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광진구립도서관 사서 이승민
‘identity’라는 말은 정체성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그것은 한 가지 단어나 문장으로 정의할 수 없는 아주 복잡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누군가는 이름과 나이를 먼저 말할 것이고, 어떤 이는 장단점, 직업과 가족관계 같은 걸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대답 중 틀린 답은 없다. 무엇을 말하든 그것이 그 사람이 생각하는 자기의 상징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며 자존감, 자신감이라고 불리는 자기 정체성을 어디까지 인정하는가? 하는 기준과 정도도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정답이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정체성이라는 개념은 나 자신을 설명하기조차 어려운 매우 복합적인 개념이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누구나 일생에서 가장 많이, 자주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해하고, 다른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쓴다.
왜 우리는 그렇게 끊임없이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놓지 못하는가? 이 책의 저자 제이 반 바벨과 도미닉 패커는 그 이유를 ‘사회 공동체’에서 찾고 있다. 그들은 세상의 모든 사람은 고유한 자기만의 특성, 즉 정체성을 갖고 있는데 그 정체성은 결국 그 사람이 속한 사회와 보낸 시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단순히 주장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 몇몇 사례를 근거로 내세우는데 그런 사례들이 그들의 이론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생각해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피부색과 체형, 체질 같은 생물학적인 몇몇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결국 하나의 종인데도 불구하고 모두 다 다른 모습, 생각, 성향, 특징을 갖고 있으니 그보다 더 다양한 개개인의 정체성이 어떻게 생성되고 성장하는가에 대해 한 가지 분야 이론으로 설명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다. 이에 저자 역시 그 이유가 생명공학적인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이 아닌,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사회, 사람과의 상호작용 때문이라는 주장을 골자로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설명해 나가고 있다.
정체성은 저자의 주장처럼 어떤 가정에서 태어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교육과 사회적 경험을 하는가에 따라 사람은 달라진다. 설령 같은 가정, 같은 환경, 같은 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정체성은 제각각이다. 그래서 사회심리학, 신경과학 등 다양한 인사이트를 통해 바라본 정체성에 관한 그들의 연구는 책이 전개되면서 점점 더 읽은 독자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바로 ‘우리는 인간의 주체성과 독립성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 그 독립성을 가장 최우선으로 늘 인정한다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없을까? 그리고 반대로 제약해야 한다면 어떤 기준에 따라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결국 우리 사회가 어디까지를 인정하며 공동체를 유지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과도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에 이런 정체성에 관한 고민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자신의 정체성을 아는 것은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 하는 질문과 연결되며 타인의 정체성을 아는 것은 그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어가며 어떤 사회의 일원이 될 것인가? 와 연결되는 아주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저자가 생각하는 아이덴티티, 정체성에 관한 고민의 가치는 바로 ‘집단성’에 있다. 갈수록 혼재되어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사상이 때때로 걷잡을 수 없이 큰 충돌을 불러오는 것을 보며 우리가 서로 다른 정체성을 어떻게 맞춰 나가며 협력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질문에 현명한 정답을 찾아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평화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제이 반 바벨, 도미닉 패커)
제이 반 바벨: 뉴욕대학교 심리학 및 신경과학 교수. 뉴런에서 소셜 네트워크까지 관심 분야가 넓고, 암묵적 편견, 집단 정체성, 팀 성과, 의사결정, 공중보건을 연구한다. 1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으며, 그의 연구 내용은 BBC,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LA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다양한 언론에 소개되었다. 또한 연구의 업적과 공헌을 인정받아 미국심리학회, 미국심리학재단, 미국사회신경과학회 등으로부터 여러 상을 받았다. 현재 뉴욕에서 반려 햄스터 서니와 함께 산다.
도미닉 패커: 리하이대학교 심리학부 교수. 정체성이 순응과 반대, 인종차별주의와 노인차별주의, 연대, 건강, 리더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 및 행동과학을 활용하는 연구를 발표했다. 현재 펜실베이니아 동부에서 가족과 반려견 비스킷과 함께 산다.
목차
추천사
이 책에 쏟아진 찬사
머리말
1장 ‘우리’의 힘
2장 정체성의 렌즈
3장 현실 공유하기
4장 반향실 효과 벗어나기
5장 정체성의 가치
6장 편견 극복하기
7장 연대를 찾아서
8장 반대를 표명하는 분위기 조성하기
9장 효과적으로 리드하기
10장 정체성의 미래
감사의 글
주석