세상은 복잡하다”는 말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복잡계 이론, 카오스 이론, 진화생물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바탕으로, 우연이 어떻게 구조화되어 우리의 삶과 사회를 움직이는지 설명해 준다. 우리가 믿는 원인과 결과의 연결고리는 실은 매끄럽고 선형적인 것이 아니라, 작은 변수 하나에도 휘청이는 거미줄 같은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렇다고 책이 "모든 것이 운명이다" 혹은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는 체념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랄까? 인간은 완벽히 통제할 수는 없지만, 그 속에서도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존재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날갯짓을 하고 있으며, 그 작은 날갯짓이 어느 지점에선 거대한 태풍이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는 희망으로 다가온다.
“우리 각자는 각자의 행동과 모든 생각으로 역사를 꾸준히 바꾸고 있다. 누가 무엇을 하느냐는 그 누가 무엇을 하느냐만큼 중요할 수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여러분에게 힘을 북돋아 줄 것이다. 그저 여러분이 하는 모든 것이 중요할 뿐 아니라 그 일을 하는 행위자가 다른 누구도 아닌 여러분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p.246
“무엇보다 이 책이 특별했던 이유는, 나의 잘못도, 성과도, 반드시 ‘내가 잘했거나 못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설명하려 들고, 모든 결과에 대해 ‘이유’를 찾으려 한다. 하지만 때로는 어떤 일이 그냥 벌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나약함이 아니라 성숙함이라는 걸 저자는 말해 준다.
삶에서 우연은 때로는 위협이지만, 동시에 가능성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계획대로 해도 예상치 못한 변화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은 순간에 예상치 못한 기쁨이 찾아올 수도 있다. 예측불허의 세상을 살아가며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모두에게 전해 본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사서 걱정하지 말고 과한 의미를 부여하지도 말자. 그냥 그런 일이 일어난다! 불행은 흘려보내고 나도 미처 생각지 못한 행운이 찾아올지 기대해 보며 이 책을 읽어 보면 어떨까?
저자 소개 (저자: 브라이언 클라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국제정치학과 교수이자, 옥스퍼드대학교 사회통합연구소 겸임연구원이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비교정부학 석사 학위와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연구 분야는 민주주의, 권위주의, 선거, 정치 권력 등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학에서 심리학, 인류학, 진화생물학, 과학철학, 사회과학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걸쳐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다섯 권의 책을 집필했으며, ≪워싱턴포스트≫와 ≪애틀랜틱≫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정치 컨설턴트로도 활동 중인 그는 전 미네소타 주지사의 선거 캠프에서 정책 책임자·캠페인 부책임자를 담당했었고, 여러 국가의 정부 기관과 선거 캠페인을 비롯해 NATO, EU를 포함한 국제기구와 NGO를 위한 자문 역할을 해왔다.
학술 활동 외에도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CNN, BBC 뉴스, CNBC 등 전국적 방송 매체에 패널로 다수 출연했으며, ≪뉴욕타임스≫ ≪가디언≫ ≪포린어페어≫ ≪파이낸셜타임스≫ ≪뉴스위크≫ 등 주요 언론에 그의 글이 실렸다. 또한 인기 팟캐스트 「권력은 부패한다(Power Corrupts)」의 진행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세계적 전문가들과 함께 세상을 움직이는 힘의 이면과 악한 권력자들의 실체를 파헤치는 프로그램으로, 영국 팟캐스트 어워드를 수상한 바 있다. 다양한 국가의 권력자, 정치인, 지도자, CEO 등 500명 이상을 만나 진행한 인터뷰와 10여 년의 연구를 토대로 권력 부패의 본질을 통찰한 『권력의 심리학』은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국내에도 출간되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 큰 관심을 모았다.
저자는 권력과 시스템의 본질에 관한 날카로운 분석에 이어 이번에는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통찰한다.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는 출간 즉시 아마존 올해의 책에 꼽히며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세상의 본질을 다양한 학문으로 꿰뚫은 흥미진진한 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목차
추천의 글
1장 들어가며
_ 불확실하고 복잡한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힘
한 관광객 부부와 구름이 갈라놓은 20만 명의 생사
우연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
하나의 몸짓으로도 모든 별자리가 바뀔 수 있다
어떤 일은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난다
2장 하나를 바꾸면 열이 바뀐다
_ 모든 행동이 각각 독립되어 있을 거라 믿는 개인주의의 착각
시계처럼 정확한 우주 vs. 불확실한 우주
미세한 차이가 일으키는 엄청난 변화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제멋대로인 세상에 살고 있다
3장 모든 일에 다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_ 우발성은 어떻게 확률과 혼돈이 이끌어가는 세계에서 군림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의미 없는 데서 의미를 찾는다
조금만 비틀어도 모든 게 달라진다
우리는 과연 스스로의 삶을 통제하고 있을까?
왜 진화 과정에서 임의성의 역할이 간과되었을까?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가장 놀라운 발전이 일어난다
4장 우리의 뇌가 현실을 왜곡하는 이유
_ 우리는 유형을 과하게 탐지해내도록 진화됐다
우리가 흑백으로만 볼 수 있었다면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리의 뇌는 이야기를 꾸며내기 위해 설계됐다
숨겨졌다고 믿는 설명을 찾아 헤메는 음모론자들
5장 무리의 법칙
_ 모든 무리는 혼돈의 가장자리에 불안정하게 서 있다
하나가 되어 행진하고 예고 없이 방향을 바꾸는 무리
모래알 하나가 일으킨 처참한 연쇄반응
잇달아 만들어진 의미 없는 우연의 엄청난 효과
규칙성의 신기루
잔물결은 어떻게 삶을 바꾸고 사회를 뒤엎는가
6장 헤라클레이토스의 규칙
_제어할 수 없는 혼돈을 제어할 수 있는 확률로 착각하는 사람들
우리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에 답을 안다고 자주 착각한다
우리는 적어도 나 자신은 이해할 수 있을까?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이 잘못된 확률을 사용하는 것보다 낫다
우리는 불확실성의 영역에서 확률을 사용할 때 길을 잃는다
7장 스토리텔링 애니멀
_ 비합리적인 신념의 힘
믿음은 어떻게 인간의 행동을 형성할까?
인간은 서사를 통해 세상을 항해한다
현실에는 기승전결이 없다
8장 지구 복권
_지질과 지형은 어떻게 우리의 운명을 형성하고 궤적을 바꿔놓을까?
지형은 우리가 써 내려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우리는 지구가 어떻게 우리를 형성했는지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지리적 요인은 사람들의 선택을 바꾸고 역사를 바꾼다
지질과 지형 그리고 우발성은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날까
9장 모두의 나비효과
_ 어떻게 모든 사람이 꾸준히 세상을 바꾸는가
우리 각자는 조금씩 다르게 날갯짓을 한다
역사는 벌어진 사건이 아닌 우리가 벌어졌다고 동의한 사건이다
버려진 담배 세 개비, 그리고 이를 발견한 적절한 인물
때로는 편견이 우리의 눈을 가리고 귀를 닫게 한다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10장 시계와 달력
_아주 짧은 순간은 어떻게 세계를 바꿔놓을까?
타이밍의 우발성은 우리 삶을 끝없이 결정하고 전환한다
우리는 역사적 사건들로 만들어진 리듬에 따라 우리 삶을 동기화한다
같은 효과라도 타이밍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
11장 황제의 새로운 방정식
_왜 로켓과학이 인간 사회보다 이해하기 쉬울까?
나쁜 연구 방법과 의도적인 편법의 함정
원래의 이론이 틀렸을까, 세계가 바뀌었을까?
강한 연결고리의 문제 vs. 약한 연결고리의 문제
진실스러움과 수학스러움
데이터 예측의 함정
12장 이 세계는 결정론적인가 비결정론적인가?
_인생은 처음부터 대본이 짜여 있을까, 아니면 미래를 선택할 자유가 있을까?
인생은 맨 처음으로 되돌려도 모든 것이 지금과 똑같이 흘러갈까?
자유의지를 조금 남겨두면 이 세상은 편안한 불확실성을 누리게 된다
자유의지란 무엇일까?
자유의지라는 모순
13장 우리는 모든 것을 통제하지 않아도 된다
_복잡하고 혼돈스러운 세상에서 불확실성이 가진 힘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절망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미지의 것을 아우르는 주문, “나는 모른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중요하다
감사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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